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문방구라는 말. 잘 안쓰는 것 같다.
예전에는 학교 끝나면 문방구에 모여서
[야, 너 학원가냐? 언제 끝나냐?]
[우리 놀이터 가서 놀까?]
그러곤 했는데.
요즘 하는 TV 예능인 어쩌다 사장(2021)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작은 가게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아쉬운 느낌도 들고 추억의 한 페이지가 찢겨 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마트에 가도 되긴 하지만.
연필 한 자루에 자 한 개가 필요할 때.
그럴 때 쉽게 찾는 것이 문방구였다.
동전 넣고 뽑기도 좀 해주고.
인형 옷입히기 게임 같은 것도 사고.
미니카가 어른 키만큼 쌓여있고.
보드게임이 넘실대던 추억의 문방구.
어쩌다가 당첨되면 알사탕을 받기도 하던.
이제는 모두다 사라지고
그나마 동네에 있는 문방구 하나가 남았는데.
손님이 없어서 휑하고 많이 정리하고 계시더라.
필요한 것을 비대면으로 주문하고
집으로 배송되는 체제가 확립되다 보니.
이렇게 작은 가게들이 사라져 간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는 해도.
뭔가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울에는 일부러 옛가게들을 복원해놓은 거리가 있다고 TV에서 봤다.
그럴 거 없이.
우리가 추억을 지켜나가는 방법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무인점포도 늘어가고 있는 요즘에.
문방구를 되살리자는 취지가 시대에 역행하는 지도 모른다.
그런데 마냥 그 때가 그립다.
우리들 모임의 중심점이었던 문방구.
친근한 문방구 주인장 아저씨, 아줌마.
배송비가 원재료 값을 넘기는 많은 잡다한 물건들.
복사와 코팅에 팩스까지 넣어주던 정겨운 문방구.
책 속에 볼품없이 꽂혀 있는 네잎클로버들이.
나 코팅되고 싶다고 비명을 지르는데.
문방구가 없어져서 갈 곳을 잃은 나는.
어디서 코팅을 해주나. 기계도 없고 코팅지도 없는데.
유일한 방법은 버스 타고 제본가게 가서 부탁하는 일인데.
너무 번거롭다.
지척에 문방구가 있던 시절이 너무너무 그립다.
그 때 친구들은 지금 내 곁에 없지만.
글라이더와 고무동력기를 조립해서 운동장에서 마구 날리던
그 때의 추억마저 없어지지는 않았다.
이렇게 시대가 변하고 추억이 낡게 되고.
너무 슬픈 일 같다.
어쩌다 사장(2021)을 보면 그런 옛추억이 물씬 느껴져서.
어차피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려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그 미지근한 프로그램이 맘에 들었던 것은.
정겨운 느낌이 많이 나기 때문일까.
과하지 않은 자막과 드문드문 오는 손님이 주는 여유가.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네 일상과는 괴리가 있어서.
그래서 더욱더 들여다 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소박함, 정겨움, 추억 이런 걸 분명 좋아하는데.
표현에 많이 서툰 것 같다.
어쩌면 간편함, 신속함, 군더더기 없음에 매료되어
오로지 새로운 기술, 새로운 가게에만 집착하고 있는지도 몰라.
일본에는 기본 10년이 넘어가는 오랜 가게들이 참 많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없을까.
백년가게를 만든다는 노력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제도적 지원이나 생계유지가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내 주변에서 작은 가게들이 사라지고는 다시 생겨나지 않는
이런 현상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한명의 소비자일 뿐인 내가.
가게 문 닫지 마시라고 징징거려도 소용 없을 것.
거리를 지나다니면 문닫은 상가들이 참 많다.
조그만 음식점부터 슈퍼에다가 문방구까지.
우리의 미래에는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를 그런 가게들이다.
동네에 학교가 있는 곳에는 항상 분식점과 문방구가 있는 것이
공식과 같았는데.
이제 하나 둘 사라져 버리고.
왠지 모르게 허전한 마음이 들어서 끄적여 본다.
그립다. 문방구야. 너는 지금 어디에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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