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부터 TV가 깜박거리면서
소리는 나는데 화면이 어두컴컴한 것이다.
찾아보니 백라이트가 망가졌다고 하더라.
결국 수리 기사님께 맡기게 되는데.
TV라는 작은 세계가 이렇게 크고 복잡할 줄이야.
작을 수록 더 신비한 법인가?!
일단 결과는 수리 성공!!
간혹 백라이트를 교체해도 액정에 문제가 있으면
TV가 안 켜질 수 있다고도 하셨는데
다행히 아주 잘 켜지는 것이었다.
사실 TV가 고장나고부터 엄마는
스페어 TV시청을 해야 했는데
이 TV가 기존 TV의 1/4크기여서
눈도 아프고 글자도 잘 안보이고 했을텐데
묵묵히 참아 내셨다.
안그래도 코로나19때문에 집 안에서의 생활을
반강요 받고 있는 요즘.
고장난 TV가 살아나다니...!
큰 기쁨이다.
비록 뽀야는 TV보다는 책과 음악, 컴퓨터 모니터를
더 많이 보지만 말이다.
분해 하시면서 말씀하시기를
아, 이거 6년정도 된 TV라고......
이야, 게다가 매장 전시 상품이라
아마 더 수명이 짧았을 것이다.
이렇게 새로 태어난 TV가 너무 기특해서.
어떤 비용도 청구하지 않고
쿨하게 뒤돌아서던 수리 기사님을 생각하면서.
오늘 하루는 동그라미였다.
아직 반도 안 지나갔지만
과거형으로 써버릴테야.
세모인 날도 가새표인 날도 있었지만
동그라미를 그리기 위해 살아가는 거야.
일주일 중에 5일동안 비가 내려도
주말에 쨍쨍하다면 뽀야는 기뻐할 거야.
우리집에 온 지 며칠 안되서
잎을 축 늘어뜨리고
물이 고픈건지, 물이 넘치는 건지
잘 모르겠는 해바라기 앞에서
죄책감을 가지기는 해도
어느새 다시 생생하게 살아날 거라 믿으며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볕드는 자리로 이리저리 화분 옮겨보기.
흙에 이쑤시개를 찔러 넣어보고
물 조절하기.
그정도로도 너를 살릴 수 있다면 좋겠다.
TV가 살아난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