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테이프 듣는 사람 있을까?
아예 테이프 넣는 공간이 없을 것 같은데.
아빠 방에 처박혀 있던 카세트 플레이어.
CD만 해도 골동품에 가까운데, 요즘은 다 MP3니까.
심지어 더 놀라운 것은 요놈은 라디오도 된다는 사실.
진~짜 오래전에 산 제품인데 아직도 돌아가는 걸 보면 너무나 신기하다.
그래서 브랜드 제품 사라고 그러는 건가 싶기도 하고.
라디오/CD재생/테이프 재생까지 되는 놀라운 만능 플레이어.
이 기계가 고장이 났더라도 나는 버릴 수 없었을 거다.
법정스님께서 무소유를 외치시지만
나는 무엇 하나 버린 것이 없다.
아이고 못난 중생......
두번째는 연필 깎이.
요즘 누가 연필 쓰나요?
며칠 전에는 책상 서랍에서 12개 짜리 지우개 달린 새 연필도 발견했다.
심지어 포장을 뜯지도 않았다.
그래서 연필깎이를 찾던 차에 발견된 귀요미 연필깎이.
이 놀랍도록 부농부농한 녀석이 사실 동생 거라는 사실.
외관은 누렇게 세월을 입었지만 아직도 잘 돌아간다.
종이에 닿을 때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좋아서 연필을 참 좋아한다.
근데 자주 깎기에는 너무 번거롭고 손도 다칠 위험도 있고 하잖아.
연필깎이가 필요한 이유다.
연필이 없었더라도 나는 이 녀석을 버릴 수 없었을 거다.
이렇게 골동품이 쌓여 가는데......
어떤 물건들은 수십 수백년이 지나야 가치가 올라가고
희귀하고 드물어야만 가치가 생기고
그러는 모습을 많이 봐 왔다.
물건에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무언가가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필요한지.
그런 잣대로 물건을 바라봤을 때
세상에 쓸모 없는 물건이란 없을 것이다.
쓰레기도 반으로 줄지 않을까.
리폼하면 되잖아.
조금 먼지가 앉았더라도 닦아내면 쓸 수 있잖아.
우리의 작은 관심이
버려지는 물건들을 구해낼 수 있다.
그들의 쓸모를 무시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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