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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착각의 늪

by 뽀야뽀야 2021.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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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있다.

한 끗 차이로 다르게 말을 받아들이는 경우.

사건의 발단은 

옷을 수선해 입게 된 요즘의 상황이다.

옆 동네에 저렴하고 핏이 좋게 수선해 주는 가게가 있다고 

엄마 지인분께서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운동도 할 겸 옆동네를 찾아갔다.

그런데 동네 초입에 수선가게가 떡하니 있는 거라.

그래서 의심없이 옷을 맡기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 지인 분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옷을 찾아 와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어.

다시 우리가 옷을 맡긴 그 가게로 가서 지인분의 옷을 찾으려 하는데.

없다는 게 아닌가?!

이럴수가 어떻게 된 걸까?

아줌마는 분명 검은 바지 2개는 본적이 없다고.

우리는 그럴리가 없다고. 잘 생각해 보시라고.

그렇게 닦달을 하고 있는데.

지켜보시던 다른 손님이 혹시 다른 가게인데 착각한 거 아니냐고 하셨다.

그리하여 동네를 배회하기 시작했는데.

분명 다른 곳에 다른 수선집이 있더라.

세상에, 이 동네에는 수선집이 한 군데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가게에서 지인분의 옷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생돈을 날려가며

비싸게 첫 번째 가게에서 수선을 받았던 것.

가게를 헷갈렸던 것이다.

게다가 옷이 없다며 첫 번째 가게 사장님을 거의 치매환자로 몰아갔으니.

불쾌하셨을 법도 한데 친절하게 옆가게로 가보라고 말씀해주시고.

정말 아차 하던 순간이었다.

 

이번 사건의 교훈은,

지인의 부탁은 끝까지 듣고 행동하자는 것이다.

지인 분이 옷을 찾아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으면.

우리는 전혀 모르고 계속

첫 번째 가게에 비싼 돈을 내고 수선을 맡겼을 것이 아닌가.

 

그런데 생각해보면 옷을 수선해서 입는다는 게 

뽀야는 솔직히 어색하다.

체형의 변화가 크지 않기도 해서 더 그렇다.

엄마는 아빠 일을 계기로 해서 살이 많이 빠져 버렸다.

나도 그렇긴 한데. 엄마처럼 스펙타클하게 살이 빠지지는 않았다.

옷들이 전부 헐렁헐렁 하니 다시 사는 것 보다야 수선이 낫지.

정도 들었고 또 마음에 드는 옷이다 보니 말이다.

 

엄마나 나나 정말 덜렁대고

사람 말을 끝까지 안듣는 헐렁이라는 걸 느꼈던 하루였다.

고작 거기 왔다갔다 했다고 아침부터 진이 다 빠져 버렸다.

그리고 이미 수선한 바지 4개(=35000원)는 어찌할 것인고.

어쩐지 가격이 싸다고 들었는데 좀 가격이 있어서 의아했는데.

완전 다른 가게였다니 이런 허탈감...!

 

우리 집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만 모아도.

하나의 시트콤이 만들어 질 것 같다.

엄마의 착각 시리즈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니 에피소드인데.

회사에서 엄마 신발이랑 지인분 신발이 비슷하여.

엄마가 신발을 착각해서 신곤 한다고 한다.

증말~~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고 하더니!!

근데 신발이 비슷해서 그러는 거니까. 

뭐 이건 어쩔 수 없는 거긴 하네.

일하느라 바쁘고 그러면 착각하기 쉬우니까.

 

그래도 우리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한다는 건 명확하다.

실수가 반복되면 그건 고의나 다름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엄마는 문자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데 달인이기도 하다.

내가 맛있게 [먹었던] 빵 얘기를 보냈더니.

그럼 저녁에 가서 맛있는 빵 [먹으러] 가자고 답장을 보낸다.

분명 우리는 한국어 1개국어를 사용하는데.

어째서 이런 소통의 구멍이 생기는가?!

그래서 한국말이 참 오묘하다.

한 끗 차이로 말의 뜻이 휙휙 바뀐다.

엄마가 엉뚱한 것도 다 이해가 가는 부분이라.

한 때 TV에서 미스트롯이 한창 방영중일 때도 그랬다.

자꾸 미스트롯을 미스롯데라고 말하는 입버릇.

[롯]이 겹치니까 엄마는 그게 발음하기 편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말이 혀끝에서 맴도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사람 이름은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편.

 

이렇게 써놓고 보니 꽤나 심각한 문제인 거 같이 보이는데.

일상생활 잘 하고 있고 그릇을 태워먹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냥 가끔 깜박 거리고 헷갈려 하고 그럴 뿐이지.

내가 엄마 곁에서 더욱 엄마를 잘 보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빨리 흐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를 싣고 앞으로 앞으로 향하고 있는 거니까.

그 위에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선에는 엄격하지만 

그 밖의 사정들에는 둥글둥글 했던 첫 번째 수선집 사장님께 

심심한 감사 인사를 보내고 싶다.

그나저나 수선 맡기러 옆동네까지 가는 것도 귀찮은데.

되도록이면 수선할 일이 많이 안생겼으면 좋겠다.

귀차니즘..........(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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