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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배려

by 뽀야뽀야 2020.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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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장 보려고 준비한다.

로컬 푸드 직매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다.

서늘한 날씨 탓에 가는 길이 멀긴 해도 즐겁다.

짐수레 질질 끌면서 오돌토돌한 바닥의 감촉을 느껴본다.

혼자 걷는다면 절대로 느끼지 못했을 이 바닥의 느낌.

덜컹거리는 돌바닥도 너와 함께라면 

온몸이 들썩여도 좋을 것 같아.

 

마트에서 장보고 계산하고 나서 

혼자 짐을 챙기는데 계란 한 판에 단호박 한 봉지.

짐수레에 담는 것이 어설프고 힘들어 보였는지

이름 모를 아주머니 한 분께서 거들어 주신다.

같이 짐수레 한 끝을 잡고 계란을 쑥 넣어 주신다.

그 때 빛나던 무언가.

 

집으로 가는 외길에서 만난 다른 아주머니. 

조금 지친 기색으로 손에는 검은 장갑 두 개.

약간 굽어버린 등짝이 서글픈 이유는.

느릿한 보폭에 

내 걸음도 느긋하게.

파란 하늘도 보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머리카락도 날려보고

천천히 걸어

평소보다 훨씬 수월했던 장보기.

누군가의 배려로 인해 

기분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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