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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보통 카레

by 뽀야뽀야 2020.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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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보통 카레냐하면, 카레가루가 보통이라 그렇다.

항상 바몬드 카레만 먹었었는데.

엄마가 카레가루를 유심히 살펴보지 않고 사는 바람에.(힝)

그런 일상의 세심함을 뽀야가 따라다니면서 채워줘야 하는데

엄마가 퇴근 후에 근처 마트에서 급하게 사느라고.

일단 결론만 말하자면 보통 카레도 맛있었다.

그런데 바몬드가 훨씬 낫다.

과일 카레니까 말이다. 당도가 훨씬 높겠지.

그리고 엄마가 퇴근하고 조금 쉰다음에 마트를 간다고 치면

거의 7시 언저리가 되어서 뽀야는 영어 라디오 때문에

집에 발이 묶이고.

홀로 장보기 쓸쓸한 엄마는 잘 나가려 하지 않았는데.

마침 ABC 주스가 떨어졌다.

엄마가 장 봐온 바나나 파운드가 있는데. 곁들일 음료가 없는 것이다.

그리하야 엄마는 마트 원정을 떠나게 된다.

다늦은 저녁에 홀로.

가는 길에 특정 아이스크림을 사달라는 동생의 말에

엄마는 마트 장보고 집에 들렀다가 짐을 놓고 다시 동네 슈퍼로 향했다.

그런 엄마의 살신성인(?)을 지켜 보면서.

 

나는 '엄마'는 못될 것 같았다.

엄마는 최종 퀘스트에 가까워. 아무나 못 해.

그렇게 생각했다. 뭐 한두번 드는 생각도 아니지만은.

아이를 낳으면 자기랑 똑같다던데.

어린 시절의 나를 다시 키울 생각을 하면,

음, 내다 버리고 싶을 것 같아서 안 돼.

엄마는 정말 대단하다.

힘이 끝없다.

그런데 그런 엄마도 나이가 들었다.

이젠 젊은 시절의 팔팔한 엄마는 아니지만.

아직도 훈아 오빠 앞에서는 수줍은 소녀 같지만.

쨌든 세월의 힘은 무시 못한다.

닳아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기억력도 

과거에 한하면 꽤나 선명하다.

 

재생밴드를 찾는 동생에게.

분명 그거 집 어디서 봤다며 찾는 엄마와

그냥 나가서 새거 사오자는 뽀야.

승자는 엄마였다.

예전에 아빠가 쓰던 재생밴드가 집에 있었던 것이다.

우와, 전혀 몰랐는데.

그런데 유통기한이 지나서 쨌든 버리게 되었지만

엄마의 기억력과 그곳에 진짜 밴드가 있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이런 사소한 일에 감동받을 정도로 

엄마 기억이 형편없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요새 깜박깜박 하시는 것 같아서 걱정이 좀 된다.

나 어릴때는 칼같던 엄마가 점점 뭐였더라...?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기 시작하고.

기억력을 증강시키는 데 1등 역할은 그 기능을 많이 쓰는 것.

계속 기억하려고 노력하고 고스톱도 치고 컬러링 북도 하고.

그러면 좋을텐데 관심이 없으시다.

내 노력의 부족이다. 동기부여를 시키지 못하였어...(히잉)

살아가면서 누구나 여러가지를 조금씩 흘리면서 어른이 되어가는데

엄마의 잦은 단어 인출 실패와 입에서 맴도는 말들을 

싹 정리해드리고 싶은데 그것도 부담스러운 엄마였다.

뭘 새롭게 알려고 하지 않으신다.

뽀야가 아무리 노력해도 학습의지가 없는 사람에게는

모든것이 그저 강요가 되어버린다.

그래도 요즘에는 드라마 제목같은 거 외우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서

조금 뿌듯하다.

그런 면에서 오!삼광빌라는 제목 좀 기억 잘나게 짓지 말이야.

괜히 드라마 탓을 해 본다.

 

매번 먹는 카레이지만 바몬드가 아니었어도 맛있었다.

이번엔 국물을 많이 해서 되직하게 되지 않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하루 지나니까 걸죽해졌다.

김치만 꺼내면 되는 초간편식 카레가 너무 좋다.(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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