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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부추 부침개2

by 뽀야뽀야 2020.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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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남은 달래 간장이랑 함께하는 부추 부침개.

부침개를 부칠 때 나는 타닥타닥 소리와 빗소리가 

천장에 타닥타닥 떨어지는 소리가 비슷하여 

비오는 날이면 부침개를 먹는 거라고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이번 부침개는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똑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부침가루가 부족하여

찰밀가루와 섞었드랬지.

그랬더니 맛이 조금 싱거워지면서 바삭도가 떨어지게 되었다.

부침개는 바삭해야 하는데 질겨졌다.

그리고 달래 간장은 짠맛이 강하고 말이지, 총체적 난국이다.

원래 부침개 할 때 간장을 따로 달콤 톡 쏘게 만드는데

오늘은 달래 간장이 남아서 그냥 같이 먹었더니 

이 사달이 났다.

음식을 만드는 것도 또한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음식을 즐기는 것도 이것 저것 챙기다 보면 힘든 일이다.

우리가 먹는 이유는 살아내기 위해서라지만

식재료를 다듬고 씻고 하는 재료 준비부터

조리하는 과정, 그리고 먹는 시간, 뒷정리까지.

먹는다는 행위는 참으로 번거롭고 지치는 일상이다.

정말 피곤할 때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오늘의 부침개는 기대 이하였다.

엄마도 한 장 뜯어 먹으면서 찰밀가루를 괜히 섞었다고 

쯥쯥해 하셨다.

뭐, 항상 음식이 맛있게 되라는 법은 없지.

오늘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더 나은 식사를 만들어가면 되는 거다.

좋은 거 배웠네.

집에서 부침개 해드실 때 가루 모자란다고 아무 가루나 섞지 마시길.

부침개가 전체적으로 밍밍하고 맛없어 집니다요.

게다가 바삭해야 할 부침개가 질겨지는 마법의 효과가.

어차피 한 줌 응가로 돌아갈 음식이지만

뽀야는 먹는 걸 좋아하고 기왕이면 더 맛있게 먹는 법을 연구하고 싶다.

그렇다고 예쁘게 데코해서 사진찍고 그럴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이제부터는 음식을 귀하게 여기고 먹는 행위를 즐겨 보려고 한다.

그간 아무 느낌 없이 먹고 마시고 해왔던 일들에 감사를 표하며

내리는 빗방울이 잠잠해 졌을 때 내 위장도 잠잠해 지기를 바라며

목적도 방향도 없는 기도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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