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그렇게나 갖고 싶었던 무드등이다.
사실은 아빠께서 생전에 나에게 대신 주문을 부탁했던 건.
미러볼이긴 했다.
그런데 그걸 사려고 하는데도 왠지 내키지 않아서 미뤄두고 있는 중에.
무드등을 만나게 됐다.
어제 모처럼 장보러 마트를 찾았는데.
장을 봐서 집에 가는 길목에 다이소가 있기에.
생각없이 발길이 그 곳으로 향했다.
세상에나, 3000원의 행복이 거기에 있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수은전지로 작동한다는 점이었는데.
다행히도 요즘에는 무 카드뮴 수은전지가 있더라고.
그래서 전지 한 팩과 별모양의 무드등을 선택했다.
이 무드등은 살짝 어두운 장소에서 더 빛을 발한다.
뭐 당연한 거겠지만.
특히 어두운 화장실에 들어가서 켜면 천장에 별빛, 달빛이 비추는데.
정말 멋있다.
그걸 사진으로 찍지 못하는 똥손이라 거 참....(T.T)
약간 도자기? 같은 느낌의 재질이라 살짝 무게감이 있다.
속에 전구가 들어있고 구멍이 뚫린 도자기 케이스에 빛을 비추는 방식인 듯.
별 거 아닌데 너무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그렇다.
내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는 그런 느낌이다.
잠이 오지 않는 그런 드문 날에.
내 곁에 켜놓고 싶은 그런 무드등이다.
다음번에는 꼭 미러볼을 사야지.
아빠의 소원이었으니까.
사실 이런 소도구가 그렇게 많이 쓸일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곁에 두고 싶은 것은.
무드등의 역할에 맞게 무드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창작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런 작은 느낌 하나가 굉장히 영감을 주고 마음이 평온해지고 그렇다.
오롯이 혼자인 저녁 늦게.
방문을 꼭 닫고 전등을 끄고 무드등을 켜놓고 감상에 잠기는 것.
이게 3000원으로 가능한 일이라니.
세상 참 좋아졌다..........(머엉)
무드등 바닥을 밀어 젖히면 전지 투입구가 열리고
처음엔 좀 뻑뻑해서 이거 고장난 거 아닌가?! 싶었는데.
세게 눌러주면 결국 슥 열린다.
처음에 들어있는 전지는 시험용이기 때문에.
불 켜지는 것을 확인하는 용도로 쓰고 새 전지로 갈아끼워 넣도록 하자.
그나저나 불빛이 노랑이라 더 아련 돋는 것 같다.
이런 감상에 젖을 때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우리 아빠이다.
아빠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우리 곁에서 멀어져 갔다.
사실 지병이 있다는 게.
두려운 일이고,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받아들이고 사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는 것은 늘 하는 핑계거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조금씩 아빠는 준비하셨던 거야.
우리와의 이별의 순간을 말이다.
어쩐지, 참 잘 살았다 라는 말을 자주 하시곤 했는데.
그게 당시에는 그저 흥에 취해서 하시는 소리겠거니.
그렇게 넘어가곤 했지.
하지만, 이별 앞에서 초연해질 수 없는 우리는.
이렇게 감상에 빠지면 90%의 확률로 아빠 얘기를 꺼내게 된다.
10%는 꾹 참고 견디는 거고.
처음에는 웃으며 시작한 얘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왜 더 우리곁에 머물러 주지 못하셨나.
후회와 그리움이 범벅된 가슴을 안고 잠들게 한다.
사무치게 그리울 때면.
무드등과 함께 아빠 생각을 하며 잠들 수 있게.
항상 내 곁에 두고 잠들어야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왠지 더 좋은 글이 써질 것 같다.
3000원으로 이런 행복을 살 수 있다니.
정말 좋은 세상에 살고 있구나.
이런 좋은 세상에 같이 할 수 없는 이가 있다는 사실은.
나를 아프게 하지만.
생이 가는 데로 두는 수밖에 없다는 걸.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는 걸.
배워가는 중이다.
조금만 더 일찍 가족의 웃음을 만들어내는 일에.
가치를 두고 행동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혹시, 지금 가족끼리 잠시라도 웃을 수 있는 그런 일을
찾아 헤매고 계시다면,
무드등을 추천해 본다.
전지를 갈아 끼우고 무드등을 어두운 곳에서 켜보고 하는 경험속에.
웃음이 싹트게 될 거다.
아이들도 엄청 좋아할 거고.
이런 소박한 이벤트를 자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집에 온 것을 대환영 한다 무드등아!!(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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