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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본격 잡채

by 뽀야뽀야 2021.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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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속보호를 위해 먹지 못했던 시간을 보상하기 위한 

특급메뉴인 다시 잡채이다.

이게 보다시피 재료비도 많이 들고 일손도 많이 들어간다.

재료를 하나하나 따로 볶아내야 해서.

재료 손질에 시간이 많이 든다.

일일이 썰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런 번거로움에도 엄마가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내 새끼 맛있는 거 먹이려고.

뽀야는 첫 번째 잡채에서 충분히 먹었음에도

이번 잡채에 또 달려들게 된다.

잡채는 갓 만들었을 때 그 고소함이 최고다.

보관을 위해 냉장고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확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냄비에 저녁에 먹을 만큼만 나누어 두었던 엄마의 준비력.

덕분에 보들보들 맛있는 잡채를 먹을 수 있었다.

뽀야는 특별하게 잡채에는 오이장아찌가 좋다고 생각한다.

조금 느끼할 수 있는 잡채의 맛을 장아찌가 잡아주니까.

그걸 오이장아찌라 부르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는데.

오이를 염장했다가 씻어서 고춧가루와 참기름에 무쳐 먹는 그거 말이다.

아무튼 오이 장아찌가 이제 바닥을 보이고 있어서 너무 아쉽다.

만들기가 쉽지 않은 저장 음식이라.

작년에 만들어 두었던 건데 지금은 아주 깊은 맛이 난다.

그러고 보니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게 김치네.

온갖 김치들 말이다.

부추김치도 먹고 싶고 파김치도 먹고 싶고.

그런데 김치 만드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서.

옆에서 돕기만 하는 데도 진이 다 빠질 정도라서.

엄마들은 어떻게 매번 엄청난 양의 김치를 해서 먹는건지.

존경스럽다.

나는 엄마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1단계서부터 탈락 조짐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어제 갈비 먹으러 가는 길에 장갑을 집에 두고 나갔다 왔더니

손이 그새를 못참고 트기 시작했다.

진짜 이 연약한 피부 어찌할 것인가....!

로션을 바르고 자고 일어났는데 아직 불그스름한 기운이 남아있다.

살이 벽돌처럼 찢어져서 붉게 변한 것이다.

찬바람에 살갗이 터진 것이다.

가까운 거리를 갈 때에도 보온 장비를 꼭 갖춰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바로 집 앞의 가게였는데 아주 잠깐의 노출에도 

붉게 터져버린 손등이여.

그래도 제 때에 보습제를 발라주어 까끌까끌 하지는 않다.

그나마 다행이지.

모자도 옷에 달린 모자는 좌우 시야를 가려서 

따로 모자를 쓰는 편인데

맨 머리로 나갔더니 머리가 띵하니 어지러웠다.

바람이 세긴 셌나보다.

요즘 날씨가 참 무섭다.

기본이 영하 10도 이래버리니까.

심지어 오늘은 낮 영하 11도에 밤 영하 19도라고 나와있다.

그래서 어제 장판을 저온에 켜고 잠들었다.

살짝 뒤척이긴 했지만

어깨로 찬기운이 내려와서 좀 쌀쌀했는데 딱 좋더라.

 

아침에 일어나기 망설여지는 것은

하루가 너무 똑같기 때문에 지루해서.

이런 지루한 하루가 또 시작되는구나 싶어서 

밍기적 거리게 되는 것이다.

 

근데 마음을 바꿔보려고 한다.

이 얼마나 재밌는 사건인지 모른다.

매일 공부할 수 있음과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요즘에 인간극장에서는 불의의 사고로 목아래로 마비가 되어버리신

어떤 전직 직업군인분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왜 인간은 상대방의 역경과 고난을 봐야지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걸까.

그냥은 안되는 걸까.

게다가 아들을 돌보는 어머니께서도 허리와 무릎이 안좋으셔서

고민이 깊어가는 중이라는 그런 무거운 얘기가 오늘 주제였다.

엄마 생각을 해보았다.

엄마도 무릎이 좋지 못한데.

우리네 어머니들은 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이유로

어딘가가 금방 고장나서 고통스러워 하신다.

옆에서 잘 지켜본답시고 했는데도.

 

동생은 그런 걸 막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자세 지적도 나오게 된 것이지.

항상 의자에 깊숙이 앉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의자 끄트머리에 앉는 게 습관이 되어서 자연스레 뭘 하려다 보면

허리가 굽게 된다.

지금 이 글을 보고 다시 고쳐앉는 분이 몇 분 계실지도 모른다.

허리가 무너지면 모든 게 끝이잖는가.

안그래도 근육이 없어 낭창낭창한 나의 허리를 지킬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슬픈 하루.

허리는 잘못된 자세를 누적하며 점점 휘어진다는데.

교정을 해도 기존의 나쁜 자세 위에 좋은 자세가 쌓이는 그런 방식이라서.

진짜 끊임없이 자기 관찰이 필요한 것이다.

 

되도록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지켜야만 하는 일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제일 나쁜 게 컴퓨터 하는 건데 요즘 세상에 컴퓨터를 끊을 수가 있던가.

그래도 조그만 휴대폰 보고 있는 것보다는

컴퓨터가 나을 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야심작. 본격 잡채를 먹으면서.

이 맛있는 음식, 이제 오늘 먹었으니

한참 뒤에 다시 만나자.

어쩌면 올해는 다시 만날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

너무 비효율적인 반찬같아서.

덕분에 입술에 기름도 바르고 맛있었다.

후루룩 삼키는 게 재밌었다.

한번에 간을 맞춰버리는 엄마의 예리한 감.

모든 것이 조화로웠던 백점 만점에 백점짜리 잡채였다.(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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