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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뽀야의 모험2

by 뽀야뽀야 2020.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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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 가도 모르는 곳만 나와서 당황에 휩싸인 우리 앞에 펼쳐진.

꽃의 향연.

오솔길 입구에 이렇게나 꽃들이 아기자기 모여 그림 같이 아름답다.

또한 뺨에 닿는 공기는 찬데 

우리 몸에서 배어나오는 땀이 따끈따끈 해서 묘한 느낌.

손이 살짝 시려웠던 뽀야는 자꾸만 상의 앞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뺐다가

부산스러운 모양.

우리의 작은 여행길이 헛되지만은 않았음을 증명하는 아름다운 자연.

끝없이 이어진 길은 다행히도 목적지에 닿았다.

평소 버스를 타고 다녔던 길과는 다른 샛길.

처음보는 풍경에 여행의 맛 제대로 느낀 뽀야.

아니 여기가 우리 옆 동네 맞단 말인가?!

아무리 방콕 생활 하고 사는 뽀야라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가까이 있었는데

탐험 안하고 뭐한 거지?!

 

그런데 우리의 여행은 오는 길 풀 숲에서 발견한 뱀의 사체를

보고 기겁한 엄마의 기력 소진으로 허접하게 마무리가 돼버렸다.

원래 목적지 부근을 둘러보고 안쪽 구경도 할 생각이었는데

머릿속이 백지가 되어버린 엄마는 빨리 버스 타고 되돌아 가자며.

아까 그 길에 뱀의 친구들이 더 있을까봐 두려워진 모양이다.

그러네.

아직 산 속에는 뱀이 살고 있네.

생물다양성에 감탄하지말고 제 목숨 보존할 생각 하는 게 

어째 생존을 위한 더 빠른 길일 것 같다.

 

BAAM때문에 그 길로는 다시 못 갈 것 같다.

꽃들이 정말 야생 후려 치는 그런 장관이었는데.

듣도 보도 못한 빛깔과 크기가 예술이었는데.

 

그러나 그 길을 다시 갈 수 없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뽀야는 처음 간 길을 못 외운다는 사실.

거의 산길이고 갈래도 여러 개라서 길 잃기 딱 좋은 위치.

혼자 산행은 어려울 듯 싶다.

나중에 뱀의 기억이 잊혀질 때쯤 

또 동네 마실 가자며 엄마를 꼬득여야지.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의자 등판에 가득 내리쬐는 햇살에 기대어 

그림자 놀이를 해보았다.

유치하지만 그래도 아직 새 모양 만들 수 있다.

아가들한테 보여주면 킬링타임용으로 좋은데.

엄마는 씁쓸하게 됐다 치우라며 쯧쯧거렸다.

왜 거기서 뱀이 나와가지고 우리의 뜻깊은 여행을

버스로 마무리하게 만드냐고오!

(BGM - 니가 왜 거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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