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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늙은 호박

by 뽀야뽀야 2021.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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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 한테 늙었다고 부르기 미안하지만.

이런 호박으로 호박죽을 하면 아주 맛있지.

지금은 다 해체 되어 조각조각 냉장고에 잠들어있는 늙은 호박이다.

이걸 어떻게 집까지 가져왔을까를 생각하면 참 대단한 엄마다.

시골에서는 문밖에 많이 늘어놓는 걸 봤는데. 아파트에서 늙은 호박이라니!

진귀한 구경거리였다.

뽀야는 흐물텅 하는 모든 음식을 아주 사랑한다.

그 중에 제일은 역시 죽이다.

거기서도 눈부시게 빛나는 것이 호박죽이지.

냉장고에 잠들어있는 또다른 호박인 단호박과 섞어서 호박죽을 만들겠다며.

호기롭게 시작하였으나 계속 미뤄지더니.

지금에 이르렀다.

아마 숙성 돼서 더 달콤해졌으려나?

아니면 물러 터졌을까나........

 

왜 못난 사람을 호박이라고 부르는지. 호박을 만나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

정말 호박은 못난이다.

겉은 딱딱하게 말라있고 세로로 줄무늬가 깊게 패였으며.

계란같이 매끄렇지 못하고 뭉툭하다.

그래도 맛만 좋으면 장땡이지 뭘.

호박꽃도 꽃이라며.

노랗고 쪼글쪼글한 그 꽃을 나는 사랑한다.

 

오전 시간 나만의 고독한 사투는, 아무도 모른다.

글로 적힌 것만 봐서는 그냥 즐겁기만하지.

소설을 완성했을 때에도.

퇴고 하려고 붙들고 있었을 때도.

가족은 관심이 없었다.

그냥, 잘되고 있니? 정도로 멀찍이 떨어져서 관찰하였지.

나는 좀 더 적극적으로 코칭해주고 조언해주고 이런 걸 바랐는데.

기술적인 코칭을 바란 것이 아니라.

그냥 많이 애썼구나. 참 잘 하였다.

 그런 정도의 관심을 바랐는데 정말로 쓸쓸했다.

 

이렇게 되는 것은 내가 쓴 글을

내가 자꾸 볼 수 없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선량한 의도인지 불량한 의도인지 묻지 않고

그저 클릭 수로 판단하니까 말이다.

지금은 내 손을 떠난 글이지만.

4월이 되면 생동하는 봄과 어우러져 환하게 피어나기를.

집 구석에 처박아 놓는 못난이 호박같은 나이지만.

피어나는 꽃이 온갖 곤충들을 유혹하는 것처럼.

그렇게 크고 밝게 꽃피어 나기를.

 

 

30분마다 하는 5분 스트레칭을 짜보았다.

전체적으로 눈을 감고 하면 더 좋은 운동인데.

유튜브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기본 과정으로는, 주먹 쥐고 엄지 턱 들어올리기

쇄골뼈 밑에 손 얹고 고개 들기.

어깨 두손가락으로 짚고 목 기울이기.

옆보고 근육 잡고 정면보고 마사지.

그리고 배 집어넣기는 계속 확인하며 수정하고.

어깨돌리기와 허리돌리기 각 10회씩. 반대방향도 마찬가지로.

그리고 눈 마사지는,

눈 중앙에서 약간 윗부분 엄지로 마사지.

코 옆 광대뼈 앞쪽 검지로 마사지.

손을 ㄱ자로 만들어 눈썹에 대고 꾹꾹 눌러주기.

이어서 척추기립근 운동은,

브릿지와 백 익스텐션 그리고 버드독이다.

 

그렇게 안좋은 자세를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척추기립근 운동이 하고나면 뻐근한 느낌이 풀려서 좋은 듯.

나는 허리를 곧추세울 수 있는 힘이 좀 달리니까.

꾸준히만 한다면 정말 좋을 운동들인데.

지속성이 문제가 되는 거지.

그래도 일주일만 성공하면 괜찮다고 봐야겠다.

너무 홀로 단단해져서 주변의 권고나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유연하지 못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을 단호박이라고 칭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완전 흐물흐물해져서 부드러운 그런 호박죽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럼에도 가슴속에는 단단하고 쫄깃한 옹심이를 품고 있는.

그런 중심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뭐든지 열심히 하는 시대는 지나갔고.

이제는 잘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보이지 않는 물 속에서 수도 없이 발을 움직이는

그런 고고한 백조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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