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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김남길 치임 포인트57 모자

by 뽀야뽀야 2021.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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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모자 얘기로 괴롭힐 생각은 없었는데

 

주로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상큼한 남길이 있다.

특히 이한 시절의 남길은 상당히 원색적인 옷을 좋아했던 것 같다.

어떻게든 튀어보려는 시도였을까?

노오랗고 부농부농하고 화려한 옷들을 입고 인터뷰를 하곤 했었지.

또 연예인이니까 유행을 선도했을 거 아니야.

그래서 빵모자도 쓰고 요란한 벨트도 차고.

코가 긴 구두도 즐겨 신고 

나팔바지에 미치고.

그랬을 거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어머나!!] 싶을 패션의 결정체.

남길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니 참 캐낼 맛이 있는 사람이네.

물론 그 순간에도 아름답지 않은 적은 없었다.....(아련)

하지만 엄마는 남길에 대해 검색을 해본 결과 이런 답변을 주었다.

 

남길은 모자가 참 잘어울리네. 하고 말이다.

혹시 모던보이의 신스케 역 할 때만 본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그러나 내가 봐도 남길은 모자가 찰떡인 것 같다.

탈모만 조심하면 모자 써도 될 것 같다규.

 

남길이 비니를 쓰고 늘씬한 몸 뽐내며 

후줄근한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다녀도.

나는 남길한테 푹 빠졌을 것이다.

옷에 걸친 것이 뭣이 중요한가.

남길이라는 실체가 중요한 거지.

너무 마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걱정이 무색하게 벌크업하여 나타나는 남길에

놀라고 또 감탄하고.

내가 제일 하기 싫어하는 운동을 숙명처럼 지고 사는 사람.

몸 만드는 걸 꽤나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싫어하는 것도 같고. 귀찮아 하는 지도 모르고.

 

한 권의 책을 떼고 나니 자신감이 붙더라고.

[질서 너머]는 어떤 책일까?!

일단 시커먼 표지에 작가가 나와있어서 

되게 자신감이 넘치는 분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독자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한 장치일지도 모르지.

일단 꽤나 두께가 있고 주석도 많이 달린 것으로 봐서는.

만만한 책은 아닌 듯싶다.

오늘 아침은 브로콜리, 양파, 애호박, 햄을 다져넣은 

굴소스 볶음밥을 먹었다.

엄마는 냉장고에 반찬떨어지는 것을 제일 두려워 한다.

아기 새처럼 입 벌리는 자식이 둘이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아예 요리 고자는 아니다.

어느정도는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엄마 눈에는 언제까지고 어린애.

칼에 손 또 다칠까봐, 가스불 켜놓고 딴짓 할까 봐.

걱정이 끊임이 없다.

 

사실 불낼 뻔한 적도 있다.

부엌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를 올려두고 방으로 들어가버린 동생은.

음식이 타는 것도 모르고 계속 그러고 있다가.

내가 이상한 냄새에 이끌려 거실로 나오자.

그득한 연기를 헤치고 가스불을 끄고 뭘 해야 할 지 몰라 당황하자.

침착하게 냄비에 붙은 불을 끄고 환기를 하였다.

그 순간이 정말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

경비실에서는 우리집에서 불나는 줄 알고 두려워서 인터폰하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그 이후로는 불 앞을 떠난 적이 없었다.

요즘도 그렇다.

몸으로 익힌 지식은 정말 강하게 머릿속에 남는 것 같다.

그래서 젊을 때 많이 깨지고 부숴져 보라는 충고가 괜히 나온게 아니라는 거지.

 

남길이 예의를 강조하는 사람일 줄은 솔직히 몰랐다.

또 아빠 생각이 난다.

아빠는 굉장히 형식을 강조하는 분이셨다.

그래서 우리가 많이 피곤해했지.

아빠가 제대로 학문을 탐구했다면, 그리고 조선시대에 살고 있었다면

훌륭한 선비였을 거라고.

이 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고 보니 거실 서랍에 고이 보관해둔 족보가 떠오른다.

예를 강조하는 친척분께 귀하게 얻어온 것인데.

그 분은 아직도 과거에 매여 살고 계시더라고.

거기서 만족을 찾을 수 있다면 삶의 형태야 어떻든 다 가치있고 좋은 거지.

근데 아빠가 그렇다면 나는 반대일세.

다행히도 아빠는 고지식 하기는 해도 현대화가 많이 이루어진 사람(?)이었다.

남길의 그런 예의범절이 기초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대쪽같은 분이네. 

이제 나이가 들어갈수록 삶이 얼굴에 반영된다더니 헛된 말은 아니었나 보다.

이렇게 곧고 아름답잖아?!

내 얼굴이 엉망진창인건 다 이유가 있는 거였구나....(읭?)

한발짝 물러서는 거 아니고 진짜 엉망진창이다.

주근깨에 기미 알 수 없는 점, 뾰루지로 뒤덮여서 

살짝 홍조를 띄는 이 얼굴을 포기한지 오래.

 

제대로 찍어 바르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이런 나를 보며 엄마는 나중에 나이가 들면 후회하게 될 거라고 했다.

글쎄.

외모 지상 주의자가 아닌 나는 외모에 신경쓰면 안 돼.

그런 법칙이라도 있는 것 처럼.

무던하게 생각하려 노력했는데.

아무래도 얼굴에 큰 점은 신경이 쓰인다.

맨날 하는 말이긴 한데.

[이번 겨울엔 진짜 점 빼러 간다]

이 말을 n년 들은 것 같은데 말이다.

나는 아주 미세한 고통에도 약해서.

자처해서 아프고 싶지는 않은데.

보는 엄마가 너무 불편하다고 하니.

감수하는 수밖에...(T.T)

그리하여 혹독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자의 아닌 타의로 얼굴에 얼룩을 제거해야 하다니.

가혹하도다.

얼굴로 먹고 살 거 아니라고.

그냥 [냅두라고~~~~] 하는 데도.

[그래도 기본은 해야 욕 안먹는거야] 라는 엄마의 지론에는

당할 수가 없다.

엄마 좋다고 하는 일도 아니고.

다 나를 위한 일이 아닌가?!

잠깐의 고통인데 뭐 어때?!

다들 그렇게 어른이 되는 거야....라고 말하지(도주각)

이럴 바엔 아주 작았을 때 뺐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지금은 낯짝이 성장하면서 점이 좀 늘어났다.

분명 엄청 따갑고 아플텐데, 아 고민이다.

마취크림같은 것도 바르겠지?!

고뇌를 구체화해서 자신을 고문하는 방법도 가지가지.

 

근데 모자가 잘 어울리는 남길 얘기하다가 왜 여기까지 왔을까?!

갓도 써보고 했으니 이제 익선관을 쓰는 일만 남았군.

거, 곤룡포를 대령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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