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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다른동네 대숲

by 뽀야뽀야 2020.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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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하게 되면 우선 그 근처에

멋진 또는 좋은 꽃나무가 있는지를 살피게 된다.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우리 주변의 초록이 많다는 걸 또 알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쓰고 찢어버리는 종이 한 장에도 나무가 스며있고

우리가 숨쉬는 공기에도 나무가 내쉰 숨이 섞여 있다.

어쩌면 도심에 나무가 있다는 게 되게 아이러니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콘크리트 정글에 말이지.

오늘 매번 같은 자리에 음식물이 끼는 

고르지 못한 나의 치열을 더듬으며

사정없이 짓이겨대는 이쑤시개가 톡 하고 부러졌을 때

AC를 외쳤던 그 마음속에는 

나무를 생각하는 마음이 1도 없었을까.

 

2020년 7월 9일에는 보기 드물다는 대나무꽃이 1천그루에서 피어나

구경감이 되었다는 뉴스가 있기도 하다.

우리집 선인장에 꽃이 맺힌다면 뉴스가 될까나.

우리가 무심하게 사용하고 부러뜨리는 나무 젓가락도 

나무에서 온 것이 아닌가.

우리주변에 나무 굉장히 많다니까.

지금 뽀야의 생활에서 책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그런 거대한 뼈대를 이루는 생활 속 중심이 바로 나무인 것이다.

그러니 나무만 보면 사진을 찍어대고

감탄하고 그러지.

어디어디에 아파트가 또 조성된다더라 하는 카더라를 들으면

또 얼마나 많은 초지가 베어질까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다.

오랜만에 동네를 벗어나는 기회를 얻었던 어제.

집에서 조금 떨어진 어딘가에 덩그러니 들어선 전철역을 보면서.

야, 입구가 참 ㄷ자처럼 생겼네.

이 동네 곧 발전하겠네?

이야~ 좋겠다아~

하고 자본주의가 잔뜩 끼어있는 미소를 날리고 지나갔던 것이다.

나무를 심는 것이 베는 것 보다 훨씬 득이 된다는 걸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꼭 증명해줘 나무야!

너의 가치는 너 하나의 존재만으로도 빛난다는 걸 사람들이 모두 

알게 해 줘!

네가 있음으로 수많은 벌레들이 거기에 더불어 살아가고 

새들이 와서 지저귀고 쉬며 

아름다운 잎사귀와 열매로 먹고 사는 이들도 있다는 걸

너는 주렁주렁 생명을 연결하는 고리라는 걸.

우리 지구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라는 걸.

세상사람들은 알까...?

그깟 나무 하나 심는다고 뭐~

이런 기분일 게 분명한데.

 

사람들이 자기 집에 자기만의 정원정도는 가꿀 수 있는 

여유. 그런 한 박자 쉼.

그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남는 시간에 휴대폰 들여보기 보다는

산책하기. 또는 꽃들에 물주기. 소통하기.

그런 시간이 추가된다면 사람들 간의 분쟁도 

한 박자 쉬어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여유를 만드는 마법이지.

그래서 예술이 우리 삶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인데

이미 미술을 비롯한 예술은 뭔가 특별한 날에 즐기는 것.

우리 삶과 너무 뚜렷한 경계를 가지는 것.

이렇게 잘못 정의되어서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다.

코로나 19가 진정되면 

사람들의 마음에도 여유가 생길까.

아니면 이 여유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고

가외적인 것이라 전혀 돌아올 공간이 없을까.

뽀야도 무슨 일을 시작하게 되면 허둥대기 일쑤이긴 해도

침착해야 한다는 걸 모르지는 않는다.

실천이 안되서 문제지만.

어쩌다가 이렇게 여유가 없는 인간이 되어버린 걸까.

번호표를 손에 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이 기묘한 독촉은

언제쯤 멈출까.

한장 두장 달력 찢어가며 기다리는 이 갈 곳 없는 마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가끔은 벤치에 앉아 

마냥 생각에 잠겨서 

찬 바람이 얼굴을 후려갈기는 것도 외면하고

생각속으로 빠져들고 싶은 것이다.

그런 생각을 왜 꼭 밖에서 해야만 하는가.

그런 물음에 발끝이 오므라드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미루지 말고 멈출 수가 얼마든지 있지.

그 찰나에 모든 것이 정지되고 고요히 생각하는 나만 자리에 남지.

그런 경험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저녁에 책을 읽기 전에 책 앞에 가만히 앉아 

숨을 가다듬고 오늘은 몇 페이지나 읽게 될까.

생각하면서 그 짧은 순간에 생각은 지구 한 바퀴를 돌고 오지.

 

결국 책을 다 읽게 되었다.

한 권의 책을 끝냈을 때 오는 성취감과 묘한 충족감은

너무너무너무 좋다.

이제 또 주어진 책을 읽어야하는 무한의 루프속에 갇히는 거기는 해도 좋다.

하나를 끝내지 못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는 것 만큼 찜찜한 게 없는데

어제와 그제는 좀 그랬다.

해야 할 일이 다른 일에 밀려나서 

결국 시간표대로 끝맺지 못하고 미루고야 말았기 때문이다.

오늘 다시 과거의 할일을 오늘로 끌고 들어와 오늘의 할일을

또 내일로 미뤄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았다.

그런데 그냥 과거는 과거에 두고 

나는 오늘을 살아가기로 했다.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그때에 충실하지 못함은 언젠가 뽀록이 나겠지.

과거의 무언가 때문에 현재가 방해받는다니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닌가!

혹시 과거의 생각에 얽매여서 고통스럽다거나

괴롭거나 한다면 그저 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놓아버리라고. 그게 답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질 것이다.

그냥 놓으면 되는데 그걸 몰라서 

지금까지 참 무겁게도 짊어지고 오지 않았는가.

이제는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빛바랜 옛 감정들을.

이제는 내려놓고 지금에 충실하자.

지금 쌓여가는 감정들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

영영 놓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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