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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티끌모아 태산

by 뽀야뽀야 2021.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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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다씻고 쉬는데 갑자기 엄마가

현금이 필요하다며 나가서 찾아와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아, 귀찮은 일이다.

그리하여, 집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혹시 모를 잔돈이 있나 확인차 말이다.

그런데! 마침 딱 맞게도 필요한 만큼의 잔돈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한다.

감탄의 박수를 쳤다.

필요한 게 5천원이었는데.

이리저리 모아보니 용케 딱 맞추게 됐다.

 

100원, 200원을 아까워 하지 않고 막 쓰고.

충분히 모을 수 있는 돈임에도 허투루 쓰는.

그런 주위 사람들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어진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말이다.

 

책상 위의 먼지들도 그렇다.

나는 작은 종이컵은 책상 위에 두고 지우개가루 같은 걸

모아두고 있다.

매번 책상 청소하기 번거로우니까.

컵을 가져다 놓고 쓰레기가 생기면 바로바로 버리는 습관이다.

그리고 한가할 때 컵만 비워주면 그나마 깨끗해지는 편이다.

정말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작은 지우갯가루부터 먼지, 머리카락, 

알 수 없는 알갱이까지.

두둑한 먼지들을 털어버릴 때마다 개운하다.

 

그리고 환기를 자주 안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먼지가 잘 쌓이는 내 방.

창문을 열면 아파트 공사현장이 바로 보이기 때문에.

창을 열고 싶지가 않아.

그러다 보니 환기가 드물어졌다.

게다가 요즘은 미세먼지에 황사에 좋지 못하여서 더욱.

 

먼지털이개로 먼지를 털어도. 

환기를 하지 않으면 그 먼지가 그대로 다시 같은 자리에 내려앉게 된다.

어쩐지... 나의 재채기가 다 이눔의 먼지 때문인가!

자주 닦아주지 않는 책장의 빈 공간을 손가락으로 쓱 문지르면

하얀 먼지가 도톰히 쌓여있는 걸 눈으로 볼 수 있다.

먼지 구덩이!!

 

그러고 보니 요새 일요일 지정 청소를 좀 소홀히 한 것 같다.

청소기 코드가 휘어져서 청소기는 잘 안 돌리고.

밀대에 젖은 걸레를 매달고 방을 슥슥 닦아주는 편인데.

요 조그만 방에 뭐가 그렇게 많은지.

청소 한번 할라 치면 치워야 될 것도 많고.

게다가 최근에는 거실 데크까지 방으로 옮겨놔서 

안 그래도 좁은 방이 더 좁아졌다.

아빠 계셨을 때는 상상도 못하던 일들이 마구 벌어진다.

먼지가 이렇게나 쌓이다니.

깔끔쟁이 아빠는 주말이면 무조건 대청소.

그리고 락스맨 아빠는 락스로 집안을 깨끗하게 만들곤 하셨는데.

이제 락스맨은 떠나고.

우리는 빈 락스통만 덜커덩덜커덩 거리고 있다.

 

최근에 엄마가 싱크대 수채구멍에 음식물쓰레기 망을 청소한다고

락스를 사용했는데.

하필이면 주말도 아니고 평일 이른 오후에.

주방 한가운데에 락스물에 흠뻑 젖은 쓰레기 망을 놓는 바람에.

한 번 물로 헹궜다고는 해도 냄새가 심했다.

눈부시게 깨끗해지긴 했지만 뭔가 어설픈 청소였다.

역시 락스맨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니까.

 

그렇게 새록새록 아빠 생각이 나는 수요일 오전에.

나는 나의 일과를 돌이켜 본다.

L포인트를 모으는 내 모습을 바라보던 동생이.

그거 할 시간에 다른 창조적인 일을 하라고 충고했던 게 생각났다.

한 번 누르는 데 1원이니까.

아무리 열심히 한다해도 거의 하루에 6원정도.

한 달이면 180원가량.

의미없는 일에 집착했구나 싶어서.

그래도 가끔 200원 되고 그러면 그래24에서 책 살 때 유용하게

포인트 쓰곤 했는데 말이다.

 

생각해보니 버려야 할 습관이 있고. 

또, 일상을 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안그래도 여러가지 하느라 버거워서 몸이 고장나고 그러는데.

보다 전략적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점검해 보는 하루가 될 거다.

 

사실 블로깅을 하고 나서 비는 10시부터 11시까지의 시간이.

가장 애매하다.

전공 공부를 할 수도 있고 평소 관심있어 하는 분야의 영상을 볼 수도 있다.

밀린 공시 공부를 할 수도 있지.

그런데 요즘은 안 그랬다.

하루가 너무 빡빡해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쉬고 싶었다.

침대에서 아침부터 뒹굴뒹굴 거렸단 말이지.

 

웬걸, 그랬더니 업무의 효율이 오르기 시작한다.

나에겐 휴식이 필요했던 거다.

이렇게 한 두시간의 짤막한 휴식도 모으면 태산만큼이나 커진다고.

당분간은 2회 하던 운동을 1회로 바꾸고 

좀 삶에 쉼 이라는 걸 부여하고 싶다.

당장 오늘 해야 되는 일이 아닌 이상.

여유를 가지고 생활해야 겠다고.

그러지 않고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버티기 힘들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하여 오늘도 어제처럼 쉼이 있는 하루를 보낼 것이다.

이 작은 쉼이 창작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된다.

여유는 그냥 존재하는 게 아니고 내가 만들어 가는 거다.

짬을 내서 시간을 조정하면 분명 잠깐이라도 여유가 만들어 진다.

좀 내려놓고, 그리고 또 달릴 준비를 해야지.

나는 일도 안하고 집에서 공부하며 취미생활만 하는데도.

벅차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내 마음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뭐든지 티끌모아 태산이다.

작은 것부터 소중히 여기고.

차근차근함을 몸에 배게 해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가자.

때로는 to do list를 정리해서 여유를 되찾자.

벌써 무겁던 어깨가 한층 가벼워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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