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이같이 투명해서.
볼 때마다 표정이 새로워서.
특히 순수함을 진하게 느꼈던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2017)에서였다.
커다란 몸에 몸을 억지로 욱여넣은 듯한 니트 차림에.
고양이를 안고 있던 귀여운 사내 민태주.
그 민순경이 병수의 딸아이 윤희와 데이트 할 때의 장면.
그 안에서는 참 순수 돋았는데.
다만 단둘이 있게 되면 돌변하는 건지.
병수의 망상인 건지가 작동하긴 하지만.
상대를 벽에 밀어붙이고 또 자신도 밀어 붙여질 때.
진짜 순수하면서도 섹시했는데.
이런 공존할 수 없는 감정들이 공존하게 하는 남길의 연기력은 대단해.
또 그냥 카메라를 바라보며 씨익 웃을 때.
그럴 때 또 심장이 저밀듯이 아련하다.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에서는 그저 해맑은 산적단 우두머리였으나.
호탕한 그의 웃음에서 나는 순수함을 보았다.
대개 웃음이라는 것의 속성이.
치킨 반반 처럼 반반 아니던가?
정말 즐거워서 웃는 경우와 소름끼칠 정도로
잔인하게 웃는 경우로 이분되지 않는가 말이다.
그래서 어쩌면 사이코패스일 수도 있는 태주에게서 순수함을 느꼈는지도 모르지.
사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남길 안에는 아이 같은 순수함이 존재하면서도
냉철한 분석력과 사회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도 깃들어 있다.
그가 해맑게 웃어보일 때면 내 안의 바보 지수가 상승한다.
그리고 따라서 웃게 되지.
웃음이 신기한 게 그런 것 같다.
전염성이 있다는 점 말이다.
노래 가사에도 있지 않던가.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남길은 화보촬영과 같은 촬영 현장에서
늘 텐션을 유지하는 게 아닐까.
나도 생각해보면 명랑을 가장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때는 아직 어려서 정말 명랑하기도 했지만.
아이들 속에 녹아들기 위해서 밝은 척.
행복 한 척 그런 걸 연기했는지도 모르겠다.
돌이켜 생각하면 행복한 일만 있던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졸업식 때도 안 가려고 했는데.
수상자로 선정되는 바람에 어쩌다 급하게 참석하게 되었고.
사진 속 나는 활짝 웃고있는데.
나는 그 순간이 썩 맘에 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 웃음은 가짜 웃음이지.
그런데 남길이 웃어 보일 때는 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분명 엄청난 삶의 무게를 지고 있는 사람인데.
저렇게 해맑게 웃어 보이고 있다니.
괜찮음을 가장한 웃음이 아닐지 말이다.
힘들고 피곤해도 항상 웃음짓던 게 남길이잖아.
드라마 촬영 강행군에도 부상에도 좋지 않고
끝까지 좋은 분위기로 촬영 마쳤잖아.
그래서 나는 울음보다 웃음이 더 무섭다.
수많은 고생을 겪고 나서도 웃어보이는 스타들을 보면서.
그것도 그들의 일이니까 그려려니 한다기 보다는.
조금은 안쓰럽고. 등을 토닥여 주고 싶은 그런 기분이 든다.
진정한 대인배는 웃음 하나로 모든 걸 대변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릇의 크기며 질이며 일반 사람과는 분명 다른 뭔가가 남길에게 있다.
본인은 아니라고 손사래 치겠지만.
늘 자신을 아래에 두고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그렇기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둘려쌓여 지내고 있는 거겠지.
그 중심에서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거겠지.
그래, 웃을 수 있을 때 많이 웃어두고.
또 힘들어지면 뒤돌아서 울더라도 다시 웃어보이자.
그 웃음 뒤에 가려진 울음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당신 존재를 정말 아끼니까.
한 사람만이라도 그걸 알아준다면 다행인 일이 아닐까.
그 한 사람이 내가 될 수 있는데 말이다.
나 말고도 남길의 팬들은 다 남길을 이해하고 어떤 모습의 남길이든
사랑해 줄 자신이 넘쳐날 것이다.
때로는 잔망스러운 웃음도 놓칠 수 없지.
다소 간신배 같이 낄낄대는 남길도 생남길 매력 물씬이라 좋기만 하다.
남자들은 연예인 아니고서야 일상 생활에서 웃는 모습을 자주 보이지 않잖아.
우리네 고정관념에, 남자는 항상 모든 일에 침착하고
표정을 얼굴에 드러내서는 안 돼.
그렇게 남자를 무슨 돌부처 마냥 무적의 존재로 포장해 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고 이제는 자신의 솔직함을 드러내는 남자들이 많아졌다.
TV 속에 고정되어있던 남녀 성역할도 변화하는 중이다.
아이처럼 울음을 퐝 하고 터뜨리던 영화 어느 날(2017)의 이강수를 보며.
그래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렇게라도 자신을 내보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냐고.
그동안 참 많이 힘들었지.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가만히 다가가서 등을 토닥여 주고 떨리는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토끼처럼 새빨개진 눈망울도 오래 바라보고 싶었다.
항상 잔인한 운명속에서 발버둥 치는 역할을 많이 했었어서.
행복한 모습은 거의 없고 매번 죽기 일쑤이며.
사망 플래그가 따라다니는 그런 캐릭을 연기하는 남길인지라.
연기에 함몰되어 자신을 잃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보는 그런 직업이라니.
정말 힘들 것 같다.
나는 내 인생 하나 사는 것도 벅차니 말이다.
그래서 남길의 웃음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마주 웃어주고 싶다.
그 해맑은 얼굴과 순수함에 푹 빠지고 싶다.
물리적 나이를 초월해서 순수하고 외곬인 연기 인생을 사는 남길에게.
정말 잘하고 있다고.
앞으로 펼쳐진 길이 꼭 포장 도로가 아닐지라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지치지 말고.
팬들 믿고 쭈욱 앞으로만 걸어나가기를.
그렇게 바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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