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먹고 소화시키느라 TV를 틀었을 때.
아직 6시가 되지 않았다면 동물의 왕국을 스쳐지나가며 보게 된다.
6시가 되면 리모컨의 주인장 엄마에 의해 6시 내고향을 봐야한다.
어제도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 된 동물의 왕국에서는
보브캣이라는 동물이 나오고 있었다.
뛰어난 청각을 가졌다는 이 동물은
한 때 충격적인 비주얼로 나를 놀라게했던
티벳여우와 닮았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짤로도 유명한 티벳여우!
근데 보브캣도 꽤나 흡사한 외모를 지니고 있더라.
순간 화면을 꽉 채우는 보브캣의 모습을 보며 숨이 멎을 뻔하였다.
진짜 야생은 독특하구나 싶었지.
아마 보브캣도 화면 너머의 나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겠지.
쟤는 참 특이하게 생겼구나 하고.
아빠가 계셨을 때는 저녁에 종종 동물의 왕국을 봤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야생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어서
아빠도 흥미롭게 시청하였었다.
치타라도 나오는 날이면 치타가 얼마나 빠른지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곰이 나오면 저 곰한테 한 대 맞으면 어떻게 되는지 격론을 벌이고.
그렇게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는 편하게 안방에서 야생을 관찰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서 뛴 다큐멘터리 감독들에 대한 존경은
항상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에 표현하곤 했었다.
이젠 사소한 관심사에 대해 같이 얘기 나눌 아빠가 계시지 않아
많이 서운한 뽀야이다.
평소에 좀 더 잘 할 걸.
지금에 와서 후회해봤자 정말 쓸데없는 일이다.
지금 이순간에 곁에 있는 가족들에게 좀 더 잘 하자.
따가운 말 내뱉기보다도 감싸주는 말을 더 많이 하자.
사랑의 말만 한다고 해도 시간이 모자르다.
시간은 늘 저만치 우리를 남겨두고 앞서 가버리니까 말이다.
동물의 왕국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판권을 많이 사놓았을 것 같은데.
방송기간이 얼마 만큼이나 되려나.
이야. 임용 시험결과 발표까지 약 40분 남았네.
책상위에 커다란 시계를 올려두면
시간관리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컴퓨터 시계로 볼 때와는 조금 다른 압박감(?)이 전해 진다.
숫자가 커서 그런지도 몰라.
아침을 먹을 때는 동네에 안개가 자욱했었다.
지금도 살짝 진한 안개가 끼어있는 상태다.
이야, 마치 나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갑자기 거실에 홀로 서서
YB의 나는 나비를 크게 불러보고 싶은 아침이다.
이윽고 날이 밝으면 안개는 어디로 갔나 싶게 사라지고
모든것이 선명해 지겠지.
매일 깨끗한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다는데 감사하고 싶다.
날씨가 푹하면 미세먼지가 극성이라
늘 걱정되곤 했는데
매일 보는 하늘이 파란 것이, 감사한 대상이 될 줄이야 몰랐지만은.
푸른 하늘을 우리세대가 지켜나가야 할 텐데.
어느 CF 속의 하늘의 모습이 떠올랐다.
미래 아이들이 그릴 하늘의 빛깔은 파란색이 아니라고.
누런 하늘, 잿빛 하늘일수도 있다고.
공익광고였는지 기업광고였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환경오염이 정말 무섭구나.
우리가 지켜야할 것이 한 두개가 아니지만
그 중에 환경보전도 필수로 챙겨야 할 시대이다.
동물의 왕국을 보면서
야생과 자연을 생각했던 어제였다.
이제 물러설 자리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녹고있는 북극의 빙하도 그렇듯이.
우리의 작은 관심이 필요하다.
뽀야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서
해볼 생각이다.
그나저나 초석잠차랑 2021 김남길 시즌 그리팅이
배송중인데 너무 떨린다.
시험 발표보다 더 떨려서
어제 배송앱에 뜬 걸 확인하자마자 설레가지고.
포토북을 핥을 기세로 감상해야지.
올해 연말의 가장 큰 기쁨이다.
내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33000원의 행복.(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