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있어도 꾹 참고
지긋이 바라보는 눈빛에 매료되는
잘 들어주는 사람.
누구나 그런 사람하고 가까워지길 원하고 바랄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잘 들어준다기 보다는
많이 말하는 편이었던 것 같다.
내 얘기가 차고 넘쳐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 줄 생각을 잘 못했는지도 몰라.
여기 말많은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생각이 깊어서 뼈있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이다.
근데 어떤 때는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사람이기도 하다.
그 완급조절을 기가막히게 해내는 사람이지.
팬들을 능숙하게 조련하기도 하지.
감질맛나게 떡밥을 흩뿌리기도 하고.
때로는 엄청나게 솔직하여 우리를 당황시키기도 하지.
그럼에도 그의 주변에 사람이 끊임없이 세를 불리는 것은.
그가 잘 들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술자리의 분위기가 좋아서 거길 자주 간다던 그의 얘기를 들어보면.
때로는 말의 갈래를 잡을 수가 없이 저만치 앞서 가버리기도 하지만.
참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자신의 의견만 고집 세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들어줄 줄 아는 배려심이 있다.
자기의 뜻을 관철해야 할 때는 또 올곧다.
양보도 잘 하는 편인 듯.
시베리아 선발대(2019)에서도 배려심이 많이 돋보였다.
장난기 넘치는 모습이 있기는 해도
그의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정말 특별하다.
특히 작업 현장에서 스태프를 배려하는 모습을 곧잘 보게 되는데.
그는 화려한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을 법도 한데.
굳이 아래로 내려와서 눈높이를 맞추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자신에게 오는 편지들도 소중히 보관하며
짬날 때마다 풀어 본다는 그의 말에 확실히 느꼈다.
삶 속에 이야기 보따리가 많은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의 귀여운 별명인 다람쥐를 떠올려 봐도.
항상 입 주머니에 뭔가를 가득 넣고 있잖아.
거기에 남길은 사람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넣고 다니는 게 아닐까 싶다.
심심할 때 하나씩 꺼내어 보는 거지.
작가가 되고 싶었다던 그의 말에 눈길이 확 갔다.
나도 똑같은 마음을 품고 사는 사람이기에.
나는 남길 만큼 생각이 깊지는 않지만.
그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기에.
매번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끌어다가 풀어쓰고.
그걸 덕질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하는 일들을 한다.
그래서 차기작은 어디쯤인지....?
아니, 그게 아니라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또 역지사지의 입장 치환을 자주 행하기에.
남길은 그렇게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한 것이 아닐까.
나를 돌이켜 보면 되게 이중적이다.
말씨와 행동은 그럴 듯한데.
사실 마음 속은 완전 시커멓거든.
요즘은 그래도 남길을 보며 많이 정화하고 있는데.
거의 폐수 처리장 급이라 아직 순수까지 가려면 멀고 먼 듯하다.
누구나 가슴 속에 말할 수 없는 시커먼 것들 품고 살고 있잖아요?!
그것이 법적, 윤리적으로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제어하고 살아가잖아.
때론 답답할 때마다 남길을 떠올리면
마치 리스테린으로 입안을 헹군듯이 정신이 번쩍 든다.
그래서 사람은 존경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하나 쯤은 목표로 두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하늘빛이 너무 하수상하다.
지구 멸망의 날인 것만 같다.
이따가 떡볶이 사러 나가야 하는데.
배달을 시켜야 하나......(귀찮)
남길이 목이 마르더라도 주변부터 챙기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마른 목을 축이는 것처럼.
상대를 배려하고 이야기를 오래 잘 들어주고.
그랬다면 내가 지금처럼 혼자이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좋게 말하면 나 홀로 주변을 따돌리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겁나게 외로운 생명이다.
근데 그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이 살고 있어서 문제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훌훌 벗겨지고 나면.
나 홀로 남으면.
그렇게 생각하면 되게 쓸쓸한데.
나는 덕후니까 괜찮을 거라는 자신이 드는 것은 왜일까.
말로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
서로 의지가 되어주기.
하나보다는 여럿이 함께.
그런 입바른 말을 나불대면서도 실은 내내 혼자였던 내가.
마음을 열고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으려나.
일단 남길을 매개로 해서 세력을 확장해보려고 한다.
처음에 지인에게 남길 팬이라는 말을 했더니.
[어, 배우 김남길이요? 그 사람하고 나이차가 꽤 나는데.....진짜요?]
이런 얘기를 들었었다.
처음에는 열이 확 올라서 그 사람을 12지 신상에 둘러싸서
규모가 작은 굴식 돌방무덤안에 장식해주고 싶었으나.
그러면 도굴이 쉽고 껴묻거리가 털릴 가능성이 높으니
안되겠다 싶어서
도굴을 시도 하면 푹 꺼져버려서 다 묻혀 버리는
돌무지 덧널무덤이 좋을까나...... 하고 공시 개그를 시도하지만.
아, 이번도 망한 것 같다.
그 분을 슴베 찌르개로 작살 내버릴 각오도 했는데.
역시 무릎 꺾기가 제일 재미있다.
무덤이고 찌르개고 꺽기고 뭐고.
일단 만나야 하는데.
이놈의 코로나 때문에, 또 삶에 치여서
직장인들은 이래저래 약속 잡기가 참 힘든 것 같다.
현실 삶도 촉촉하게 가꿔나가고 싶은 나의 모습이다.
덕후라고 해서 아무도 안보고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있고.
뭐, 그런 부분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한테
나라는 사람을 떠올리면 괜히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잔뜩 망가질 준비가 되어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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