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물탕에는 콩나물이지만.
그냥 나물로 먹기에는 숙주나물이 딱.
왜냐면 콩나물은 너무 아삭아삭한데
숙주나물은 뭔가가 한풀 꺾인 느낌이라서.
씹기가 참 편하다.
바보뽀야는 많이 씹는 걸 선호하지 않아서
나물들이 비빔밥 아니면 뽀야 입으로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도 한 때 사랑했던 숙주나물.
지금은 동생이 한 그릇 너끈히 먹어치우는 그런 존재.
숙주의 효능이라고만 쳐도 또 수두룩하니 나오는데
그 중에서 뽀야의 눈길을 끈 것은 성인병예방과 해독기능!
숙주 디톡스인가봉가.
숙주나물에 대한 자세한 레시피가 궁금했는데
엄마계량은 참 신비하다.
매번 다채롭게 넣는데 맛이 똑같애(?!)
마늘 한 손가락.
파 대충 썰어 후두둑.
참기름 훠이훠이.
으아아아~!!
계량을 정확히 해 주세요!!!
뽀야는 라면 끓일 때도
봉지에 써있는 그대~로 지키는 모범 초짜 요리사.
모범이라는 말이 붙는다는 것은 뭔가 특별하다는 것이지.
규칙을 착실하게 지키는 사람만이
또 성실한 사람만이 모범이라는 타이틀을 손에 쥘 수 있는 것.
그런 측면에서
기분이 좋지 않으면 음식 맛도 뭔가 망쳐지는
그런 엄마의 후리한 요리법에
아직 적응이 덜 된 뽀야는 혼란에 빠진다.
마치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에 지원한
수많은 요리초보자들과 마찬가지로.
엄마는 백파더를 보며
[아~ 왜 저것도 몰라.]
하며 답답해 하지만 뽀야는 왠지
저 사람들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정말 예상을 후려치는 그런 질문들을 보면서
요리는 정말 쉽지 않구나...를 몸소 느끼게 된다.
뽀야가 제일 힘들어 하는 것은
[약간] 이라는 말이다.
도대체 얼마만큼을 넣으라는 거지?
대강 '조금' 보다는 많고 '많이' 보다는 적은 것 같은데
약간이 기분 따라 다르쟈나쟈나~
열받는 날엔 한없이 '많이'에 수렴하쟈나~
아마 내가 엄마의 손맛을 이어받기란 정말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니면 옆에서 몇 숟갈 넣는지 이런 걸 체크해 볼 수도 있지만
왠지 그렇게 해버리면 엄마 음식이 아니게 되는 것 같아서.
마늘 한 웅큼. 고춧가루 한 바퀴 돌리기.
이렇게 써놔야지 엄마 레시피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ㅎ)
국물을 우릴 때도
똑같이 멸치 쓰고 무 쓰고 다시마 쓰는데도
맛의 깊이가 확 다르다.
라볶이를 뽀야가 만들면 뭔가 정형화된 느낌이 나는데
엄마가 라볶이를 끓여주면 진짜 파는 것 처럼 감칠맛이!
아, 다시다를 많이 넣었을까나?(흥)
요리는 손맛이라는 말이 정말 와닿는 것이다.
뽀야의 이 낭창낭창한 손으로는 깊이 있는 맛은 무리다.(쾅쾅)
내가 생각해도 이런 손에서 정말 맛있는 요리가 탄생할 것 같지 않아.
사실 기본이 가장 어려운 것이다.
기본 반찬을 딱 먹어보면 그 집의 맛을 알 수 있지.
맛이 삼삼한 것일수록 진가가 드러나는 법.
질감의 느낌까지도 맛을 좌우한다.
나중에 엄마한테 요리를 해 드려야 하는 순간이
분명 올 텐데. 엄마는 나에게 이래 말할 것 같다.
[야~ 너는 수습기간이 몇 년인데 요리를 이따구로밖에 못하냐.]
[옆에서 뭘 보고 있었냐.]
[그 쉬운 걸 못하냐.]
아직 세상에 뽀야가 배우고 익혀야할 분야가 또 있었던 것이다.
요리의 세계.
재료를 수없이 버려봐야지만 깨닫게 된다는 그 무서운 세계.
이제 주변만 맴돌지 말고 도전해봐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일단 목표는 내년 엄마 생일. 미역국부터 도전해보자.
올해는 미역 사는 거까지 클리어 했으니 분명 잘 될거야.
수없이 먹어본 미각이 여기 있잖아.
조리도구도 다 똑같은 거 잖아.
심지어 조미료도 다 똑같이 마련되어 있어.
할 수 있을거야.
맛없다고 다 버리게 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
원래 넘어지며 깨지며 배우는 거니까.
생각해보니까 진짜 무서운 거는 따로 있었다.
전혀 도전하지 않으려는 나태한 자신 말이다.
이게 제일 무서운 병이다.
언제까지고 변화가 없는 삶.
판에 박힌 듯 똑같이 어린애인 정신.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요즘에 초등학생들도 근사한 요리를 하는데
뽀야는 뭐 요리라고 할 만한 거 중에서는
그나마 라볶이가 가능하고 또........(에효)
아! 계란 덮밥도 가능하다.
스크램블 에그를 밥에 얹고 간장으로 양념한
고슬고슬 몽글몽글 맛있는 계란 덮밥.
에이. 이건 요리가 아닌 것 같아.
요리 메뉴 개발이 시급하다.
면 요리는 자신 있는데
요즘 우리가 빠진 자연주의 식탁 요리는 한없이 부족하다.
전부 면 아니면 자극적인 음식들.
뽀야는 나물 하나 제대로 무칠 줄을 모르니까.
기본 찌개 3대장도 할 줄 모른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호박찌개.
그나마 부대찌개는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의욕은 가득한데
자금력이 많이 달려서 식재료가 없다.
도전은 항상 힘들어.
오늘 저녁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아냐아냐)
면은 이제 그만.
정~말 먹고 싶지만
이제 11월 시작했고 면 게이지는 1칸밖에 없다.
소중한 1번은 의미있게 사용하고 말 거야.
언제쯤 엄마에게 밥상을 차려줄 수 있으려나.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거야~~~~(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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