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 티백을 찻잔에 넣고 기다리는 시간 3분.
이 거시기한 시간을 어떻게 알차게 보낼 것인가.
뽀야는 당근을 씹어 먹기로 했다.
언젠가의 게시글에서 눈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매일 보리차처럼 결명자차를 마시고 또 당근도 챙겨 먹을 만큼
아직은 열정 뿜뿜이다.
게다가 당근을 이렇게 소분해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스스로 달콤해지는 마법같은 효과가 있다.
아무래도 당근 속 수분이 마르면서 당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당근은 물론 겁나게 푸석푸석하다.
씹는 거 질색하는 뽀야는 원래 당근 챙겨먹고 이런 아이가 아니었다.
상황이 사람을 참되게 만들어 가는 게지.
식당에서도 오이랑 당근이 찬으로 나올 때
'와~ 누가 저런 거 먹을까?!' 의아해 하던 뽀야는
지금 집에서 당근을 사서 소분해서 홍차 타임을 즐기기 전에
와작와작 씹어먹고 있는 것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얼마나 시력이 좋아지겠냐? 하고
혹자는 말하겠지만서도.
마음의 힘이라는 게 무시 못한다.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매일 노력하고 그것이 효과 있다고 믿는다면 기적이 일어나는 것도
한순간이지 않을까?!
뽀야가 당근을 먹는 것의 이점은 꼭 눈에만 있지 않다.
씹는 운동이라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아빠는 오래전부터 말씀해 오셨다.
운동선수들도 긴장을 풀기 위해 그라운드에서 껌을 씹는다고.
씹는 다는 것이 그만큼 이롭다고.
뽀야 너는 좀 씹어라 녀석아, 그렇게 말씀하셨었지.
사실, 많이 씹어 버릇 하면 턱이 각지고 네모낳게 된다며
씹기를 거부해 온 것이 바보 같은 나의 모습이다.
오징어를 즐기시는 아빠는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가 참 튼튼하고 턱도 잘생겼다.
아, 내 눈에만 그러할지도 모르겠다.(콩깍지~)
아빠를 떠올리며 당근을 씹고 있자니 또 가슴이 애려온다.
이제는 이렇게나 자란 뽀야가, 아빠 말씀을 이제야 뒤늦게
실천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원래 곁에 있기만 해도 그리운 것이 가족이요 부모님이라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아 버리지 않았기를.
오늘도 내가 놓치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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