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이나요

내 식구 소개 - 4

by 뽀야뽀야 2020. 4. 18.
반응형

이 친구는 토토. 토끼니까. 

꽤나 오래 전 이야기 이다.

친구랑 좀 멀리 놀러 간 적이 있었다.

경포대도 가고 지역 축제도 들르고 그랬드랬지.

거기서 풍선 터뜨려서 상품 얻는 그런 게임이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내 품으로 들어오게 된 토토.

얼마나 보들보들 한지 모른다.

게다가 다리 부분이 접히게끔 되어있어서 항상 지지대가 필요하다.

품에 꼭 안으면 정말 포근하다.

인형을 좋아하는 내게 너는 어떤 마음으로 토토를 건네 주었을까.

짐 하나 덜자는 느낌으로?

미운 녀석 떡 하나 더 준다는 그런 식으로?

아냐아냐, 인형 보고 좋아하는 내 모습보고 뭐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서 그랬겠지.

나는 물건을 버리질 못한다.

손때 타고 적어도 5년은 묵은 그런 물건들이 

비록 자발적으로 사고하는 힘은 없더라도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쌓아두기만 하다가 정리도 못하면서 대책도 없는데.

플리마켓이라도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전부 인형만 나와있는 건 아니겠지.

그래서 평소에 아무리 맘에 드는 인형이 나타나도 잘 사지 않는다.

입양은 신중히.

선물로 받는 건 예외이다.

뭐라도 대환영.

뒷감당은 생각지도 않고.

가슴아파서 먼저 털 때도 팍팍 때리지도 못한다.

나 아직 전조작기 인가봐.

물활론적 사고를 버리지 못했어.

 

사실 그래서 물건 잃어버리는 것에 견디질 못하는 것이다.

예전에 한번 일하던 곳에서 손을 씻다가 팔찌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팔찌는 내 팔목을 빠져나와 세면대에 잘 모셔져 있었지만.

그걸 모르고 있던 나는 버스를 타고가다 휑한 손목을 발견하고

바로 버스에서 내려 왔던 길을 되짚어 가면서 팔찌를 찾기 시작했던 것이다.

엉엉 울면서.

팔찌가 세면대에 놓여있고, 보관 해주시겠다며 전화가 온 뒤로도

안심이 안되어서 혼났던 그런 힘든 하루였다.

그 때랑 비교하면 엄청 좋아진거지.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고 말이야.

결국 팔찌는 집에 고이 모셔두게 되었지만

지금도 약간 두렵긴 하다.

 

잃는다는 거에 참으로 취약한 나의 모습.

어차피 모든 것들은 모래와 같아서 내 손에서 조금씩 빠져나가는데

그걸 움켜쥐어 보겠다고 용쓰는 나도 참 바보같지.

손만 더러워질 뿐이야.

모래 알갱이가 손에 파고들어서 아플 뿐이야.

아는데도 잘 안된다.

언제쯤 편해 질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이중적인 마음.

 

 

반응형

'보이나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골동품  (0) 2020.04.18
끊임없이 발전하는 배우 - 김동욱  (0) 2020.04.18
선율을 갖고 노는 악동들 - AKMU  (0) 2020.04.17
요일 양말  (0) 2020.04.17
타나토노트  (0) 2020.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