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어제 왔는데.
부추전은 다음날 굽고 있다.
사다 놓은 부추 2단이 아까워서 만들어 본 부추전이다.
부추전 레시피란 간단하다.
부추를 송송 썰어서 부침가루에 물 넣고 적당히 걸죽하게 만들어
슥슥 섞어서 부쳐내면 되는 것.
그런데 이제 반죽이 되거나 질거나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부추의 양이 그때그때 다르니까 절대적인 물의 양은 없다.
우리는 주말 특식 시간이라도 건강하게 즐기고 싶어서.
되도록 반죽양을 적게 하고 부추양을 많이 하여 부추전을 만들고자 하였다.
그래서 엄마는 슴덩슴덩 썰어놓은 부추에다가
범벅을 하는 식으로 반죽을 하였다.
손으로 안쪽까지 깊이 넣어 뒤적뒤적 해주는 방식이다.
게다가 저번 부추전의 경험을 통해,
양파를 넣으면 단맛이 배가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양파 부추전이 탄생하려는 순간이다.
부침가루를 처음부터 탈탈 털어 버리면 곤란하다.
상황을 봐가면서 부추에 끼얹어 주고 물을 한 컵 떠놓은 다음
살살 부어가며 되기를 조절 해 주자.
제법 끈적끈적 해질 정도가 되면 구워도 ok!
굽다가 이거 너무 질다거나 되다거나 싶으면
물 붓거나 부침가루를 더 넣으면 되니.
집어 넣어놓지 말고 옆에 꺼내두자.
엄마는 듀얼팬 마스터기 때문에.
프라이팬 2개를 사용한다.
불 앞에서 오래 서있어야 하는 일이라 고될텐데도.
항상 엄마는 불평 없이 굽자마자 우리의 식탁에 배달해 주시곤 하셨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 굽고나서 같이 먹자는 신념하에.
일단 열심히 구워낸다.
쟁반 3개를 준비하여 부추전을 소분한다.
각자 쟁반 1개를 책임지고 먹어야 하는 식이다.
그리고 양념장 만들기도 간단하다.
일단 먹을 양 만큼의 진간장을 부어주고.
살짝 덜 짜게 물을 부어준다.
대략 간장과 물의 비율이 1:0.5 정도 되는 듯.
그리고 다진 양파와 다진 마늘을 넣어준다.
파도 조사서(?)넣어 준다.
대파가 있으면 좋겠지만 쪽파도 괜찮다.
그리고 고춧가루를 휘휘 넣어주고.
대략 아빠 밥숟가락으로 1개 정도 들어간 것 같다.
그리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원하는 만큼 둘러준다.
고소한 맛이 좋으면 더 넣어준다.
그리고 단맛을 위해 설탕이나 올리고당을 선택할 수 있는데.
올리고당을 넣으면 간장이 되직해지고 많이 넣어도 단맛이 잘 안나긴 한다.
그래도 건강을 위해서라면 올리고당을 추천!
설탕을 넣을 거면 1 작은 숟갈 정도 넣어주자.
어차피 부추전이 양파덕분에 달콤하니까 덜 달아도 괜찮다.
이런 양념장은 어느 집에나 나름의 비법이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우리집 양념은 이러하다는 것이지.
근데 분명 똑같이 만드는데 내가 만들면 별로 맛이 없더라.
손 맛이라는 게 진짜 있나보다....(후덜덜)
일요일 점심을 거창하게 부추전으로 호록호록 맛있게 먹고.
남은 것은 엄청난 설거지였다.
특히 부침가루 묻은 볼은 씻기가 번잡시렵다.
물로 여러번 헹궈서 반죽이 씻겨 내려가게
열심히 그릇을 흔들어 닦았다.
그렇게 정리를 마치고 아빠방에 들어가서 피아노 연습을 하는데.
점심이라 나른나른 졸릴만도 한데.
자꾸 특정 부분에서 틀려대는 손가락을 보고 있자니.
열불이 터지면서 살짝 흥분되면서.
오던 잠이 달아나 버린다.
요즘 연습하는 곡은 Damien Rice의 9 Crimes라는 곡이다.
듣기에는 비슷한 멜로디가 반복되어 쉬울 것 같은데.
이게 양손 연습이다 보니.
헷갈리고 엉키고 그런다.
그래도 어느 정도 반복되는 부분을 익히긴 했다.
잘 연습해서 피아노 치고 노래하는 영상을 올릴 수 있어야 할 텐데.
그정도로 되려면 연습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부추전도 먹었으니 힘을 좀 써야하는데.
피아노랑 한참 씨름하다가 다시 거실로 나와 TV보는 엄마 옆에
거슬리게(?)누워 있었다.
주말은 날카로운 신경이 진정되는 것 같다.
뒹굴뒹굴 그야말로 편안한 주말.
내가 수험생이 맞기는 한 건지.
공부는 안하는지.... 묻고 싶은 게 많지만.
주말이니까......쉬어야지. 하고 책을 덮었다.
솔직히 적당히 쉬어주는 것도 공부계획에 포함된 부분이다.
쉬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쓰러지거나 병원신세를 지게 된다는 것.
그럴 일 만들지 말고.
주말에는 평소 하던 운동을 더 한다든지 하여.
나에게 휴식을 선물하자.
그래야 다시 한 주 잘 달릴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공부랑 안맞는 것 같은 운동과 휴식이 사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잊지 말고 공부하는 수험생이 되시길.
내가 놀고 싶어서 그러는 거 절대 아님.
다 몸의 균형을 찾아주고 마음도 몸도 건강하게 공부 유지하기 위한
장기적 계획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 수험은 1년 계획이니까.
쉬이 지치게 되니까.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으니까.
살살 내 몸을 달래가면서 해야한다.
그리하여 다같이 모여앉아 먹는 부추전은 맛있었다.
게다가 식탁 앞에 쟁반 하나씩 차지하고 전을 해치우는
우리의 모습이 왠지 웃겨서.
꽤 많은 양이었는데도 남기지 않고 먹어낸 나는 위대하다.
정말 위장이 점점 커지고 있나보다.
거의 부추전 큼직하게 3-4장이었던 것 같은데.
다 먹어치웠다.
양념장도 맛있고, 전도 바삭하고 최상의 조합이었던 듯.
다시 주말에 비 온다던데. 그 때 또 그리워질 그런 맛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