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에 푹 빠져 지냈었던 적이 있다.
대학교 악기 연주 동아리에서 공연을 올리려고 합숙하며
지냈던 독특한 시간들을 되짚어 보게 만드는 그런 물건.
바로 오렌지 드럼 패드이다.
그리고 빅퍼쓰 드럼스틱.
사실 저것은 모양만 멋지구리하지 실용성이 없다.
손에 땀나면 보기좋게 미끄러져 놓쳐버리기 십상이기 때문.
게다가 팁 부분이 플라스틱이라서 그 소리가 듣기 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겉멋들어 분주했던 뽀야는 저게 좋았다.
사실 엄청 유명한 누군가의 사인도 새겨져 있는데 잘 모르니까 뭐.
좋아하기는 해도 워낙 스펙트럼이 넓어서 다 파악할 수 없었던 드럼의 세계.
그래도 체계적으로 배우고 무대에도 서보고 좋은 시간들이었다.
지금은 어떻냐 하면
운동할 때 핸드폰 거치대로 사용중이다.
안 그래도 엄마의 성화에
쓰지도 않는 물건 쌓아둔다고 잔소리 600g(이근 아니고 한근~)먹어가며
베이킹 소다로 닦고 또 닦고.
우여곡절 끝에 방에 입성할 수 있었던 슬픈 드럼패드.
한 때 저걸로 연습 무진장 했었는데.
가끔 그 시절의 리듬 연습을 해보기도 하는데
뭐 썩 그때의 감동이 살아나거나 하진 않는다.
추억은 추억일뿐이지......
그래도 공연 후 며칠 동안은 어떤 노래를 들어도
드럼라인을 따라가며 내 손으로 구현해 보려고 노력도 했었는데
이제는 다 옛이야기가 되어버린
나의 옛 취미.
전자드럼도 있었는데
사람은 소유를 하면 그다음 단게는 소홀이라고 하지 않는가.
결국 빨래 건조대로 쓰다가 팔아버리고......
지금 생각하면 매일 초 열심히 연습할 것 같은데
그 당시는 드럼말고도 할 일이 너무 많았다.
항상 할 일 많지 뭐,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차리고......
공부하고 책 보고 운동하고......
항상 곁에 있을 거라 믿었는데
그래서 내일 해야지 모레해야지 하고 미루다가
내 곁을 결국 떠나게 된 드럼.
그것도 아빠가 큰 맘 먹고 주문했을 텐데.
아, 그러고 보니 나의 옛 취미2(피아노)가 떠오른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추억에 젖어 봐야겠다.
곁에 있을 때 소중히 여기자.
있을 때 잘하자.
정말 쉬운 말인데 실천이 너무 어려워!
뭐가 가장 소중한 일인지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마저
부담스럽고 생각조차 시도하지 않는 뽀야는
항상 후회만 할 뿐.
그저 계획표 대로 사는 게 맞는 건가?
계획표는 수정될 수 없는 건가?
계속 바뀌는 계획표를 계획이라고 부를 수 있나?
그래서 발밑이 불안했던 것이다.
살면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지금까지의 계획이 다 의미없는 종이 쪼가리로 변하는 걸
지켜봤기 때문이다.
점증 모형이라는 게 있다.
조금씩 현실에 맞게 수정해 가면서 사고하는 방법인데
뽀야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가진 지식이 하나도 쓸모 없어지는
충격을 받고 싶지 않은데......
매일 어딘가에 깃발하나 꽂아두고
거기까지 열심히 기어가는 것으로.
소목표 세우며 살아가 보기로.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