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이나요

다진마늘

by 뽀야뽀야 2020. 10. 9.
반응형

 

 

 

다진마늘 그냥 사면 될 걸.

아냐아냐, 향이 틀리다며.

그리하여 마늘을 빻게 되었다.

물론 울리니까 두껍게 마른걸레 몇 장 깔고 시작한다.

쿵쿵쿵쿵.

설마 낮시간에 주무시는 분이 있진 않겠지?

리듬을 타볼까?

쿵쿵/쿵쿵

쿵/쿵쿵/쿵/쿵

어차피 다 소음일텐데.

엄마와 번갈아가며 큰 한 봉지 마늘을 다 빻았다.

BGM은 가수 나훈아의 테스형.

테스형!! 쿵쿵

세상이 왜 이래~ 쿵쿵

테스형!! 쿵쿵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쌓인 마늘가지고 장난이 돋아서 

하트를 만들어보았는데 머리카락이 들어갔을 줄이야?!

이게 바로 손 맛이지예~(엥?)

 

근데 뽀야는 정말 똥손이다.

아무리 만들어보아도 계속 V 모양이 되거나

U자가 되거나 하는데 엄마의 손길로

하트가 무사히 탄생되었다.

[너는 뭐 이런 재주도 없냐.]

하시는데 할말이 없었다......(힝)

뽀야는 멀쩡한 사과를 칼질하다가 손가락 날려먹는 

그런 사람이니까. 뭐 그럴만도 하지......

마늘을 빻는데도 기술이 있다.

어느정도 다진마늘이 사발에 모이면 

사방으로 튀기 시작하므로 빨리 덜어서 

옮겨 놓으면 새로 빻기가 좋다.

예전에는 이런 일 시키면 되게 짜증내면서

쿵쿵 거렸었는데

새삼 재미있다.

어쩜 사람의 마음이 하는 일이 다 그럴까.

바쁜 일이 없는 사람은 현자가 된다더니.

또 마늘을 빻을 때는 소매를 걷어붙이는 것이 좋다.

엄청 마늘이 튀기 때문에.

또, 바닥에도 사정없이 튀니까 행주를 곁에 두면 

바로 닦을 수 있어서 좋다.

신문지를 깔고 하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신문을 안 봐서 신문지가 아깝다.

그러니 조심스레 딱딱 끊어서 빻아주자.

엄마는 딱딱 끊어서 하라는데 무슨 말인지 느낌이 잘 오지 않아

8비트로 마늘을 뽀사버렸다.

점차 신나기 시작하면 4비트->8비트->16비트가 된다.

그러고 보니 ABC주스에도 비트가 들어가는데......(허걱)

요새 아재개그가 맣이 늘었다.

점점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있다는 뜻이다.

 

안되는데.

이 나이에 소프트웨어가 아재면 답이 없는데......

하긴 하드웨어도 그닥......

외모지상주의는 좋지 않아...!

뽀야는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중에 꾸미고 가꾸는 사람이 많다면

그 사람들이 돋보이려면

안 꾸미고 안 가꾸는 사람이 적어도 몇은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없다면 꾸미는 사람들이 돋보이긴 쉽지 않다.

그래? 그렇다면 뽀야는 그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겠어!

나의 꾸미지 않음으로 네가 더 빛난다면 좋겠구나.

이런 관대한 마음으로 가자.

사실은 꾸미기 귀찮아서 아무것도 안한다는 것을

참 포장하려고 애쓰고 있다.

쨌든 풀메이크업은 뽀야에게는 너무 가혹한 과제이다.

선크림만 발라도 호들갑 떠는 뽀야에게

화장품을 늘어놓고 갖춰 바르는 날이 오긴 올까?

안 온다에 500원 걸지.

 

지금도 기초 빨리 다 써버리고 

크림만 바르려고 

화장품 단축키를 눌러대는 뽀야에게 

화장이란 무슨 의미가 있나...?

어차피 지울 것을......(개허무)

나는 허무주의자다.

나는 추상주의자다.

아니 내 얼굴이 추상화야......(이해가 안됨)

어떻게 하면 멀쩡한 얼굴을 이따위로 만들 수 있을까.

이 많은 기미와 주근깨, 점들을 어찌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뽀야는 신경 한 톨도 안쓰고 

가리지도 않고 

그냥 그러고 다닌다.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다.

심지어 회사에 다녔을 때도 

물론 보시는 분들이 불편했겠지만

뽀야는 자유로웠다.

그런 사회가 빨리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가면을 쓰는 건 적당히.

왜 다들 매일 가면무도회를 여는지 모르겠다.

정말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여성들이

하루빨리 자유롭게 

자신 얼굴의 특이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으며

뾰루지며 점이며 다 개성으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한다.

 

안그래도 코로나19때문에 마스크 착용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며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꾸밈의 진정한 가치란 뭘까...?

마스크로 가려진 만큼 꾸밀 수 없어지자

마스크 줄을 가지고 또 꾸미고 있는 

이 사회가 비뚤어지지 않은 건가?

뽀야가 너무 귀차니스트인가...?(99%)

남들이 보기 때문에 꾸며야 한다면 

기존 보다 훨씬 대면접촉이 줄어드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꾸며야 적당한가?

언젠가는 지치게 될 것 같다.

치장 산업도 내 얼굴도.

어차피 종착역은 주름인데.

 

......무슨 얘기 하다가 여기까지 왔지?!

반응형

'보이나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릎담요  (0) 2020.10.10
꽃소녀  (0) 2020.10.09
쌍둥이 베개  (0) 2020.10.09
책갈피  (0) 2020.10.08
먼지털이개  (0) 2020.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