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구는 토토. 토끼니까.
꽤나 오래 전 이야기 이다.
친구랑 좀 멀리 놀러 간 적이 있었다.
경포대도 가고 지역 축제도 들르고 그랬드랬지.
거기서 풍선 터뜨려서 상품 얻는 그런 게임이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내 품으로 들어오게 된 토토.
얼마나 보들보들 한지 모른다.
게다가 다리 부분이 접히게끔 되어있어서 항상 지지대가 필요하다.
품에 꼭 안으면 정말 포근하다.
인형을 좋아하는 내게 너는 어떤 마음으로 토토를 건네 주었을까.
짐 하나 덜자는 느낌으로?
미운 녀석 떡 하나 더 준다는 그런 식으로?
아냐아냐, 인형 보고 좋아하는 내 모습보고 뭐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서 그랬겠지.
나는 물건을 버리질 못한다.
손때 타고 적어도 5년은 묵은 그런 물건들이
비록 자발적으로 사고하는 힘은 없더라도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쌓아두기만 하다가 정리도 못하면서 대책도 없는데.
플리마켓이라도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전부 인형만 나와있는 건 아니겠지.
그래서 평소에 아무리 맘에 드는 인형이 나타나도 잘 사지 않는다.
입양은 신중히.
선물로 받는 건 예외이다.
뭐라도 대환영.
뒷감당은 생각지도 않고.
가슴아파서 먼저 털 때도 팍팍 때리지도 못한다.
나 아직 전조작기 인가봐.
물활론적 사고를 버리지 못했어.
사실 그래서 물건 잃어버리는 것에 견디질 못하는 것이다.
예전에 한번 일하던 곳에서 손을 씻다가 팔찌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팔찌는 내 팔목을 빠져나와 세면대에 잘 모셔져 있었지만.
그걸 모르고 있던 나는 버스를 타고가다 휑한 손목을 발견하고
바로 버스에서 내려 왔던 길을 되짚어 가면서 팔찌를 찾기 시작했던 것이다.
엉엉 울면서.
팔찌가 세면대에 놓여있고, 보관 해주시겠다며 전화가 온 뒤로도
안심이 안되어서 혼났던 그런 힘든 하루였다.
그 때랑 비교하면 엄청 좋아진거지.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고 말이야.
결국 팔찌는 집에 고이 모셔두게 되었지만
지금도 약간 두렵긴 하다.
잃는다는 거에 참으로 취약한 나의 모습.
어차피 모든 것들은 모래와 같아서 내 손에서 조금씩 빠져나가는데
그걸 움켜쥐어 보겠다고 용쓰는 나도 참 바보같지.
손만 더러워질 뿐이야.
모래 알갱이가 손에 파고들어서 아플 뿐이야.
아는데도 잘 안된다.
언제쯤 편해 질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이중적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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