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굴러들어온 화석 같이 생겼지만.
정말 상큼하고 맛있는 블루베리 파운드이다.
엄마를 따라 끌차를 끌고 조금 멀리 마트에 가보았다.
오븐에 구운 시리즈를 어마어마하게 쌓아두고 판매하고 있더라.
뽀야는 침을 꿀꺽 삼키며 뭘 사갈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데.
눈에 딱 들어온 것이 바로 이 블루베리 파운드였다.
검은 빛깔을 띤 요리는 그닥 침샘을 자극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먹물 파스타 혹은 짜장밥 등등.
그런데 빵 냄새가 이렇게나 상큼할 수가!
냄새를 사진으로 찍어 올릴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리고 한 입 베어물면 물론 색소겠지만
보랏빛 속내를 드러내 보이는 블루베리 파운드.
진짜 너무너무 맛있다.
엄지와 집게로 잡고 먹어도
기름이 별로 묻어나지 않아 가볍고.
소화도 잘되는 훌륭한 빵이다.
그래봤자 제가 빵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
많이 먹으면 살이찌는 것은 당연지사.
뽀야도 최대 하루 2개까지로 정해두고 먹고 있다.
근데 되게 질감이 가벼워서 하루에 한 통 먹자고 하면
다 먹어버릴 수도 있을 법하다.
근데 그러면 안돼요.
혈관건강과 혈중 빵 농도도 생각해 주셔야.
어째서 우리의 주식은 빵이 아닌 것인가!
억울해 하기도 여러번.
그래도 그나마 허락된 빵이 파운드케이크이다.
오븐에 구웠으니 괜찮아~ 하고 넘기는 것.
그리고 1개만 사면 아쉬우니까
과거 파운드 케이크를 처음 만나는 계기가 되었던
바나나 파운드도 같이 사 보았다.
뽀야는 아몬드가 올라간 것이 더 좋은데
엄마가 자꾸 오리지널을 원해서
결국은 엄마 뜻대로 하고 말았다.
그래도 기왕 살거면 뭐 하나라도 더 올라간 거
사는 게 이득 아닌가...?!
뽀야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또르르 굴리며 그렇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몬드가 너무 싫은 사람의
아무말 대잔치였다.
[아몬드는 너무 뻑뻑해.]
[아몬드는 기름져.]
[아몬드는 씹히는 맛이 별로야.]
[순수한 빵을 느끼고파.]
뭐, 취향 존중해 드립니다.
내 돈으로 사는 것도 아니고.
둥글게 둥글게 넘겼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비슷한 값이면
아몬드가 들어간 게 훨씬 낫다고
뽀야는 주장하고 싶다.
안그래도 매일 먹던 견과류가
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해서
월수금으로 줄여서 먹는 중인데
아몬드를 더 먹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근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오늘 우리가 산 빵은 주식이 아니라는 것.
밥을 먹고 난 뒤에 간식으로 먹어야 한다는 것.
오늘은 입맛이 없으니까 빵으로 때울래.
삐빅-! 절대 안됩니다.
오늘 아침에는 뜨끈한 짜장밥 먹으면서
역시 검은 빛깔은 식욕을 자극하지 않네.
하며 슥슥 비벼서 짜장 향을 코에 바르면서
그래도 향은 최고네. 하고 한 입 와앙 먹어 본다.
짜장밥 먹고 활짝 웃으면 개민폐.
고르지 못한 치열에 잔뜩 끼인 검은 것들은
식욕을 감퇴시킨다.
빨리 이를 닦아야 하지만 귀찮은 뽀야는
한참 TV를 보다가 15분을 넘겨서야
이를 닦기 시작하고.
사실 볼 것도 없는데 TV를 켜놓으면
무심결에 보게 된다.
그리고 계속 보고 앉아있으면
아무 의욕도 솟아나질 않는다.
그저 눈과 귀를 TV 속에 사로잡힌 채
껍데기만 앉아서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내 마음을 조종하는 TV가 싫었다.
뭐, 배우 김남길이 나오는 드라마가 한다던가.
하면 얘기는 또 달라지지만.
어차피 2021년일거야.
그 때도 공부하고 있으려나...?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다.
아침 10시 대청소 알람이 울려대는 것을
지겹다고 생각하며
인간은 역시 재미있어-!
이딴 생각이나 하고 있는 뽀야.
하루에 많은 갈등을 하지만
주말이 갈등이 정점에 오르는 때라고 하겠다.
편히 쉴 것이냐. 조금 더 매달릴 것이냐.
TV앞에서 열렬한 심적 갈등에 사로잡힌
뽀야의 마음을 아무도 모를 거야.(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