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을 좋아하는 뽀야 눈에 딱 뜨인 꽃.
꽃봉오리가 탐스럽다.
겹겹이 노란 치마 입고 활짝 웃는 것 같다.
가을의 문턱에서 모처럼 따스한 날씨에
반응하는 듯 한 무더기 피어있는 모습이
너무 소담하고 예뻤다.
집에서는 꽃 기르기가 쉽지 않은데.
밖의 꽃들은 저마다 잘도 자라난다.
집 안에서만큼 신경을 자주 쓸 수 없을 텐데도.
오히려 꽃은 내버려 두는 게 잘 자라게 하는 길인가..?
아직도 꽃을 틔우지 못하고 있는 우리집 일일초를 바라보며.
꽃이란 정말 이세상의 아름다움이 아니다. 싶게 만드는 존재라고
그래서 키우기가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노란 꽃을 보고 있자니 어릴 때 재롱잔치 같은 것이 떠올랐다.
하얀 스타킹을 신고 그 위에 에어로빅 복 같은 의상을 입고
물론 그 의상에 소매와 바짓단은 치렁치렁하게 해놓아서
몸을 움직일 때마다 덜렁덜렁 따라오게 되어있다.
머리에도 헤어밴드를 했었던 것 같다.
무슨 장기자랑인지는 몰라도 노래에 맞춰 춤을 췄던 기억.
그 때만해도 몸이 이렇게 삐걱대지는 않았는데.
제법 맨 가운데서 춤췄었다고...!(두둑)
그 옷도 그 시절의 나도 여기에는 없지만
왠지 꽃을 보고 있자면 인생을 좍~ 영화필름처럼 펼쳐서
보고싶게 된다.
이제 시험을 보면 나는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시험결과는 훨훨 날아서 어디까지 가려나.
1차시험 지나 2차시험까지 날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최종 임용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다.
이 임용시험이라는 것이 한 해의 마지막에 시작해서 내년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앞선 학년도 명칭을 사용한다.
지금이 2020년이니까 시험을 11월~1월에 보므로
이번 시험은 2021학년도 시험이 되는 것.
올해 초부터 공부하신 분들은 지긋지긋 할 것 같은
수험 레이스.
게다가 2차시험은 이틀에 걸쳐서 본다.
지난 해를 떠올려 보면 굉장히 추웠는데
그 때 구두를 신고 치마를 입고 치렁치렁 할 것을 생각하니
집에서도 숨이 막혔던 기억이 있다.
기록적인 추위를 자랑하던 그 때 그자리에 없어서 다행이었던 건지 뭔지.
내 몸의 안위가 시험결과보다 더 중요했던 시절.
그나저나 2021년이라니 실감이 안나네.
아직 2020년이랑도 서먹서먹한 상태인데.
보내고 싶지 않달까.
케이크에 초를 더 꽂고 싶지 않달까.
계란 한 알을 판에 놓고 싶지 않은 마음.
아무리 봐도 나는 미련쟁이인 것 같다.
뭐 그렇게 남겨둘 것이 많은지 현재 흘러가는 시간에
올라타지 못하고 어물쩡어물쩡 거리다가
가장 뒤늦게 들어 앉아서는 후회만 하고 있다.
이젠 지난 날 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한데.
내년에는 꼭 경제인이 되게 해주세요.
하고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오늘 갑자기 몰아치는 비와 천둥으로
화장실에 앉아있다가 깜짝 놀라서
나오려는 게 들어갔다.
묵직한 가슴 안고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자니
조금 강한 빗소리 같기도 하고
부침개 먹고 싶어 지네.
이제는 부침개도 소화가 잘 안 되더라.
먹고 활동을 해야하는데
주된 활동이 앉아서 하는 일이다 보니
그래서 수험돌이들은 다 뱃살이 늘어지고
엉덩이가 퍼지고 그런가 보다.
가만 있어도 구슬픈데 몸까지 망가지는
이 짧아야만 하는 수험생활에 점이라도 하나 찍힐 날이 올까.
수고했어요 쾅 도장 찍어주는 사람도 없는데
울적해지는 비오는 아침.
토요일은 맑기를.
그날은 차가 덜 막히기를.
멀리까지 가야하니까.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게 할 수 있기를.
섬광과 같은 지혜가 내려오기를.
배가 꾸룩꾸룩 대지 않기를.
가슴이 떨린다고 다리까지 떠는 사람을 만나지 않기를.
참 걱정도 팔자다~ 싶은 요즘이다.
모두 다 잘 될 거예요.
희망의 노래를 저 노란 꽃에 담아본다.
나도 저렇게 탐스럽게 피어날 때가 머지않았네.
그동안 고생한 나는 앞으로도 다른 분야에서
고생을 계속 하겠지만
책상 앞에서 고뇌해야 한다는 점은 변치 않네.
이래서 돌잡이때 펜을 집으면 안되는 기라.
돌을 잡았으면 지금쯤 아이돌이 되었을 수도 있는데....(헛된 미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