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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물틀기 기술

by 뽀야뽀야 2020.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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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야가 똥손임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겨울에 수도관 동파방지를 위해 물을 조금 틀어놓아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래도 그 미묘한 조절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이다.

엄마는 척척 해내는 반면에.

너무 물을 많이 틀면 물낭비가 돼버리고

너무 작게 틀면 동파방지의 의미가 없게 돼버린다.

어느날 미묘한 맞춤을 해낸 물줄기가 있었으니.

엄마의 솜씨였다.

미묘한 물틀기 기술을 보유한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야, 이정도도 못하냐?]하며 껄껄 웃지.

뽀야는 손재주 기르는 학원에 다니고 싶어진다.

이렇게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게 몇 개 없어서야

이 무서운 세상 어떻게 살아 가겠냐! 라고 아빠는 그러셨지.

사과도 못깎고 아슬아슬하게 물도 못 틀고 

뭐 가져오라고 시키면 찾지를 못하고

무거운 거 조금 들면 손이 금방 덜덜덜 떨리고

아......인생이 녹록치 않네.(에효)

그래도 뽀야가 잘하는 게 있다.

엄마가 그거 있잖아 그거. 하면

어떻게든 알아 맞추는 방대한 정보수집능력.

아무것도 안하면서 바쁜 척 하기.

집에 과자 쌓아놓기.

면식 하고 싶게 유발하기.

요즘들어 열심히 하는 방청소.

심심하면 먼지털기.

아. 좋은 거 나쁜 거 반반이네?

역시 반반이 좋지.

난 후라이드 반 양념 반이 제일 좋더라.

 

나만 할 수 있는 기술도 드물지만 있기는 하다.

주로 컴퓨터를 이용하는 거라서 능력이라고 볼 수 없을 수도 있지만.

뽀야는 구글링을 잘한다.

그리고 동생한테 필요한 물건을 1+1로 이미 갖고있는 경우가 참 많지.

바늘에 실꿰어주는 것도 잘하지.

일어나기 싫을 때 대신 일어나주는 것도 선수지.

그렇게 작은 부분이라도 생각을 짜내보면 있기는 하다.

뽀야는 인생 기술의 대가가 되고 싶다.

그러기엔 아직 많이 모자라지만.

언젠가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척척 대처할 줄 아는 

그런 능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능력은 어떻게 키우는 건지 아직 잘 모르지만

뭐든지 솔선수범하다 보면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까?

[나는 잘 몰라. 못해.] 그렇게 뒷짐지지 말고

[내가 한번 해볼게요.] 이렇게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뽀야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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