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이 다른 분위기
그런 것 같다.
남길은 분위기 조성의 일인자라고.
현장에서는 스태프들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헐렁한 사람이 되기도 하며.
슛들어가면 진지하고 때로는 귀여운 그런 배우라는 가면을 쓰고 임하게 되는 거지.
현실과 연기의 갭이 없는 사람이라고 처음에는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그 갭 사이에 츄리닝이 있었다.
음.... 그건 조금 극복이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원래 평상복으로 운동복을 입는 사람들을 이해 못했었거든.
아무리 편하다고 해도.
용도가 다르잖아 임마!! 라는 식으로 말이지.
그런데 나도 나이가 들수록 편한 옷을 찾게 되고.
같은 이유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운동복을 꽤나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일을 잘 못한다.
그래서 거짓말도 서툴고 금방 들통이 나 버리지.
손재주도 없거니와 꾸며내는 걸 잘 못하다 보니
손해보는 일이 많다.
때로는 아무렇지 않게 하얀 거짓말 해야하는 상황도 많은데.
아무것도 안 통할 정도로 투명한 사람이다 보니 내가.
남길은 집에서 딸냄 역할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귀여운 아들일까. 상상이 스멀스멀 돋기 시작한다.
엄마 요리하는데 치근대며 붙어서 간도 봐주고 조리도구도 다 정리하고 치우고.
쓰레기 내다 버려주고.
빼먹은 식재료 대신 나가서 사다 주고.
와구와구 기미하다가 엄마를 기쁘게 하는 몇 마디 던져주고.
으으으으으~ 너무 귀여울 것 같아!!!(뽕이 차오른다)
남길이 배역에 몰입해서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가족이 있어서
다행이다.
아무리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와 사랑이 있다고 해도.
곁에서 바로 챙겨주는 것만 못할텐데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아직 독립하지 않은 게 다행일수도 있겠네.
독립이라.... 내겐 너무 먼 얘기 같다.
엄마가 없는 저녁은 상상이 안 된다.
방에 나 홀로 덩그러니 남겨지는 거 아직 익숙하지 못하다.
엄마가 일 나가고 동생이 일이 있어 잠깐 나가는 그 순간의 정적도
내게는 버거운데.
독립이 가당키나 할까.
외로워서 말라 죽어 버릴지도 몰라.
식물도 아니고 말이다.
나는 겁나게 수동적이고 타인의 전적인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는
인간이라는 동물보다는 식물에 가까운 게 아닐까.
하지만 식물은 아름답기라도 하잖아.
나는 아름다움을 위한 노력은 1도 안하고 있는데.
식물 실격 아닌가...?!
그냥 길가에 돌멩이 그 정도밖에 안 될지도 몰라.
내가 하찮은 존재라는 자각이 된 순간이 제일 무섭다.
온갖 종류의 감정들이 들끓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조바심, 분노, 열등감과 같은 부정적 감정이 나를 지배하게 되는 순간.
꽃을 보거나 남길을 생각하거나 하며 감정의 끈을 놓아버린다.
좀 이완되고 완화가 되면 다시 행복회로가 작동하고
머릿속에 꽃밭이 들어선다.
그러고 보니 재미로 하는 공수테스트가 있었다.
나는 안타깝게도 [수]로 판명 되었다.
자기 성격에 대한 질문을 기반으로 하는 거라서.
남길이 하면 뭐가 나올지 궁금하다.
최강공. 뭐 이런거 나오지 않을까나.
그나저나 추어탕 글에다가 가격을 적지 못했다.
우리동네 기준으로 추어탕 한 그릇에 돌솥밥이 딸려 나오는 세트가
9000원이다.
음, 요즘 물가 치고는 싼 가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보양식을 먹는데 만 원이 채 안되다니.
가보니까 장사가 꽤나 잘되는 집이라서. 이 가격대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박리다매 좋지.
요즘에 공사 소음이 야금야금 심해지는 것 같다.
아침에 기계소리에 눈을 뜨게 된다.
벽 하나 사이에 두고 저쪽은 완전 다른 세계이다.
보니까 관리사무소인줄 알았던 건물이 실은 종합문화센터라고 한다.
어쩐지 규모가 크더라.
우리집이 공사 현황 파악하기 딱 좋은 자리라서.
분명 거주민 우선으로 이용 가능 하겠지?!
사람 모자라서 외부인도 받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아빠 제수용품을 장 보러 가야 한다.
왠지 발걸음이 무거워질 테니까.
내가 분위기 띄우는 역을 해야하는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나는 억지로 뭘 하려하면 되게 어색해 지는 편이라.
음...... 그냥 평소처럼 이얘기 저얘기 주절 대야겠다.
아무말 대잔치는 좀 잘하니까 말이다.
싸이월드 도토리 환불 안내를 하고 있더라.
얼마가 남아있을지 모르고 그냥 신청 넣어봤는데
답메일이 와서 놀랐다.
일단 장보고 와서 마저 서식 완성해야겠다.
오늘 하루는 길었으면 좋겠다.
어제는 너무 후루룩 지나가서 아쉬웠다.
그나저나 컴퓨터 하는 시간을 줄여야하는데.
도무지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모든 작업을 컴퓨터로 하는데.
예전에는 오전에 잠깐 하고 칼 같이 끄고 그랬는데.
이제는 아침에 켜서 밤까지 컴퓨터 붙들고 있으니 말이다.
에효, 네가 고생이 많다 컴퓨터야.
오늘은 주말이니까 내가 네 몸뚱이 위에 쌓인 먼지들 싹 털어줄게.
더 열심히 해 보자!
남길이 현장에서 으쌰으쌰 하는 것 흉내내서
나도 우리집 컴퓨터를 소중히 해야지.
그런데 먼지 떨이는 무슨 원리로 먼지를 흡착하는 걸까.
그저 털어내기만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정전기를 이용하는 건가?!
괜히 호기심이 발동했다.
게다가 먼지떨이는 세탁하는 것도 안되고 전용 오일로 닦아야 한다고 하잖아.
귀찮네...............(쩝)
손잡이는 플라스틱이니까 재활용 쓰레기인가?
내 방에 알게 모르게 먼지들이 소복이 쌓여가는 것 처럼.
남길 덕력도 한겹 두겹 소중하게 쌓여가는 것 같다.
오늘처럼 떡밥이 없는 날도 있는 거지.
이럴 때는 남길이 아닌 다른 사람 나오는 작품도 봐 가면서.
눈에 새로운 사람들 좀 넣어줄 필요가 있다.
하아. 아빠 너무너무 사랑해. 보고 싶다.
그런 마음 고이 접어두고 장보러 가야지.
눈물과 땀에 젖은 베갯보도 좀 갈아줘야하는데.
주말은 이래저래 바쁘구나.
인간답게 사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인 것 같다.(하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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