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진마늘 그냥 사면 될 걸.
아냐아냐, 향이 틀리다며.
그리하여 마늘을 빻게 되었다.
물론 울리니까 두껍게 마른걸레 몇 장 깔고 시작한다.
쿵쿵쿵쿵.
설마 낮시간에 주무시는 분이 있진 않겠지?
리듬을 타볼까?
쿵쿵/쿵쿵
쿵/쿵쿵/쿵/쿵
어차피 다 소음일텐데.
엄마와 번갈아가며 큰 한 봉지 마늘을 다 빻았다.
BGM은 가수 나훈아의 테스형.
테스형!! 쿵쿵
세상이 왜 이래~ 쿵쿵
테스형!! 쿵쿵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쌓인 마늘가지고 장난이 돋아서
하트를 만들어보았는데 머리카락이 들어갔을 줄이야?!
이게 바로 손 맛이지예~(엥?)
근데 뽀야는 정말 똥손이다.
아무리 만들어보아도 계속 V 모양이 되거나
U자가 되거나 하는데 엄마의 손길로
하트가 무사히 탄생되었다.
[너는 뭐 이런 재주도 없냐.]
하시는데 할말이 없었다......(힝)
뽀야는 멀쩡한 사과를 칼질하다가 손가락 날려먹는
그런 사람이니까. 뭐 그럴만도 하지......
마늘을 빻는데도 기술이 있다.
어느정도 다진마늘이 사발에 모이면
사방으로 튀기 시작하므로 빨리 덜어서
옮겨 놓으면 새로 빻기가 좋다.
예전에는 이런 일 시키면 되게 짜증내면서
쿵쿵 거렸었는데
새삼 재미있다.
어쩜 사람의 마음이 하는 일이 다 그럴까.
바쁜 일이 없는 사람은 현자가 된다더니.
또 마늘을 빻을 때는 소매를 걷어붙이는 것이 좋다.
엄청 마늘이 튀기 때문에.
또, 바닥에도 사정없이 튀니까 행주를 곁에 두면
바로 닦을 수 있어서 좋다.
신문지를 깔고 하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신문을 안 봐서 신문지가 아깝다.
그러니 조심스레 딱딱 끊어서 빻아주자.
엄마는 딱딱 끊어서 하라는데 무슨 말인지 느낌이 잘 오지 않아
8비트로 마늘을 뽀사버렸다.
점차 신나기 시작하면 4비트->8비트->16비트가 된다.
그러고 보니 ABC주스에도 비트가 들어가는데......(허걱)
요새 아재개그가 맣이 늘었다.
점점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있다는 뜻이다.
안되는데.
이 나이에 소프트웨어가 아재면 답이 없는데......
하긴 하드웨어도 그닥......
외모지상주의는 좋지 않아...!
뽀야는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중에 꾸미고 가꾸는 사람이 많다면
그 사람들이 돋보이려면
안 꾸미고 안 가꾸는 사람이 적어도 몇은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없다면 꾸미는 사람들이 돋보이긴 쉽지 않다.
그래? 그렇다면 뽀야는 그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겠어!
나의 꾸미지 않음으로 네가 더 빛난다면 좋겠구나.
이런 관대한 마음으로 가자.
사실은 꾸미기 귀찮아서 아무것도 안한다는 것을
참 포장하려고 애쓰고 있다.
쨌든 풀메이크업은 뽀야에게는 너무 가혹한 과제이다.
선크림만 발라도 호들갑 떠는 뽀야에게
화장품을 늘어놓고 갖춰 바르는 날이 오긴 올까?
안 온다에 500원 걸지.
지금도 기초 빨리 다 써버리고
크림만 바르려고
화장품 단축키를 눌러대는 뽀야에게
화장이란 무슨 의미가 있나...?
어차피 지울 것을......(개허무)
나는 허무주의자다.
나는 추상주의자다.
아니 내 얼굴이 추상화야......(이해가 안됨)
어떻게 하면 멀쩡한 얼굴을 이따위로 만들 수 있을까.
이 많은 기미와 주근깨, 점들을 어찌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뽀야는 신경 한 톨도 안쓰고
가리지도 않고
그냥 그러고 다닌다.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다.
심지어 회사에 다녔을 때도
물론 보시는 분들이 불편했겠지만
뽀야는 자유로웠다.
그런 사회가 빨리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가면을 쓰는 건 적당히.
왜 다들 매일 가면무도회를 여는지 모르겠다.
정말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여성들이
하루빨리 자유롭게
자신 얼굴의 특이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으며
뾰루지며 점이며 다 개성으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한다.
안그래도 코로나19때문에 마스크 착용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며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꾸밈의 진정한 가치란 뭘까...?
마스크로 가려진 만큼 꾸밀 수 없어지자
마스크 줄을 가지고 또 꾸미고 있는
이 사회가 비뚤어지지 않은 건가?
뽀야가 너무 귀차니스트인가...?(99%)
남들이 보기 때문에 꾸며야 한다면
기존 보다 훨씬 대면접촉이 줄어드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꾸며야 적당한가?
언젠가는 지치게 될 것 같다.
치장 산업도 내 얼굴도.
어차피 종착역은 주름인데.
......무슨 얘기 하다가 여기까지 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