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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꽃소녀

by 뽀야뽀야 2020.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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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그렇게 머리에 달고 싶었을까.

하지 마라고~~그렇게 말해도 결국 꽃을 꺾어서 

머리에 꽃아보는 사람이 내 가까이에 산다.

그리고 사진을 찍고 있는 나라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이런 일로 인해 잠시 소녀가 되는 기분을 맛본다고 하면

어떨까...?

꽃은 식물의 부끄러운 속마음이다.

나 여기 있어요 라고 외치는 소리없는 아우성이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마주한 너라는 꽃은

너무 환하고 밝고 아름다웠다.

너는 순간을 살아가지만

나는 너를 찍어서 영원히 남기고 싶다.

순간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으니

너를 머리에 꽂게 허락해 주겠니.

 

꽃소녀는 한동안 네잎클로버를 찾느라 화단을 서성였다.

그곳에는 크고 힘찬 잎사귀를 뻗으며 자리잡은

세잎클로버들만 있을 뿐이었다.

아무도 선택되지 못한 채 

자신의 위로 떨어지는 그림자를 그저 바라만 보았지만

그것이 너의 꽃말 행복이다.

행운이라는 것은 너를 바싹 말려서 두꺼운 책 틈에 너를 끼워두고

결국 코팅지 속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일이다.

한 순간의 선택이 반갑다면

내가 너를 콕 집어 선택해주고 싶다.

나는 꽃을 찾아 헤맬 것이고

언젠가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겠지.

내가 네가 될 수도 있고 네가 내가 될 수도 있겠지.

우리 다시 태어나고 흙으로 돌아가 만난다면.

 

꽃소녀가 먼지바람 일으키고 지나간 자리엔

세잎클로버만이 잔뜩 남아 있다.

언젠가 뒤돌아 봐 줄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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