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으로부터 너를 지켜 줄게
사실,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 보면 의심이 들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선크림을 좀 보라.
SPF가 50이다.
예전에 사서 쓰던 유명 브랜드의 선크림과 유사한 차단 지수.
그렇다면, 괜찮지 않을까..?
요새는 다이소에 들어가는 물품들도 깐깐하게 선정되어
제법 믿을 수 있는 제품들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데일리]라는 말이 붙어있어서 혹한 것도 사실이다.
사실 막 바를 수 있는 스틱형 선크림이 갖고 싶어서.
화장품 매대를 두리번 거리다가.
엄마가 그게 마음에 들면 사라고 하기에.
그냥 냅다 덥석 집어온 선크림이다.
일단 발라 보았다.
선크림 치고는 끈적임이 덜하네.
향도 은은한 것이 마음에 든다.
발림성도 좋고 일단 끈끈하지 않아서 제일 괜찮은 듯.
백탁도 없다고 하니 쪼꼬만 게 별 기능을 다 갖추고 있구만.
엄마 돈 주고 내가 산 제품이라.
또 실사용 목적으로 산 거라서.
꽤나 만족하며 사용 중이다.
밖에 나갈 때는 항상 꼼꼼하게 펴 발라 준다.
화장품은 싫지만, 선크림은 좋아.(읭?)
앞으로의 생활에 필수 요소가 될 것 같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계속 오를 것이고.
오존층이 파괴되어 직사광선이나 태양열이 여과되지 못하고
우리 몸에 직접 닿게 될 것이니 말이다.
심지어 해가 나지 않는 날조차도 자외선을 조심해야 한다고
동생은 말했었다.
물론 나는 깜찍하게 그 말을 무시하고 살을 덩그러니 내놓고 다녔지만.
덕분에 기미와 주근깨가 잔치를 벌이는 중.
게다가 상처가 점으로 변한 경우도 많아서
그림으로 말하자면 상당히 빼곡한 그런 추상화가 되었다는 그런 얘기다.
그러고 보니 손등도 새까맣게 타곤 하는데.
손바닥을 뒤집어보면 그 차이가 미세하게 나는 정도이긴 해도.
하도 산책을 자주 하다보니.
팔도 살짝 타가는 중.
학창시절 친구는 팔과 다리까지 선크림을 바르곤 했었다.
끈적거리게 그게 뭐하는 짓이냐고 내가 묻자.
[나는 소중하니까(하트)]라고 말하던 친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덕분에 녀석은 아직도 뽀송뽀송 하얀 팔 다리를 유지하고 있겠지.
그냥 마르고 새하얀 게 목표였는데.
지금 그 길에서 너무 멀어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감?!
구릿빛의 튼실한 몸이 되어가는 중이다.
구릿빛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판 위에서 약간 설익은 고기 같달까........(머엉)
미용상으로 보기 좋은 새다리는 이제 확실히 포기해야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행이다.
비실비실 한 거 그거 건강에 별로 좋지 못한 거였다.
매 끼니도 너무 적게 먹어왔던 것 같다.
그래서 제때 성장을 못해서 마른 몸이 된거다.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최근에 운동을 꾸준히 해서 그런지.
정말 다리가 몰라보게 굵어졌다.
예전에 슬림하게 잘 맞던 바지들이 찢어질 듯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그래도 기본 뼈대가 통뼈가 아니라서.
많이 우락부락한 편은 아니다.
말라깽이가 노력해봤자 전반적으로 꼬챙이 임에는 큰 변화가 없지.
나는 나의 자아상을 축소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작고 힘없는 존재라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실제의 나는 키가 크고 자세가 좀 구부정하기는 해도.
강단있는 그런 존재이다.
그런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니, 진짜 왜곡된 자아상을 갖고 있었구만.
아마도 자신감의 부족 때문이 아닐까 한다.
스스로를 꾸미지도 과장하지도 않는,
어찌보면 담백한 성격이 이런 성향을 더 부추겼는지도 몰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나는 작고 여린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단 잃어버린 자존감부터 차곡차곡 채워 가자.
거기에 선크림이 제법 묵직한 역할 했다는 것도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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