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잎사귀인가 싶었는데.
아무리 봐도 저건 꽃봉오리 아닌가?!
스노우 사파이어는 적응력이 참 빠르더라.
우리집에 온 지 이제 한달가량 되었는데
새잎을 마구 틔우더니 이렇게 꽃봉오리까지 맺히었다.
뽀야를 식물로 따진다면 참 생존능력이 없다.
분갈이 한 번에 나가 떨어질 그럴 생명이지.
그러고 보니 일일초도 분갈이 한 번에 유명을 달리 했잖아.
나는 일일초 같은 사람인가 보다.
하루하루 아름답지만, 쉬이 사그라드는.
물과 햇빛, 바람만으로 쑥쑥 자라나는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해준 것도 없으면서 내가 다 뿌듯해 진다.
물주기 당번은 엄마.
식물을 기르다보면 생기는 책임감이나 안정, 위로를 위해
집에 식물을 들이기 시작했다.
효과는 톡톡했다.
뭔가의 목적을 가지고 식물을 대해서 미안하긴 하지만.
우리는 그만큼 간절했다.
내가 그들을 지켜보지 않는 순간에도 야금야금 자라고 있을 녀석들의 노력은.
마치 시험이 있을 지 없을 지도 모르는데.
야금야금 공부하고 있는 내 모습과 닮아있지 않은가?!
벌써 4월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5월이 되면 각종 행사로 또 시간 순삭일 텐데.
슬슬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이런 시험불안은 많이 겪어 봤음에도.
그저 눈 딱 감고 하루하루 할 일에 집중하는 게 방책인데도.
자꾸 마음이 밖을 기웃거린다.
차라리 공부가 안되면 운동이라도 빡세게 하면 좋으련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마음이 어지럽다.
활자는 책을 떠나 내 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공중에 흩어져 버린다.
요즘 같이 심란한 이런 마음을.
[봄탄다]고 표현하는 건가.
벌써 낮에는 여름 같이 뜨거운 데도?!
일교차가 커서 감기를 조심해야 한다.
아침엔 긴팔, 점심엔 반팔.
갈아 입기도 귀찮고 번거롭다.
그래도 일상이 지겨워져 버리면 어쩌니.
무기력증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해보고 있다.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는 좋아하는 소설에 눈을 돌린다든지.
모든 게 귀찮아질 때면 아빠 사진 한 번 더 본다든지.
내일 하지 뭐. 하는 안일한 생각이 들면 계획표를 보면서 디데이를 따져본다든지.
스스로에게 가하는 채찍은 너무 무른 편이다.
나는 참으로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이라는 걸.
공부를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상대방에게는 차가울 정도로 냉정한 생각하면서.
스스로는 과보호 하고 앉아있다.
꽃도 제 할일 미루지 않고 차근차근 해나가는데.
식물 만도 못한 생명 하나가 여기서 게으름 피우고 있다네!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쑥쑥 자라는 죽순은 제외하고서라도.
[조금씩]의 마법은 분명 존재한다.
믿고 꾸준히 좀 해 보자.
아침부터 삼시세끼 재방송을 보는데.
깊은 시골 마을에서 닭을 튀기고 있더라.
예전에는 요리가 참 하찮게 느껴졌었는데.
새삼 요리의 전반적인 과정과 식재료.
이런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지게 되었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잘못 살아온 것이 아닐까.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다.
버져지는 쓰레기조차 한 때는 누군가에게 쓰임이 되었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던 몇 줄의 시가 떠오른다.
읽은 지 오래 되어 잊혀진 책들의 먼지를 털며.
이걸 언제 거리낌없이 팍팍 읽어 젖힐 수 있게 될까.
그 순간은 멀리 있는 게 아니고.
내가 마음먹은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하고 조금 들끓었던 마음.
하지만 아직 [디어 에드워드]와 [돈의 속성]도 끝내지 못했는데.
[자기사랑 노트]가 눈에 밟히는 하루다.
독서만이 내 얼마 안되는 취미이자 장기인데.
요새 너무 독서에 소홀했던 것 같아서.
이마 콩 찍고 다시 몰입해 보려고 하는데.
하루에 할 일이 너무 많구나.
여유롭게 책 읽을 시간은 내가 만들어 내야 하나보다.
그래서 요새 10시 취침을 하고 있다.
언젠가는 여유시간을 더 찾아내서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을 내 자신의 모습이
기대된다.
하면 하는 거지!!
나의 한계를 스스로 지어내지 마!
그렇게 혼자 세뇌해 본다.
스노우 사파이어에 맺힌 저것이 꽃봉오리가 맞다면.
언젠가 아름답게 꽃을 틔울 것이고,
그 때는 내가 더 많이 응원해 줄게.
우리 빨리 만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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