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이 우리 집에 들어왔다.
큰 화분은 아무래도 우리 능력 밖인 것 같아
꼬꼬마시절부터 키워보기로.
설마, 선인장을 죽이지는 않겠지?!
하지만 우리는 선인장을 고사시킨 이력이 있다.(후덜덜)
손에서 놓칠까봐 덜덜 떨면서 가져오느라
화분 밑부분이 움푹 들어갔다.
그래도 중마사를 깔아주어
보기도 좋고 물빠짐도 시원시원~(하겠지)
운이 좋다면 네가 꽃피우는 모습도 볼 수 있으리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정말 좋겠다.
이 녀석을 데려오고 분갈이 하느라
움직인 5000보가 아깝지 않게
목말라 죽지 않게 잘 키우겠노라.
그렇게 다짐해 본다.
그런데 확대해서 찍어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더 작아서 너무 귀엽다.
세상 모든 것들은 작을수록 귀여워.
화분집 아저씨는 쌀쌀맞지만
꽃나무에 관해 물으면
술술 이야기하시는 귀여운 분.
집안에는 희한하게도 빈화분이 많다.
그만큼 식물을 많이 길렀다는 뜻인데
그 시절 나는 식물과 교감하지 못했다.
이제 옆구리가 슬슬 시리는 시기가 와서 그런가?
이상하게 생명들을 새로 만나면 되게 두근거리고
사람한테서 느껴야 할 정을 깊게 느끼게 된다.
나중에 테스형을 틀어줘 봐야지.
왠지 좌우로 생동하며 자랄 것 같다.
음악을 들려주면 잘 자란다는 말에
아, 그럼 클래식을 틀어줘야 하나? 했지만
대중가요로도 된다던 엄마의 말에 반신반의 하며
아, 한국에서 나고 자란 종이라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는 뽀야.
식물 몇 가지 늘어났다고
이렇게나 기쁠 건 또 뭐지?!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책에서 했던 실험처럼
자기가 책임감을 가지게 되는 일이 생기면
(예를 들어 화분이나 개나 새를 기르게 된다거나)
그만큼 더 건강히 오래 살게 된다는 것을
새삼 와닿게 느끼고 있다.
지금 불행하고 기운빠진다면 뭔가를 길러보기를 추천한다.
그렇다고 방임해서 고사시키면 마음의 짐이 더 늘어날지도 모르니
조심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