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내 마음을 잘 알아주었던
내 고독을 함께 했던 회색 좌식 소파이다.
뭐가 잘못된 걸까?
여기 앉았다 일어나면 엄청 편하긴 한데
몸 여기저기가 안좋고 자세가 틀어진다.
결국 아직 쓸만 하지만
녀석을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하고 말았다.
인터넷에서 할인가로 8만원 대.
조, 좋은 녀석이었어......(글썽)
물건을 쓰고 버려야 순환이 되는데
늘 버리질 못해서 슬픈 뽀야는
쌓아두고 또 쌓아두고 미련이 콘크리트가 될 때까지
눈물인지 땀인지를 흘리고.
더욱더 견고해져가는 쓰레기 산.
오늘 방 안이 더 넓어보이는 건
착시현상이 아니다.
해묵은 물건을 치워냄으로써 또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지.
그 모든 사건의 발단은
신박한 정리(2020) 3편 배우 오정연 편에서부터.
그녀는 과거 공중파 방송사의 아나운서였다.
프리랜서 선언을 하고 회사를 박차고 나와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데.
다 좋은데
집에 왜 그렇게 짐이 많으세요...?(깜짝 놀람)
뽀야랑 비슷한데~ 하면서 보다가
아니아니, 나는 저 정도는 아니지 하면서
정리의 의지가 불타올랐다.
제3자가 보면 버려도 될 만한 물건인데
스스로가 보자면 정말 추억이 많고 뜻깊고......
버리질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저 교양에 가까운 프로그램으로 인해
자기 방을 정리한 사람이 뽀야 뿐일까?!
내친김에 책장정리, 옷장정리를 하기로 정해두었다.
오늘은 책장 정리를 하는데
어마어마한 고대 유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보관중인지 알 수 없는 고대 시험지.
게다가 누렇게 변해서 건드리면 바스라질 것만 같은
보관 상태로 보아, 다시 공부하려는 의도는 아닌 것 같다.
그저 시험 날의 긴장과 노력을 박제하고 싶었던 게지.
그리고 또 알 수 없는 전단지 뭉탱이와
다 쓴 탁상 달력.
아마 빼곡히 적힌 할 일이 그립고 열정이 아쉬워서
고이 모셔두었겠지.
근데 다 버려버려!!
이런 마음이 찾아오는 건 정말 흔한 일이 아니야.
버릴 수 있을 때 확 버려야 또 채울 수 있는 거야.
방금 본 신박한 정리의 신애라 정리 여신(!) 의 조언대로
못 버릴 것 같으면 사진 찍어두고
그래도 못 버릴 것들은 파일에 보관해두는
정리 습관.
안 그래도 몇 가지는 이미 파일에 보관중이어서
쭉쭉 진행되는 정리 절차.
진짜 저 프로그램 안 봤으면 아마 10년은 더 데리고 살았을
쓰레기들.
말로만 정리, 정리 외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기억하세요.
더 갖고 싶다면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또 채우지~(소곤소곤)
하긴 두 손 가득인데 새로운 걸 가질 수 있을까.
손에서 내려 놓아야 가질 수 있지.
간단한 사실을 몇 년동안이나 잊고 지냈던
나 자신에게 셀프 꿀밤을 시전하면서
회색 소파를 떠나보내며
나 대신 울어주는 하늘이
고맙기도하고 원망스럽기도 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분명 더 나은 생활이 찾아올 것이다.
그걸 맞이 하기 위해 나아가는 발걸음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