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맞이하는 점심시간.
어제는 동생이 외출을 하여 점심을 혼자 먹게 되었다.
사진으로 봐도 되게 호화롭다.
반찬이 2종류 이상이라니. 이럴수가.
물만두와 귤 2개와 피자 1조각.
귤은 너무 맛있으므로 뀰이라고 부르고 싶다.
혼자있을 때는 웬만해서 TV를 켜려고 하지 않는 편.
트위터 검색을 하거나 다음카페에 들어가서 이슈를 훑어보거나 한다.
이렇게 혼자 남겨지는 일은 어차피 똑같다.
집에 사람 2명이 있어도 주로 방에서만 생활하는 뽀야니까.
홀로 라는 것이 그닥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왠지 내가 처량하다.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시끌벅적한 순간이 다행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독립해서 혼자 지낸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외로울까.
지금은 외로움이라는 걸 잘 모르겠지만
홀로 지낸다면 깊숙이 느껴질 것 같다.
나도 엄마처럼 TV에 의존하면서 그렇게
하루종일 TV를 켜 놓을지도 몰라.
그래서 독거 노인분들이 TV없으면 못사는 그런 상태가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 TV랑 대화하고 그런 수준은 아니니까.(안심)
토요일인데도 여지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두들기고 있자니
재택근무는 휴식이 없다!
이런 생각이 고개를 빼꼼.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더욱이.
오늘은 수업실연 스크립트를 짜 봐야지.
교과서랑 교사용지도서를 책상에 올려 두고 잤는데
오늘 아침 이 녀석들의 중압감이 장난없이 상승한 게 느껴진다.
우와 펼쳐보기도 겁난다~~~(바보)
해야할 일이 산더미인데.
어째서 주말이란 말이냐.
수험생에게 주말은 없다.
평소보다 좀 느슨해질 뿐이지.
그래도 아침은 푹 자고 싶었는데.(잉)
어차피 장보러 가야하니까
바깥바람도 잠깐 쐬고 좋은 일인가.
근데 요새 많이 추워져서 무섭다.
수능때 정점이던데.
등짝이 시릴 정도니까.
분명 손도 하얗게 곱을 텐데.
장갑 단단히 끼고 마음의 준비도 톡톡히 하고
바늘 하나 찔러 들어갈 틈 없게 준비 하시길.
사실 시험 긴장을 푸는 제일 좋은 방법은
나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다.
내가 1등할 거야.
나는 하나도 안 틀릴 거야.
이런 마음을 좀 내려놓으면
기분이 이상하게 가벼워진다.
몸이 산뜻해진다.
실수란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법인데
그걸 인위적으로 막으려 애쓰는 데
많은 에너지를 들이지 말자. 아까우니까.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여기에 에너지를 쏟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쪽에는
향할 에너지가 남지 않는다고.
어제 EBS FM을 조금 일찍 켜서 듣다가 알게 되었다.
아마 오디오 천국 이라는 타이틀이었던 것 같다.
그 아래 수많은 코너가 있는데 코너 이름까지는
기억이 잘 안난다......
의도적으로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 마당에서 기억을 건져올리는 게 어려운 뽀야.
엄마가 때로 할말을 잇지 못해
입에서 뱅뱅 도는 경우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어제 저녁에 주말에는 고기를 먹는 게 어떻냐며
고깃집 이름을 떠올리는데
우리는 다 알고 있는데 엄마 혼자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동생이 누나, 엄마한테 힌트주지 말라고.
그런데 엄마는 힌트를 듣고도 쉽게 떠올리지 못하였다.
이렇게 우리는 시간이 기억을 좀먹어 가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한다.
엄숙한 시간이었다.
조금 씁쓸해지기도 했다.
이제는 뽀야가 먼저 힌트 주지 말아야지.
엄마가 스스로 떠올리도록 해야지.
그간 너무 옆에서 추임새를 많이 넣었던 것 같다(?)
엄마의 도움이 되고 싶었던 마음이었지만
그게 오히려 엄마를 망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기억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해져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옛 기억은 또렷한데 지금 기억이 희미하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다.
과거에 갇힌 삶을 사는 거니까.
더이상 확장 할 수가 없다는 거니까.
마음도 기억도 쓰면 쓸 수록 연결이 늘어나고 단단해 진다.
그런 연습이 필요한 때다.
건망증이라고 쉽게 치부하지 말고
내 마음과 마주보며
내가 한 발짝씩 뒤처지고 있음을 받아들이고
더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자.
그런 숙제를 남긴 저녁 대화였다.
홀로 먹는 밥상은 영 좋지 않아!
왜 밥상을 꼭 같이 해야 하는지 이제 알 것 같다.
괜히 울적해지기 때문에.
설거지랑 밥상 정리가 가볍다는 이유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줄이지 마세요.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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