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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아파트 화단 꽃

by 뽀야뽀야 2020.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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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글은 아파트 화단에 피어있는

묘한 꽃에 관해서.

아파트 현관을 나서면 바로 옆에 화단이 있는데

여기 피어있는 꽃의 색깔이 매번 바뀐다.

어떤날은 주황색, 또 어떤 날은 흰색, 다음날 가서 보면 노랑,

이윽고 오늘에서야 분홍색이 거기에 있었다.

다른 곳에다가 심어놓고 키워서 옮겨오는 것일까?

한번에 심었다면 여러 색이 차례로 등장하지는 않을텐데 말이다.

한꺼번에 여러 꽃이 피었을테지.

요즘엔 발바닥에 땀이 마르게 산책을 다니니까 

오며가며 자연스레 보게 된다.

 

꽃은 엄청난 노력의 산물이다.

자기의 온 생명을 다해서 꽃을 피워내고

그러고는 시들어 가기를 기다린다.

그 순간이 너무 짧다.

한순간 아름다워지기 위해 온 힘을 짜내고

이윽고 스러져가는 그 이름.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도 이와같지 않을까.

어쩌면 껍데기인 우리 몸을 빌려서 

몇 십 년 살고 떠나게 되니까.

그런데 그 몸이 깃들일 곳이 필요하여 집을 구하는데

단지 살기 위한 집이 필요한데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리는 어디로 떠내려 가고 있는걸까?

그저 주위의 흐름에 밀려 밀려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열심히 노를 젓는다고 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아닐 거다.

잠깐 노를 내려놓고 생각을 해보자.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곳은 옳은 곳인지.

삶과 죽음은 하나도 닮지 않았는데

직선 상의 양 끝단에 있는데

그들은 연결되어 있다.

시간은 무섭게도 흐른다.

 

언젠가 뽀야는 아빠에 대한 슬픔을 내려놓고 

아빠가 바라시는대로 밝게 희망차게 살아가게 될 거다.

그날은 분명히 올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 이자리에서 멈춰서 울고 있는가.

그날을 조금 더 당겨보자.

아빠의 무게가 가벼워지거나 완전히 잊혀지거나 하는 일은

절대, 절대로 없을 거다.

그렇게 만들지도 않을 생각이고.

이제부터는 아빠를 잊는 게 아니라 추억하려는 것이다.

물론 시간의 의지대로 나는 아빠로부터 한 발짝씩 멀어져 가게 될 것이고

사는 데 치이다보면

아빠가 희미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빠를 그리며 우는 게 아니라

아빠를, 행복했던 우리 기억을 추억하려는 게 내 목표다.

뽀야는 다시 웃게 될 것이다.

우울의 그늘속에서 벗어나서 

앞을 향해 도약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모니터 앞에 앉아서 

타닥타닥 글을 끄적이고 있을 게다.

그동안 내뱉지 못한 말들이 많이 쌓여있다.

다시, 시작해 보자.

아빠가 떠났다고 해서 내 삶까지 멈춰버릴 수는 없으니까.

 

사랑하는 아빠여.

천국에서 고통없이 걱정없이 잘 지내심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가족을 지켜봐 주세요.

멋지게 해낼게요.

사랑을 가득담아 아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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