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피어있는 붉은 열매.
뭔지 궁금해서 이미지 검색 해보았더니
대략 3가지로 존재가 압축되더라.
1.매자나무
2.장과
3.고지
근데 뽀야는 잘 모르겠다......(헝)
사물에 이름붙이는 게 뭐가 중요한가.
그것이 아름다웠고 내게 감동을 주었으면 된거지 뭐.
이 겨울같은 가을에 새빨간 열매를 맺은 저 이름모를 식물을 보면서
나는 무얼 열매 맺었나 생각했다.
뽀야는 아마도 과실수는 아닌듯.
열매 맺은 게 없어...!
몸에서 사리가 나올 것 같지도 않아...!
뽀야의 감정 지각통의 유지 기한은 대략 3~40분?
그래서 뽀야는 싸워도 금방 잊어버리고
지적 당해도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뒤끝이 없다는 얘긴데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사람이 너무 가벼워 보일까봐. 걱정이 조금 된다.
사실 뽀야를 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뽀야는 편한 사람. 명랑한 사람. 그렇게들 생각한다.
그런데 뽀야가 보는 뽀야는 조금 다르다.
속을 모르겠는 사람. 한없이 삐딱한 사람.
음, 그래도 요즘엔 굽었던 자아가 많이 펴지는 중이다.
여러가지 책을 도움으로 해서 그런 것 같다.
열매가 빨갛게 되기까지 푸르던 순간이 있었을 텐데.
그걸 못 봐서 아쉽다.
어떤 쪽 이든 분명 너무 예뻤을 거다.
다들 잎을 떨구든지 다음 봄을 위한 준비를 하든지
열심히 자신을 감추느라 애쓰고 있는데
이 붉은 열매는 그렇지가 않다.
초초겨울에 이런 빛깔이 자연에 있다니
신기하고 소중하다.
산책길에 자리잡은 화단을 관리하시는 분이 있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때로는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산만하게 늘어져있기도 하고
삐죽삐죽 보행을 방해하게끔 자라나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데 가끔 보면 또 말끔하게 치워져 있고.
저번 산책 때 들은 얘기로는
주민들 중에 자발적으로 동네 청소하는 모임이 있다던데.
와, 뽀야도 함께 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모임 이름이 시니어 어쩌구......
에구 밥그릇이 몇 개나 모자른가......
아직 뽀야는 많이 모자르다.
여러가지 면에서 많이 서투르다.
그런 뽀야를 스스로 자각하기에
뽀야는 욕심내본적이 별로 없다.
조금쯤 잘못 가도 괜찮아.
멀리 위에서 내려다보면 결국 맞는 길로 가고 있어.
삐뚤빼뚤 굽어 가도 괜찮아.
똑바로 가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야.
어쩌면 휘어진 길 위에서
더 멋진 만남이 뽀야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어.
그렇긴 한데
남들 다 가는 편한 길 놔두고
굽이진 길 굳이 가려니 힘이 들기도 하다.
인생에 정답이 어디있나?!
다 살아봐야 아는 거라서.
살아있는 순간에는 그저 정답의 테두리만 훑다가
떠나는 거지.
그제서야 알게 된다고 수많은 노래들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나)훈아 오빠도 그렇고 말이지.
요즘 읽고 있는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에서 행복의 비밀이라는
부분을 읽고 있는 중인데
참으로 신비하면서도 간결하다.
언젠가 다 읽겠지. 이 도톰한 재생지 책.
책이 반으로 쪼개지지 않기를 바라며
한장 두장 넘겨본다.
그리고 자꾸 떠오르는 붉은 열매의 잔상을
되짚어보다가
먹을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산책하다가 독버섯 먹고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사건이 툭 같이 떠오른다.
그래, 괜한 짓은 하는 게 아니지.
평범이 좋은 거다.
근데 붉은 열매는 비범했어.
정말 붉었고 눈길을 확 끌었지.
그런 사람이 한 번쯤은 되고 싶었어.
가을 바람 타고 날아가버린 뽀야의 마음.
고독한 가을은 말없이 붉게 웃음지을 뿐이다.
부끄러운 듯 하지만 사실은 정열에 넘쳐 불타오르는
그 마음을 아무도 모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