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2017)은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고
일반판과 감독판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일반판은 15세이상 관람가, 감독판은 청소년 관람불가이다.
줄여서 살기법이라고들 많이 부르는데.
나는 소설을 읽어보지 못해서. 이 영화가 원작을 잘 살렸는지 어땠는지.
그걸 판단할 힘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소재가 참 신박한 것 같다.
[연쇄살인범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라는 주제에서 파생되는 이야기인데.
어느날 운전하고 가다가 가벼운 접촉사고로 인해 차 밖으로 내려서게 되고
거기서 태주와 스치듯 만났을 때. 그 때의 긴장감은 최고였다.
약간 안개도 깔린 듯해서 머릿속이 몽롱해 졌지.
그리고 주인공이 망상에 빠져있는 것도 재밌는 부분이다.
가끔은 이 양반이 정신이 돌아온 게 아닌가?! 싶게 편집을 해놓아서.
뒤통수를 맞고 다시 화면 앞에 앉았다.
남길이 연기한 형사 민태주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잔인한 인물이다.
아니, 어쩌면 그건 병수의 망상이고 그는 선량한 형사일 뿐이다.
어쨌건 병수의 딸 은희를 이용하고 죽이려던 계획이 있었으니.
구. 살인자와 신. 살인자의 대결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특히 대숲에서 도망치는 은희를 추격하는 태주 신은 정말 무섭다.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는 태주를 보면서
벌크업한 남길이 얼마나 애썼을지를 떠올려 보게 되었다.
그리고 병수의 딸 은희 역을 맡은 배우 설현에게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되게 차분하게 평범한 딸 역을 소화해 내서 놀랐다.
그리고 달리기도 되게 잘하는구나 하고 느꼈지.
배우 설경구와 남길은 공공의 적 1-1이후로 다시 만나게 된 작품이다.
남길이 드라마에도 진심이지만 영화에 참여하는 걸 되게 뜻깊게 여기고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보는 내가 다 뿌듯했다.
극 중에서는 배우 설경구가 예민하고 마른 역인데다가
남길은 몸을 키워서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서.
뭘 먹을 때 설경구의 눈치를 많이 봤다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참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게 인간관계구나 싶었다.
작품의 배경은 군산이라고 한다.
군산 하면 개그맨 박명수밖에 떠오르지 않았었는데.
이 참에 살기법도 기억해 두자.
그리고 일반판과 감독판의 결말이 다른 것도 참 혼란에 빠뜨리는 부분이며.
계속 결말을 가지고 논쟁하게 되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병수가 결국은 태주를 죽이니까. 나쁜놈은 둘이었으나 살아남은 건 더 나쁜놈이었다.
이렇게 마무리 지을 수 있으려나.
그리고 병수가 계속 한 쪽 눈에 경련을 일으킬 때 되게 무서웠다.(후덜덜)
그런 디테일한 연기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남길 또 필모에서 죽었네.....에이....
안 죽는 캐릭터 찾는 게 더 빠를 지도 모른다.
사망전대라는 말도 싫어잉.
배우 김갑수가 그 분야 왕좌에 있는데.
남길도 만만치 않구나.
이제는 어떤 작품을 맡는다고 하면,
분위기가 밝은가 어두운가를 따지기 전에.
남길이 죽는가 아닌가를 가장 먼저 살피게 되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T.T)
그리고 태주의 빵빵한 갑빠(?)를 감상할 수 있어서.
또 잔인한 사람으로 변한 남길의 연기가 소름돋아서.
실실 쪼개고 있지만 되게 무서운 사람이라는 거.
결국 또 죽는 역할이라는 거.
전부 시리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