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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푸른머리 무

by 뽀야뽀야 2020.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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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컷 만화가 유행일 때가 있었는데.

약간 읽고 나면 허무해지는 그런 만화.

무가 인간 행세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만화이다.

일단 진지한 표정이 맘에 든다.

무가 카레가 될 뻔했는데 데굴데굴 굴러서 도망갔다가 

어떤 다른이에게 잡혀서 냉장고 속에 갇혔다는

일화가 가장 재미있었다.

일본 만화는 약간의 허무주의가 깔려 있어서 

읽다보면 뭔가 애틋함? 짠함? 이런 정서가 깔려 있는 듯하다.

섬생활을 하다보니 유한성, 덧없음에 주목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타인과의 교류가 별로 없었을 옛날에는 더욱 퇴폐적이고 개성적이었을지도.

무를 주제로한 만화를 두고 퇴폐니 뭐니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사실 일본인들의 마음 저 깊은 곳에는 

숨길 수 없는 퇴폐미가 있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이란 거기에 동조하는 가벼운 마음 반,

강렬하게 추구하는 적극적 마음 반.

지나치게 평범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개성을 감추지 못하여

작은 통로를 만들어 그곳에서 모여 은밀한 욕구를 표출하는 

그런 문화가 발달되어 온 곳이 일본이라고 뽀야는 생각한다.

그랬기에 마니악한 예술이 많이 창출되는 것도 같다.

우리나라에서라면 무를 소재로 만화를 내서 상업화 될 수 있었을까?

다양한 시도가 인정받을 수 있는.

소서사가 사랑받는.

그런 시대가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어제 포도를 사왔는데 반이 짓물러 있어서 내다 버렸다.

등의 소소한 이야기를 화제로 꺼내볼 수 있고 

또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저 책이 3권까지 나온 것도 대단하지만

이 책을 내가 소장하고 있다는 것도 참 우연이다.

어릴 때는 어떤 기준으로 물건을 골랐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이거 왜 샀지?'

싶은 물건들이 많이 있다.

단순하게 왜 샀을까를 생각하고 나를 원망하는 게 아닌

소박한 호기심.

작은 것에 관심 가질 줄 알았던 그 시절의 후한 인심에 

감사하는 마음.

다시봐도 재미있는 만화를 보며 

그래, 이 맛에 내가 산 거야. 잘했어.

라고 스스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 있는 마음.

다양한 예술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라고 한탄만 하지 말고

의미있는 소비를 한 번 해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그러다보면 예술의 저변이 점점 확대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가 향유할 수 있는 예술의 범주가 넓어지면

그만큼 풍성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이지.

기회는 노력하는 자에게 달려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듯 싶다.

뽀야도 그렇지만 이제 정신차리고 

그저 흘러가는 상업문화에 하루를 의미없이 소비하지 말고

차분히 앉아서 좋아하는 책이며 음악 찾아 보고 듣고

그렇게 스스로 깊어가는 가을 감성 충천했으면 좋겠다.

의미를 부여한다는 일이 참 중요하다.

 

그냥 싼 똥이라도 거기에 내가 우리집 반려견이 

길고 긴 변비중에 드디어 이루어낸 결과물.

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주는 순간 세상 소중해진다.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멈추지 말자.

그리고 머릿속이 복잡한 날엔

잠시 뚜껑을 열어놓고 다 비워내자.

그렇게 명상하다보면 

또 채울 용기가 샘솟을 것이다.

그 땐 또 망설임없이 주워 담으면 된다.

삶이란 그런 일들의 연속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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