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마주한 생명
마트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하게 된 노란 들꽃이다.
모험을 떠났을 때 우리는 정말 진귀한 식생을 발견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사진을 구리게 찍어서 그렇지 실제 보면 정말 탐스럽고 예쁘다.
요즘에는 비가 많이 와서 밖을 잘 못 다녀서 꽃 사진이 별로 없는데.
이제 장마오기 전에 빨빨대며 동네 산책 열심히 해서.
꼭 들꽃들을 다 만나고 말 거야.
그러고 보니 일요일에도 비가 오고
다음주에는 아주 비가 자주 온다.
슬슬 이른 장마에 들어가는 걸까.
그럼에도 기온은 항상 20도를 지키는 걸 보면.
늦은 봄비인가 장마인가 헷갈리네.
오늘 아침에는 볶음밥에 계란국을 곁들여 먹었다.
아무래도 아침에는 목넘김이 좋은 음식이 편하니까.
원래 국물도 줄이자고 약속했는데.
이렇게 또 먹게 되네.
그러고 보니 오늘 점심 메뉴는 탕수육과 쟁반짜장으로!
거의 메뉴의 주도권을 쥔 것은 동생이다.
동생이 먹고 싶은 거 위주로 결정하는 편이지.
근데 얘가 먹고 싶어하는 건 나도 대부분 좋아하는 거라서.
우리는 부담없이 결정을 맡긴다.
배달음식이 아니고 집 근처에 배달 안되는 중화요리집에 가서
포장해 오려고 한다.
귀찮은 일이긴 한데.
동네에 탕수육 바삭하게 하는 집이 없어서 그렇다.
너무 딱딱하거나. 아니면 눅눅하거나.
그게 싫어서 말이지.
시간이 참 나를 두고 빨리도 흐른다.
어쩌면 나를 둘러싼 소용돌이까지 만들어가며 빠르게 휙휙
지나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매일 디데이 달력 한장씩 넘기며 아빠를 추모하는데.
벌써 350일이 되었다.
잊혀지는 것도 잊어가는 것도 무섭다.
우리는 꼬박꼬박 아빠를 그리워하고 생각하고 있다.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아빠 이야기를 소환하고 웃고 그러고 털어낸다.
예전에는 아빠의 아...얘기만 꺼내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목소리가 잠기고 그랬었는데.
시간이라는 놈은 참 잔인하게도.
우리를 아무렇지 않은 경지까지 끌고 왔다.
꽃을 바라보는 것은.
아름다움을 취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그저 세상에 많고 많은 아버지들 중에 한 분.
그러나 우리에게는 너무나 특별했던.
그런 우리 아빠를 떠올리게 해서 더 좋다.
좋은 거, 예쁜 거 있으면 아빠 보여드리고 싶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빠가 있어야 할 자리에 안 계시니까.
더 그리움이 커져가는 것만 같다.
우리는 잘 할 수 있겠지, 분명.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도 잘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정형화된 일상이라는 틀에 우리를 구겨넣었기는 하지만.
움츠러든 어깨도 언젠가는 펴지겠지.
시간의 힘은 위대하니 말이다.
그래도 내가 가족사진 그럴듯 한 거 하나 남겨놔서 다행이다.
그 날 전주에 가지 않았더라면.
저 아름다운 흑백 가족사진은 탄생하지 않았을 거 아니야?
이야. 토닥토닥. 잘했어 뽀야.
아빠는 사진을 찍어주는 역을 자처하고 다녀서 그런가.
자신의 사진은 별로 없는 편이다.
아빠 친구와의 여행에서도 그렇고.
가족 여행에서도 그렇고.
그렇게 남을 위해 살아온 절반의 인생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반은 가족에게 주어도 좋았을 텐데.
좋은 기억만 나야 되는데.
자꾸 아빠 힘겨웠던 기억.
아팠던 날들.
이런 기억이 최신 기억이라 슬프다.
시간을 거슬러, 우리 행복했던 순간들이
내 앞으로 다가오면 좋으련만.
그 기억은 다 너무 빛바래서 퇴색되어 가는 중이다.
이제 나는 6월을 편히 보낼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5월이 가정의 달이다보니 더 아빠가 그리울 거야.
하긴, 언젠들 그립지 않겠느냐만은.
그래서 관심이 가게 된 드라마가 있다.
[무브 투 헤븐]
유품정리사의 이야기인데. 솔깃했다.
이제훈이 출연한다 하여 감각을 쫑긋 세우고
더 나오는 등장인물이며 줄거리며 알아보았다.
되게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사실 내가 시험을 앞두고 영상물에 빠지면 안된다는 건.
어린아이도 잘 알고있는 그런 사실인데.
나는 시험 긴장을 놓은 것일까?
아빠가 계셨어도 내가 이렇게 탱자탱자 놀 수 있나?!
답은, 전부 [아니다]로 범벅된다.
그래도 왠지 나는 이렇게 놀고 있어도
잘할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든다.
그간 공부를 소홀히 했으면서 말이다.
사실 일 년에 시험이 몇 번 없다고 해서.
다른 시험에 손을 뻗은 것은 두 개 다 어정쩡하게 하겠다는
그런 의지의 표명일수도 있다.
근데. 나는 다 잘하고 싶었어.
그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
지금 이 선택이 최선인가?! 하면 아닐수도 있겠지.
하지만 공부가 무력해지는 꼴을 많이 봤어서.
지금이라는 순간을 즐기고 싶어지는 것이다.
뒷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무모하게.
그렇게 나를 내 삶의 중심으로 가져다 놓고 싶다.
공부가 먼저라서 나를 뒷전에 밀어놓고.
나중에 즐겨. 나중에 해. 시험 끝나고 해.
그렇게 미뤄두지 않으려고.
내가 정신만 똑바로 차린다면 분명 두마리 토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티오가 문제이긴 하다.
워낙 나쁜 소리만 들려와서 말이다.
그래도 완전한 공고가 날 때까지는 열심히 해야지.
전공 기출 책도 샀잖아.
페이지수도 어마어마 하다고~
빨리 시작하지 않으면 올해에 다 못끝낸다~(허걱)
'보이나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남길 치임 포인트59 장발 (0) | 2021.05.30 |
---|---|
김남길 치임 포인트58 분위기 (0) | 2021.05.29 |
김남길 치임 포인트57 모자 (0) | 2021.05.28 |
자기검열의 시대에 사는 우리 (0) | 2021.05.28 |
김남길 치임 포인트56 토끼이빨 (0) | 2021.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