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갈비찜,도토리묵,열무김치,동그랑땡.
소박하지만 그래도 잔칫날이면 꼭 먹는 음식은 다들어가 있다.
이번 명절은 코로나19로 인해 귀성은 자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맞이하게 된 터라 의미가 더 크다.
또한 아빠가 떠나신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명절이라는 점에
가슴이 또 저릿한 것.
하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은 죽지못해서 산다고 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에
조금 더, 그런 마음으로
꾸역꾸역 잘 살아내보려고 노력중이다.
그리고 일상에 나름 적응 잘 하며 살고 있다.
뽀야는 담담하게 얘기하지만
아빠와 관련된 분위기만 흘러나와도 슬픈 적이 많았다.
매일 밤이면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에 아빠가 그리워서
몰래 눈물 훔치기도 몇 번.
그런데 변함없는 사실이 있었다.
아무리 내가 울고 불고 지져봤자
아빠는 돌아올 수 없고 우리는 그저 살아가야 한다는 걸.
그래도 기름냄새가 나야지 명절이지~하면서
음식을 분주하게 준비하는 엄마 옆에서
이런 저런 잔심부름 하며 대기하고 있는 뽀야를
귀찮아 할만도 한데
이런 저런 의미없는 말에 대꾸해주시느라 바쁜 엄마.
[엄마는 계속 음식만 하네.]
[그럼 뭐하냐.]
[되게 한적하다.]
[엄마는 바쁜데?!]
그런데 갈비찜에 키위 갈아넣는 것을 깜박해서
고깃대 부분이 조금 질겨서
아, 뭔가 완벽하게 한 줄 알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긴 했다.
그래도 엄마가 미리 통통한 살 부분을 저며놔서
훨씬 부드럽고 양념도 잘배어 맛있었다.
파는 갈비찜 같았어 음음......
코로나가 정말 놀랍게도 명절 문화를 바꿔버렸다면서
여성 노동 해방의 기념일이라며
뿌듯해 하는 뽀야의 뒤통수를 노리는 엄마.
근데 다 좋은데 펭귄 얼음깨기는 언제 하지......?
계속 초조하게 보드게임을 주시하는 뽀야.
가족끼리 오붓하게
게임이라도 한 판 즐기고 싶은 소박한 마음.
알아주지 않는 가족 구성원들.
500원 걸어야 흥미가 좀 붙나?
슬쩍 당겨 보지만
절대 안 넘어가는 사람들.
과연 뽀야는 오늘 저녁에 펭귄 얼음깨기 게임을 할 수 있을지?!
가슴 두근거리며
기대해보는 것이다.
그저, 명절은 달이 조금 더 클 뿐이라고.
그렇게 마음속으로 꾹꾹 눌러담아보는 오늘 점심에
회색 좌식 소파에 스티커 붙여서
내놓고 집에와서 씻자 마자
소나기가 내리는 바람에
깜짝 놀란 눈을 하고
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이
무섭기도 하고
이상하게도 정겹기도 하다.
우리 메마른 가슴을 적셔주는 장대비.
그러고 보니 내 가슴은 촉촉해 졌지만
밖에다 내다 놓은 소파도 한없이 촉촉해 졌겠구나.
망했다......(허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