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들 반들 너의 외관은 너무나 아름다워.
내 입속으로 들어갈 거라서 더 아름다워.
뽀야는 호박이 좋다.
사람들은 너에게 호박같다며 놀려대지만
그래도 묵묵히 받아들여서 안으로 안으로
달콤해지는 네가 놀랍다.
그러고 보니 호박 종류도 장난없네.
애호박, 쥬키니 호박, 단호박......
애호박은 주로 호박국에 쓰이고
단호박은 뭐 크기가 좀 크다면 잘라서
쪄먹을 수도 있겠는데
요녀석은 조금 애매해서 그냥 전으로 부치기로.
이렇게 귀여운데
내 입에서 분쇄되는 게 운명이라니 아쉽다.
요즘 식재료를 바라보는 눈이 깊어졌다.
그들을 그냥 먹잇감으로 바라보지 않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보게 된다.
사실 00의 효능 이렇게 검색하면
그냥 평범한 식재료인데도
어디에 좋다, 뭐에 좋다
굉장히 많은 효능을 가지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비타민이 많다느니, 무기질이 풍부하다느니해서.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딱이다.
구입한 상품은 아니고 엄마가 가져온 것이지만
믿고 먹을 수 있는 우리네 작은 식탁에 오를 재료이다.
만약 작은 텃밭에서 이런 보물들을 직접 수확할 수 있다면
엄청 재미나겠지.
고생도 톡톡히 할 것이고.
농사가 어디 쉽던가?!
자급자족의 꿈을 조금 꾸어봤다.
이 도심 가장자리에서 자급자족은 어려울 것도 같은데
주말농장 자리에서 다들 잘만
파도 깨도 상추도 그밖의 것들 잔뜩 수확하며 살아간다.
뽀야는 벌써 2kill 달성 했는데.
씁쓸하다.
해바라기와 시클라멘을 잊을 수 없을 거야.
꽃은 너무 섬세하고 여려서
둔감한 뽀야는 잘 키워낼 수가 없었다.
화분을 한 번만 기울였어도
시클라멘이 숨막혀 죽는 일은 없었을텐데.
그들의 화려했을 무렵의 사진을 바라보며.
그래. 더이상 무용한 짓은 그만두고
살아있음에 초점을 두고 순간을 즐기자.
후회하지 말자.
억울해 하지 말자.
그렇게 에고를 버리는 법을
저기 먼 곳에서부터 진리에 조금씩 가까워져 오면서
배워나가고 있다.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를 읽고 있는데
내가 얼마나 잘못된 감정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아쉽게도 깨달음의 순간은 찰나이고
금세 지나가 버려서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소중한 깨달음의 이치를
그저 흘려보내게 된다.
그래서 뽀야는 적어두는 편이다.
핸드폰이라는 훌륭한 저장매체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 잠들 무렵이나
아침 일찍에는 기록하기 귀찮아져서
흘려보내는 것들이 꽤나 있다.
오늘 아침에도 그러했는데.
아쉽지만 그건 그냥 거기까지인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 본다.
소중한 생각이라면 다시 한 번 나를 찾아올 거라고 믿으며.
아름다운 자연이 선물하는
맛좋은 식재료를 바라보는
따스한 뽀야의 눈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고마워.(야금야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