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들어보신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딕 호잇은 중증 장애 아들과 팀을 이뤄 40년간 마라톤을 해온 위대한 아버지이다.
그와 아들을 팀 호잇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 그가, 어제 자다가 영면에 들었다고 한다.
기존에 심장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가슴이 찌릿하게 아파온다.
아들이 탄 자전거를 밀면서 마라톤을 하는 그의 모습은 전세계 매체를 통해.
우리나라에까지 소식이 알려진 것이다.
아버지의 마음이란 다 그런 걸까.
내가 딕 호잇씨의 마음을 완전히 속속들이 알 수는 없겠지만.
그가 얼마나 아들을 사랑했고 걱정해 왔는지.
어림 짐작이 된다.
아마도 가장 큰 소원이 아들보다 1초라도 늦게 세상을 뜨는 것이었을 거다.
그런데. 이렇게 조용히 떠나가시게 되었으니.
현지에서는 추모물결이 일었다고 하던데.
참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세상에 안타깝지 않은 죽음은 없겠지만.
그가 사회적으로 아들을 고립시키지 않고.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려 애쓴 인물이었기에.
아들이 받았을 충격은 또 얼마나 클지.
뽀야는 이번 소식을 접하고 아빠가 곧바로 떠올랐다.
우리 아빠도 딸을 위해서 참 많이 노력해왔던 위대한 아버지였다고.
몸이 약한 나를 위해 아빠가 해왔던 모든 일들에.
감사하기는 커녕 짜증내고, 답답해 하고, 소통이 어려웠던 우리였다.
아빠라는 이름은 각별하다.
지금 내 곁에 아빠가 계시지 않기 때문도 있지만.
그 빈자리를 놓고 돌이켜보니.
얼마나 큰 삶의 무게를 대신 짊어지고 오셨는지가 명확히 보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딕 호잇의 열정도 전 세계 어떤 아버지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저 자녀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그런 기도하는 마음.
사소한 걱정조차 사랑이었다.
그걸 이제와서 깨닫고 있다.
아버지의 무게라는 게 생전에는 끈 달린 깃털과 같이 느껴졌으나.
그래서 이런 저런 고난에도 휙휙 흔들리지만.
그래도 무게중심이 잡히는 느런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거대한 바위보다도 더 무거운 그런 느낌이 든다.
왜 계시지 않을 때가 와야 이런 느낌을 갖게 되는 걸까.
인간은 후회 맞춤형 동물인가 보다.
빨리 깨닫고 실천하지 못한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그런데.
아마도 마음으로 지금 상황을 느끼고 있을 딕 호잇의 아들의 심정은.
지금도 소중함을 모르고 하루를 그저 사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하루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그걸 깨달을 수 있겠는지.
깨달았다면 행동으로 바로 옮길 수 있는지.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뽀야도 다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데 또 시간을 들이고 있다.
사람은 관성적이어서 그걸 깬다는 게 쉽지가 못하다.
따스한 말 한마디. 대상에게 기울어지는 몸.
자연스런 태도, 행위.
그런 것들을 잘 익혀서. 같은 우를 범하지 않게 되고 싶다.
딕 호잇씨의 열정과 도전정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각지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으니.
너무 현세의 걱정을 마시고. 앞만 보며 나아갔듯이
그렇게 힘차게 나아가시길 바란다.
위대한 아버지. 당신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자랑스러운 아버지인 당신을 당신의 가족이 기억할 겁니다.
긴 생각 끝에서 딕 호잇을 추모하며.
팀 호잇은 더 나아갈 수 없었지만.
그의 아들의 인생이 그가 없다고 해서 멈춰지는 것이 아니기에.
비록 같이 또 마라톤을 완주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정신과 노력을 아들도 분명 느꼈을 것이다.
정확하게 소리내어 말할 수는 없다고 해도.
아버지는 그의 표정만 봐도 어떤 말이 하고 싶은 건지.
다 아실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제는 영원히 그의 아들 곁에서 수호자가 되어 주실 테니까.
그렇게 무한하게 지켜봐 주시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빠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어쩌면 국경이 다르고 시기도 다르지만.
두분이 하늘에서 만나셨을지도 모른다.
영혼은 언어로 대화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으로 이어져 있지 않을까.
서로, 참 대단한 아버지이시네요. 하면서 서로 얼싸안고
남겨진 자식걱정을 하면서 도란도란 지내고 계셨으면 한다.
오늘로 아빠 소천하신지 280일째.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시간은 우리를 배려하지 않는다.
그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갈 뿐이다.
요즘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는 것 같아.
방향을 잃었을 때. 흠칫 놀라곤 한다.
나는 그 때보다 얼마나 더 나아졌나.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 얼마나 챙기며 살아 가고 있나.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가.
말하지 않아도 행동에 잘 옮기는가.
아직 만점을 받을 수준은 아니지만.
분명 전보다는 훨씬 나아지고 있다는 게
나를 내일로 데려가는 힘이 아닐까 한다.
사랑하는, 위대한 아버지 두 분.
고이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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