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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회색좌식소파

by 뽀야뽀야 2020.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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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내 마음을 잘 알아주었던 

내 고독을 함께 했던 회색 좌식 소파이다.

뭐가 잘못된 걸까?

여기 앉았다 일어나면 엄청 편하긴 한데

몸 여기저기가 안좋고 자세가 틀어진다.

결국 아직 쓸만 하지만

녀석을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하고 말았다.

인터넷에서 할인가로 8만원 대.

조, 좋은 녀석이었어......(글썽)

물건을 쓰고 버려야 순환이 되는데

늘 버리질 못해서 슬픈 뽀야는

쌓아두고 또 쌓아두고 미련이 콘크리트가 될 때까지 

눈물인지 땀인지를 흘리고.

더욱더 견고해져가는 쓰레기 산.

 

오늘 방 안이 더 넓어보이는 건 

착시현상이 아니다.

해묵은 물건을 치워냄으로써 또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지.

그 모든 사건의 발단은 

신박한 정리(2020) 3편 배우 오정연 편에서부터.

그녀는 과거 공중파 방송사의 아나운서였다.

프리랜서 선언을 하고 회사를 박차고 나와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데.

다 좋은데 

집에 왜 그렇게 짐이 많으세요...?(깜짝 놀람)

뽀야랑 비슷한데~ 하면서 보다가

아니아니, 나는 저 정도는 아니지 하면서

정리의 의지가 불타올랐다.

제3자가 보면 버려도 될 만한 물건인데

스스로가 보자면 정말 추억이 많고 뜻깊고......

버리질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저 교양에 가까운 프로그램으로 인해

자기 방을 정리한 사람이 뽀야 뿐일까?!

 

내친김에 책장정리, 옷장정리를 하기로 정해두었다.

오늘은 책장 정리를 하는데 

어마어마한 고대 유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보관중인지 알 수 없는 고대 시험지.

게다가 누렇게 변해서 건드리면 바스라질 것만 같은 

보관 상태로 보아, 다시 공부하려는 의도는 아닌 것 같다.

그저 시험 날의 긴장과 노력을 박제하고 싶었던 게지.

그리고 또 알 수 없는 전단지 뭉탱이와

다 쓴 탁상 달력.

아마 빼곡히 적힌 할 일이 그립고 열정이 아쉬워서 

고이 모셔두었겠지.

근데 다 버려버려!!

이런 마음이 찾아오는 건 정말 흔한 일이 아니야.

버릴 수 있을 때 확 버려야 또 채울 수 있는 거야.

방금 본 신박한 정리의 신애라 정리 여신(!) 의 조언대로

못 버릴 것 같으면 사진 찍어두고

그래도 못 버릴 것들은 파일에 보관해두는 

정리 습관.

안 그래도 몇 가지는 이미 파일에 보관중이어서 

쭉쭉 진행되는 정리 절차.

진짜 저 프로그램 안 봤으면 아마 10년은 더 데리고 살았을 

쓰레기들.

 

말로만 정리, 정리 외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기억하세요.

더 갖고 싶다면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또 채우지~(소곤소곤)

하긴 두 손 가득인데 새로운 걸 가질 수 있을까.

손에서 내려 놓아야 가질 수 있지.

간단한 사실을 몇 년동안이나 잊고 지냈던

나 자신에게 셀프 꿀밤을 시전하면서

회색 소파를 떠나보내며 

나 대신 울어주는 하늘이 

고맙기도하고 원망스럽기도 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분명 더 나은 생활이 찾아올 것이다.

그걸 맞이 하기 위해 나아가는 발걸음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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