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라 켄타로 사망
웹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베르세르크의 작가인
미우라 켄타로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2021년 5월 6일. 향년 54세.
이번 달 초였네.
베르세르크의 주제는
[인간이 운명에 대항할 수 있는가?]였다고 한다.
그의 죽음으로 완결 지어지지 못한 명작이 하나 추가 되었다.
나는 열심히 챙겨보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본 만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었을 법한 작품이고 또 작가라서.
작화 배경까지 본인이 손수 일일히 그려내는 작가라고 들었다.
그래서 작품 발매가 더디다고 들었는데.
한 가지 작업에 몰두하면 몸이 상한 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그것이 창작 작업일 경우는 육신뿐만 아니라 정신마저 갉아먹는다는 건.
나도 겪어봐서 잘 알고 있다.
그냥 글 몇 편 쓰는 것 뿐인데 정신적으로 엄청나게 소모된다.
그 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는데 필요했던 건 그 자신뿐이라서.
더 감질맛 나고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의 사인은 심혈관 질환이다.
우리 몸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 아니던가.
아무리 성공이 보장된 작가라고 해도 이승을 떠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건강이 삶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이라는 걸.
아직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사실 나 조차도 때로는 건강에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나쁜 선택을 하니 남애기 할 건 아닌 듯도 하고.....
그래도 왠지 저 분은 묵묵하게 자기 길 끝까지 가실 줄 알았는데.
결국 인간은 운명에 굴복하고 마는 존재라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신 것 같아서.
그러고 보니 만화 나나를 연재하시던 야자와 아이 작가님도 투병중이라고 들었는데.
나나 22권, 나오기는 할까나.
게다가 만화 와일드 어댑터를 연재하시던 미네쿠라 카즈야 선생님도 아프다고 들었고.
아니 왜 다들 아프시고 그래여 눈물나게....!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말도 있던데.
현실은 그저 고된 노동뿐인가요.
좋아하는 일이 의무가 되고 직업이 되면 참 고달프다는 걸.
그래서 취미는 취미로 남겨둬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나도 원하든 원치 않든 이 길을 걷고 있다.
그저 일본어 학습이 재밌고 좋았을 뿐이었는데.
세상을 보는 눈이 틔워지는 것 같아서 마냥 기뻐서 취했었다.
개그 밈 소재로 [등짝을 보자...]가 쓰이고.
아마 한동안은 그에대한 기억을 하겠지만.
사실 떠난자는 말이 없고 금방 잊혀지게 마련이다.
아빠도 그랬었지.
다들 우리의 존재를 귀한 구슬 다루듯이 하던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나가고 결국 우리 가족만이 남아 아빠를 추모할 뿐이었다.
그렇게 잊혀져 가는 아빠의 모습이 괴로워서.
다른 사람의 기억까지 내가 어떻게 하겠다는 건 헛된 일이라서.
다만 오래 아빠를 기억해주기를 바랐는데.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버린 우리들의 모습을 돌이켜보니.
다 거짓말만 같다.
나라도 더 오래 기억해야지.
아빠의 웃음.
아빠가 평소 자주 하시던 말씀.
익살스러운 장난.
특유의 포즈.
얼굴 표정.
나와 나누던 수다까지도.
전부 오래 기억해 둘 거야.
사소한 아빠 이야기에 웃음꽃 만발하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분명 다둘때도 있었고 힘들게도 하였지만.
곁에 계셨음에 감사하는 날이었어야 했다.
근데 잘 그러지 못했다......
그게 후회로 남는다.
그나마 1-2년 바짝 가족여행도 많이 갔었고
추억의 한페이지를 고운 얼굴로 장식할 수 있어서 행복이었다.
같이 여행 가자고 졸라대길 참 잘했어.
그리고 증거 남기기 좋아하는 아빠가 가족 사진을 찍자고 우겼을 때도.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정작 본인은 사진사로 활약하느라고 자신의 사진은 몇 장 남지 못했지만.
전주여행 만큼은 내가 사진사로 대활약.
아빠가 더위에 지쳐 나가떨어지는 유쾌한 모습도 많이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거리에 놓여진 거대한 얼음덩이가 참 신기했었는데.
그렇게 더울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해서.
또 나는 한복 입고 돌아다니는 것에 들떠서.
더운 줄도 몰랐는데 사진을 다시 보니 정말 더웠구나 싶다.
떠난 이를 추모하는 많은 마음이 더해져서.
떠나는 길 외롭지 않게.
일면식 없는 나조차도 당신을 추모하고 있으니.
왠지 부쩍 아빠 곁으로 가게 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예전에는 죽음에 대해 그리 오래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아빠께서 훌쩍 떠나시고 나니
모든 그런 소식을 들으면.
마치 저 멀리 천국에서 모임이라도 크게 열린 듯이.
다들 아빠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눴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도 세계에서는 수십만명씩 죽어나가는데.
사고로, 다툼으로, 전쟁으로, 질병으로, 그렇게들.
산자와 죽은 자 모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채로 살아가고.
잊혀져 간다.
어차피 삶은 정거장이다.
잠시 들렀다 가는 거지.
이 순간을 어떻게 의미있게 보내는가, 그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방해없이 독서에 몰두하고 싶은데.
오늘도 방해가 들어올 것 같아서.
책을 덮고 뒤척대며 침대에서 뒹굴거린다.
멀리서 들려오는 빗소리가 노곤노곤 자장가 같다.
어쩌면 우리는 매번 죽음의 대행연습을 잠으로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은 숨만 붙어 있다 뿐이지
의식도 없고 거의 죽은 것과 다름없으니 말이다.
슬리핑 뷰티....라고 불렀지 아마.
잠자는 숲속의 공주 말이다.
고이 잠드신 내 사랑이여.
걱정없이 고통없이 편히 쉬세요.
주문처럼 외우는 말이지만.
당신께 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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