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박하게 양념치킨이 먹고 싶었을 뿐이고.
그러다가 집앞에 있는 치킨집이 눈에 띄었고.
막힘없이 주문을 하고 집으로 가는데.
어째 도착한 닭의 상태가 이상한기라.
애가 빼짝 곯아 있는 게 아잉교.
일반 치킨을 시킨다는 것이 프리미엄참숯 바베큐를 시켜버린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그 가게는 일반 치킨을 파는 가게도 아니었고
바베큐 통닭을 파는 가게였다.
여기서 몇 년을 살았는데 그것도 몰랐다.
엄마는 계속 전화하여
[아니~ 후라이드에 양념 묻힌 거 시켰단 말이예요~]
이 말만 반복해서 정말 우리 가족은 뽱터졌다.
이후로 후라이드의 '후'자만 나와도 웃음 자동 재생.
게다가 엄마는 흥분하면 목소리가 갈라지는데
그것도 엄청 웃음의 키포인트였다.
참숯 바베큐도 맛있고 참 좋지만
우리가 먹고 싶었던 것은 후라이드에(ㅋㅋ)양념 묻힌 그런
순수한 통닭이었단 말이지......
꼭 엄마랑 뽀야랑 있을 때 사소한 문제가 생기곤 한다.
동생은 주문하나도 제대로 못하냐면서 불만가득한 얼굴.
그러면 지가 가든가.......(궁시렁)
그러고 보니 어제는 마트에 갔는데 분명 쌈무를 2개 계산대에 올리라고 시켜놓고
카트 반납하러 갔다왔더니 무쌈이 1개 밖에 없는 기라.
아니 이거 없어졌다고.
그러는데도 냅두라 하더니
집에와서 짐정리 하는데 무쌈이 없어졌다고 고래고래.
이런 일들이 수없이 일어나기에.
뽀야가 항상 계산할 때나 주문할 때.
자리에 있어야 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나이가 몇인데 벌써 이러면 어떡하나......
근데 뽀야가 있어도 상황이 그닥 개선되지는 않는다.
둘다 허당미 뿜뿜이라서.
무튼 그날은 결국 메뉴에도 없는 후라이드에 양념묻힌 닭을 먹을 수 있었다.
사장님도 굉장히 피곤하셨을 그 날의 양념치킨.
한동안은 부끄러워서 가게 앞을 지나가지도 못했는데
이제사 생각해보니
웃고 넘어가주신 사장님한테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둥글게 둥글게~
동네 사람이라서 봐주신 거 같기도 하고
한동안 후라이드가 금칙어가 되어버린 우리 집 상황도 웃음이 나고.
치킨 안 먹은지도 꽤 됐네.
또 아침부터 땡기기 시작하네 위험하다.
오늘은 월남쌈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