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것일까.
어느날 그냥 스위치를 툭 쳤을 뿐인데
욕실전등이 나갔다.
뽀야는 그저 스위치를 눌렀을 뿐인데!!
얘가 집을 나갔어요!!
아빠가 계셨을 때는 집안에 뭔가가 고장나면
정말 바로 고쳤는데
우리가 하려니 미뤄지고 귀찮고 하루를 너끈히 넘겨서 고쳤다.
다행히도 아빠가 스페어로 전구를 2개 정도
구비해 놓으셔서 그걸로 어렵지 않게 교체했다.
푹 치니 팟 하고 나갔다고 동생에게 나의 무고함을 얘기하자
원래 전구는 소모품이라며 대략 1년정도 쓰는 거라고
그렇게 위로를 해 주더라.
그래도 저기에 맞는 전구를 사러 나가자면 또 일이 커지는데
아빠는 어떻게 알고 미리 사놓을 생각을 하셨을까.
1+1을 좋아하셔서 그런가...?
그래도 집안에 전기 문제나 전선 문제 이런 거에는 정말로 동생이 필요하다.
뽀야랑 엄마 둘이 있는데 그나마 이번에는 욕실 전등이라 간단한 편이었지
거실 전등이 나갔다면.... 아아 생각하기도 싫어.
매번 아빠가 해주셨으니까. 우리는 할줄 몰라요.
뭐.... 굳이 하라고 시키면 꾸역꾸역 해보기는 하겠지만
성역할을 고정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두렵다.
뽀야 혼자 해내기에는 과일 깎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전등 케이스 빼는 법 같은 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데
그런 거 슥슥 해내는 동생을 보면서
녀석 참 능숙하군 하며 내심 대견해 하는 뽀야.
뽀야도 언젠가 뽀야만의 분야에서 너무 능숙해서
보는 사람이 다 뿌듯할 정도로 그런 뭔가를 해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해봤다.
근데 그런 분야가 있기는 한 걸까...?(동공지진)
왜 눈물이 나지...?
이제부터는 스위치도 살살 눌러야겠어.
뭐든지 갑작스런 동작은 좋지 않다고
아빠가 그렇게 뽀야한테 말했었는데.
뽀야는 행동거지가 너무 과격하다고 아빠가 누누이
말했었는데. 요번에도 이렇게.
뭐 그래도 잘 해결됐으니 된건가.
망가진 전구는 사진 찍어놓고 아파트 단지 수거함에 고이 넣어주고 왔다.
아, 이렇게 우리는 아빠 없이 뭔가를 해내며 살아요.
조금은 뿌듯하네요.
아빠 걱정할 거 전혀 없어요!
우리 잘 해낼 거예요.
잘 할 수 있어요.
아빠는 걱정없이 아픔없이 지내시면 돼요.
그리고 언제나 아침인사 저녁인사 드릴 때에도
환하게 웃고 계신 사진을 보며 마음속으로 얘기 꺼내서 그런지 몰라도
아빠가 저에게 힘을 줘요.
정말 많이 고마워요 아빠.
항상 아빠께 고마워 할일만 생겨서 가슴이 찡해요.
사랑합니다 우리아빠.(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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