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나가면서 매번 보지만 너무 아름답다.
불타듯이 새빨갛게 무르익었다.
저 위치가 돌들이 쌓여있는 자리라
거기 걸터앉거나 밟고 서거나 하면
이 단풍과 나를 사진이라는 프레임속에 가둘 수 있다.
이런 빛깔은 나오기 쉽지 않은데
특이한 종인지 뭔지 몰라도
매번 가을이면 이 자리 단풍이 늘 예쁘다.
나 좀 보고 가라고.
그렇게 저 자리에서 환하게 거리를 비추고 서있다.
아빠는 매번 출근하실때마다 감정없이 그저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출근길 자리에 오늘도 피어있는 단풍은
세상 어떤 일보다 자연을 바라보고
오늘 하루쯤은 굽은 허리를 펴고 하늘 한번 바라보자고.
그렇게 속삭이는데.
무엇이 그리 급해서.
손님들 발자국 쫓느라 그렇게 헤매며 살아왔는지.
이렇게 아름다운 동네 한바퀴 산책 할 여유조차 없었는지.
이미 나와버린 배가 걷기를 방해하더라도
조금씩 움직거렸다면 훨씬 편했을 텐데.
이랬으면 어땠겠다.
저랬으면 이랬겠다.
수많은 말들이 그저 공중으로 흩어져 간다.
부질없는 나의 후회는 형태를 만들지 못하고
그저 바보 같은 나의 입밖으로 흩어져서
그러게 잘하지 그랬어! 하고는 흘러가 버린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반복되는 후회라는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잠식하기 전에 멈출 수 있었던 것은
아름다운 풍경 속에 머물렀기에.
지금의 아름다움을 그저 즐기라는
나무들의 고요한 외침에 눈길을 빼앗겨 버렸기 때문에.
이제 시험이 끝나면 그렇게나 가고싶었던 수목원에도 가보고
겨울이겠지만 산책 가용공간도 더 넓혀보고
모험을 또 떠나야지.
다시 또 바빠지면 거기에 매달려서 또 살아가겠지만
이제는 내려놓는 법을 조금 알게 돼서
두렵지도 않고 그저 씩씩하게 앞으로 조금씩이나마
나갈 뿐이다.
어떤 이는 그저 하늘 바라보는게 뭐가 대수냐고 그러겠지만
그렇게 숨돌리는 잠깐의 여유가 우리 삶에는 무척이나 필요하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하였다고 말해봤자
다시 돌아가서 마주치기엔 이미 늦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고 모든 깨어있는 학자들이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내 행복을 미래에 넘겨주지 말고 지금 즐기자.
그렇다고 흥청망청 본분을 잃고 그저 놀자는 게 아니다.
때로는 시간이 어떻게 주위를 바꾸는지
눈치채면서 살아가자는 것이다.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면 분명 거기에는
뭔가 간직하고 싶은 그런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 때를 포착하면 사진이 된다.
그 속에 내가 들어가 있다면 더 좋은 사진이 되겠지.
단풍과 나의 모습을 겹쳐보면서
조용히 미소가 지어지는 하루였다.
그 속에 나는 크게 브이자를 그리며 웃고 있다.
이 웃음이 새로 피어나는 나무와 더불어 영원하기를.
부질없는 소망을 담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