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세일을 하지 않는다면
굳이 사먹을 일이 없는 소불고기.
확실히 고기를 먹으면 기력이 충전된다.
양파도 더 썰어주고 당면까지 넣어보았다.
근데 소소한 의문이 있다.
분명 광고지에는 100g에 900원이라고 나와있었는데
집에와서 포장지를 보니 단가 990원으로 되어있는데?!
어쩐지 총 가격이 10949원이더라.
그래서 광고에 속지 말라고 어르신들이 말씀하신 거다.
90원이 매우 적어보이지만 몇 배가 되면
확확 금액이 붙는다고...!
매우 쪼잔한 뽀야였다.(후덜덜)
그래도 세일을 하지 않으면 맛보기 어려운 고기고기를
우리 집 밥상에 올리게 해줬다는 점에서는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하루 3끼를 고기를 먹어버리면 소화를 못시키는 뽀야는
괴로워 하므로 일품 요리가 있더라도 뽀야는
하루에 2번 초과하여 고기를 먹지 않는다.
고기가 기력을 확 땡겨 주지만 소화가 잘 안되고
왠지 살 찌게 만드는 것 같아
먹을 때 입에서는 맛있으면서도 항상 찜찜해......
벌써 11월 2일이라니 시간 참 무섭다.
다시 한번 실감한다.
벌써 2020년의 후반부라니.
2020년의 전반부는 아빠를 떠나보내는데 써버려서
정말 번갯불에 콩 궈먹 듯 지나가 버렸다.
그 때에는 정말 아무데도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절망의 나날이었는데
매일 희망의 노래를 속삭였지만
그게 답답한 현실에서 꿈꿀 수 있는
역설적인 때로는 반어적인 행동이었다.
지금도 뭐 그렇게 근본적으로 다르진 않지만
어느정도 상실을 절감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엄마의 상처가 얼마나 아물었을지는
정말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우리가 툭툭 던지는 아빠라는 말에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시지만
사실은 가슴이 도려지는 듯한 고통이 있지 않을까.
날이 갈수록 더 보고싶어진다던 그 말씀에 담긴
깊은 뜻을 뽀야는 아마 잘 모르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뽀야가 항상 곁에 있으니까.
이런 하늘하늘한 몸이라도 기댈 거리가 되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횡단보도를 마구 달리는 버릇없는 차들을 뒤로하고
길을 건널 때마다 내 손을 꼭 잡아주는 엄마.
그런 엄마한테 실망이 되고 싶지가 않다.
언제나 자랑스럽고 당당한 그런 딸내미가 되고 싶다.
부르면 사랑이 되는 그런 이름이 되고 싶다.
부딪치는 것이 두려워 나아가지 않았던 과거를 뒤로하고
자석처럼 모든 것이 뽀야한테 끌려와 부딪치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매일 내쉬는 숨이 새롭다.
하늘은 파랗고 꽃나무들은 내년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아름다워지기 위해 자신을 버리는 낙엽을 보면서
언제나 잊고 살아가는 다짐을 다시 일깨워주기 위해
거기서 존재하는 작은 생명체들이 사랑스럽다.
엄마는 주말농장이나 참여해볼까?
하고 던졌지만
뽀야에게 와닿지 않았다.
우리가 굳이 지금 새로운 고생을 할 필요가 있을까?
엄마의 삶의 무게도 만만치 않은데.
오히려 힐링이 될지도 모르지만.
산책하는 발걸음이 묵직했던 어제.
주말농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쉽게만 생각되지 않는데.
꽤나 노력이 많이 들 것 같은데
엄마의 자연에 살리라~ 하고자하는 마음은
너무 형식적인 것 같다.
그렇게 누리고만 살려면 귀농 15년차.
이정도 되도 힘들거라고 생각하는데.
농사의 농자도 모르시는 분이......
원래 과감한 사람들이 일을 내는 법이긴 하지.
무모하려나.
다음 산책 때는 되도록 엄마의 기분에 맞춰 줘야겠다.
지금 주말농장을 참여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기분을 일으킨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뽀야는 또 잊고 있었다.
YES GIRL이 되자.
더 부딪칠 것이 남아있던가?
다들 와서 부서지고 깨져라.
내가 꿋꿋하게 서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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