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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짜장

by 뽀야뽀야 2021.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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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만 사놓으면 언제든 기꺼이 만들 수 있는 짜장.

당근과 감자를 대충 썰어 넣고.

가루를 물에 개어 그릇의 70%쯤 채워 준비하고.

깍둑 썬 고기를 볶아주고.

다 때려넣고 푹 끓이면 완성.

 

짜장이 집에 있는 날엔 왠지 파티같다.

냄새도 정겹고, 빛깔도 예쁘다.

원래 김치에다가 먹어야 하는데.

썰기도 귀찮고 하여 대충 집에 있는

양념 마늘종으로 대신하였더니 

완전 맛있는 게 아닌가!

최고의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아무것도 되어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처음 해낸 일이 소설 완성이다.

A4 65장짜리 장편소설인데.

편 수로는 약 20편을 썼다.

1편에 200자 원고지 23장 정도씩을 썼다.

음, 매일 1시간씩 투자하여 마지막에 속도를 좀 내보았다.

소설 얘기를 하자면 머리를 긁고 싶어지는데.

그래도 뭔가 하나를 끝낸 경험은

삶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그런 글감 말이다.

이제 다른 책을 읽어 내려갈 때 그 노고에 감사하면서

읽어야 겠구나 하는 사명감조차 생긴다.

창문 밖으로 내리는 거센 눈발을 보면서 생각할 때와.

밖에 나가서 발끝에 차이는 눈을 바라보며 생각할 때가 참 다르다.

굉장히 쌀쌀하기도 하고. 직접경험이란 게 역시 강하다.

그래도 간접경험의 기쁨이라는 게 있는데.

간접 경험치도 무시할 게 못된다.

그런가 하면 마음이라는 것도 있지.

마음은 경험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할 때도 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주고자 하는 힘.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뛰쳐나가 아이를 일으켜주는 것은.

마음이 하는 일이다.

그래서 마음쓰는 일이 그렇게 힘들고 단련하기 어려운 근육 같다.

짜장이, 강한 맛으로 모든 재료를 포근히 감싸안아 

완성되는 것처럼.

나도 나만의 독특한 맛으로 모든 글감을 끌어안아 

완성시켜 나가고 싶다.

 

새로운 단막극 쓰기는 좌절되었지만 글감이 남아있기에.

차분히 구상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언젠가 우연히 오며가며 만나게 될 순간을 기다리며.

묵은지가 깊은 맛을 내는 것처럼.

잘 묵혀 두어야겠다.

오늘 외출하여 어느정도의 발걸음이 확보되었음에도.

건강을 생각하여 러닝머신을 뛰어야지.

식후땡으로 3-40분 운동하는 것이 그렇게 몸에 좋다던데.

다들 알고 있음에도 사느라 바빠서 놓치는 그 일을

내가 먼저 해봐야지.

시간이 손끝에 남아 도는 나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이다.

운동이 끝나고 씻고 침대에 걸터앉으면 그렇게나 포근한 잠이 쏟아진다.

원래도 잠이 많긴 하지만.

노곤노곤한 그 기분을 빨리 느끼고 싶다.

 

오늘도 여유부릴 수 있어, 행복한 하루.

한 번의 외출이 가져다주는 삶의 소중함 되짚어보기.

이닦기를 미루고 미뤄서 겨우 움직이는 몸을 해가지고.

축축 늘어져 소중한 매일을 겨우 손에서 떠나보내는 게 일이었던.

지난날이 아까운 줄 안다면 지금 움직이자.

봄은 아직도 저 멀리 모퉁이에서.

머리카락 한 올 뾰족히 내밀고서 기다리고 서있다.

언제쯤 나와야 머쓱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언넝 그 손을 잡아끌어 내곁으로 당겨오고 싶지만.

실랑이 하는 것도 지겨운 일이기에.

네가 웃는 얼굴로 꽃샘추위를 몰래 갖다 내려놓고 도망가기 좋아하는

어린아이와 같다는 것을 깜박하고 나는 또.

뒤돌아선 너의 뒤에서 너를 꼬옥 끌어안아 줄 두팔 하고서.

봄아! 어서 와! 하고 말할 그날을 기다리면서.

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냉기를 떨쳐내며 너를 부른다.

봄이 오면, 당신께 들려드리고 싶어요.

나비 날개 퍼덕이는 소리, 길가에 들풀 부딪히는소리.

잠많은 내가 날에 겨워 하품 꿈벅대는 소리.

당신 귓가에 가 닿도록 조용히 따스한 바람 밀어넣을게요.

도망가지 말고, 들어 주세요.

사랑하는 이여, 쓸쓸하게 먼저 가지말고 여기 쳐다봐 주세요.

당신이 내려다보는 그 자리에 우리가 모여앉아.

당신 이름 부르며 울부짖는다하여 마음쓰지 마세요.

이 또한 지나갈 일이다. 다시 웃어보일 그날을 위해.

아껴 두세요. 당신의 거친 손으로 내 이마를 쓰다듬던

따스한 나날을 잊지 못하고 있을테니.

우리 다시 만날 그날에, 잘했다고 칭찬해 줘요.

아빠 곁으로 보내는 꼬깃꼬깃 접은 작은 마음

여기에 툭 내려놓고 뒤돌아 갑니다.

사랑합니다. 그립습니다. 오늘도 눈물 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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