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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낡은 운동화

by 뽀야뽀야 2020.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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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되게 냄새날 것 같은 운동화들.

신을 신을 때 구겨 신어 버릇해서

발 뒤축의 솜이 다 터져버렸다.

근데 또 겉은 비교적 멀쩡해서 

버리질 못하고 운동할 때나 이렇게 집안에서

주로 신었던 신발들이다.

 

버려진다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시간이 그만큼 흘렀다는 얘기이고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선포이다.

물건은 매일 새롭게 태어나고 

내가 가진 물건들은 나와 함께 늙어간다.

시간을 멈출 수는 없다.

아무리 조심히 신고 사용해도 

언젠가는 떠나야 할 때가 오는 것이다.

 

냄새가 너무 난다.

신발 가죽이 찐덕찐덕 손에 묻어난다.

신발 완충제는 가라앉은 지 오래.

이렇게 될 때까지 보관한 뽀야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

저마다 다 추억이 있거들랑.

 

초록 신발은 엄마와 같이 백화점에 가서 사온 신발.

그날의 떨림.

새 신발을 갖게 된다는 설렘.

지금은 없어진 매장.

비가 억수로 오던 날 신고 나가 엉망이 돼버린 신발.

 

두번째 신발은 마트에서 엄마가 사준 신발.

그러고 보니 뽀야의 거의 모든 것은 엄마가 사주었네.

마트 지하에 있는 신발가게는 기존 브랜드의 

어린아이용 제품을 파는 작은 공간.

그런데 아마 재고인 채로 오래 머물렀던 듯

신자마자 신발 밑창이 벗겨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집밖에서는 신지 못하고 실내에서만 시간을 보내서

앞선 초록 신발보다는 덜 낡았다.

순간접착제로 붙이고 별 짓을 다해서 그래도 신을 만하게

만들어 놓았던 신발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모양.

 

글쎄. 초록 신발도 아직은 미련이 남아서.

신을 수는 없지만 보관이라도 하고 싶은 이 마음 어떡하지?!

게다가 왠지 발의 크기도 달라져서

잘 맞지도 않고 들뜨는데.

분명 235였는데 이제는 245가 편안하다.

발도 살찌나?

 

그러고 보니 다들 발가락 살펴볼 여유가 있으신지.

오랜만에 샤워하고 양말 갈아 신는데

뽀야 자신의 발가락을 보게 되었다.

어?! 

발가락에 살이 쪘다?!

아니면 땀에 불어 터진건지.

내 발가락이 아닌 것 같은 느낌에 충격.

내가 한가롭게 방의 먼지를 쓸고 다닐 때 

남모르게 먼지 마시면서 고생하던 발가락이 아닌가.

언제 이렇게 몸을 불렸지?!

혈액순환이 잘 안되서 부었나?

거참 신비롭네. 

내것인 듯 내것 아닌 내것 같은 녀석.

 

자신의 손가락 발가락을 자주 봐주자.

내 몸에 붙어있는 건데.

서로 어색해하면 이상하잖아.

이제야 뒷덜미 화끈함이 가시고 

땀이 말랐다.

운동하고 바로 샤워하고 나서 컴퓨터 앞에 앉으려니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열이 오른다.

뽀야는 다른 일을 할 때 마다 적어도 10분의 여유는 두는 편인데

오늘은 좀 빨리 다른 일을 하려고 했더니만

땀이 자꾸 나서 닦아도 자꾸 맺혀서.

이렇게 몸이 식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몸을 따뜻히 하기 위해 넥워머를 착용하고 

꿀차나 초석잠차 등 따뜻한 차도 마셔주고 

목구멍을 촉촉하게 해 주자.

 

컴퓨터 하느라고 모니터 앞에서 

쭈구리 되어있는 몸도 바로 챙기자.

허리 쫙 펴고 목 집어 넣고 턱 당기자.

오늘도 힘차게 시작해 보는 아침.

아침 일과를 무러뜨리지 않아야 

하루가 잘 굴러 간다.

자, 운동화 신고 달려볼 준비를 하자.

그나저나 냄새나는 초록 운동화는 이제 떠나보내야 할 것 같은데

아직도 마음의 준비가 안돼서 어쩌나.

에잇. 과감히!

버리자 버려.

그래봤자 재활용 초록 헌옷 함에 버리는 거지만서도.

저게 재활용이 되나?!

신발은 또 여행을 떠나나 보다.

그 여행길에서 냄새나는 내 발을 지켜주느라 고생많았어.

잘가 친구여. 고마워 운동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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