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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파김치

by 뽀야뽀야 2020.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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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음식을 대~강 뚝딱 해낸다.

뽀야가 음식을 할 때 핸드폰 타이머와 계량기구를 동원하는 거에 비해서

감으로 음식을 하는 편이지.

오늘의 요리는 파김치였다.

풀국을 끓이고 까나리 액젓을 넣고 고춧가루도 넣어준다.

휘휘 저어서 생파에 뿌려준다.

양념이 좀 적지 않은가?! 싶었는데 기가막히게 딱 맞더라.

엄마의 감은 신비에 가깝다.

그리고 양념이 골고루 묻게 슥슥 뒤섞어주면 완성.

파김치 익어 갈 때 나는 방귀냄새 비슷한 그 파 냄새가 좋다.

잘 익어간다는 뜻이니까.

 

초기에 막 완성된 파는 기세가 세서

잘 구부러지지도 않고 예쁘게 담기려 하지를 않아서 

엄마가 곤혹스러워 했다.

마치 젊은 시절의 뽀야(지금도 젊고 싶단 말이야!)처럼

빳빳해가지고 도무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지.

그 때 뽀야는 하드보드지였다.

절대 구부러지지 않지.

겉도 까칠까칠 해서 되게 무서웠다.

아무 말 안해서 더 무서웠다.

뽀야도 알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딱딱한지.

지금은 미농지쯤 되었을까.

와 되게 얇아졌네.

몸매가 그렇게 확 얇아졌다면 좋았을텐데......(부질없음)

파김치는 아빠 PICK이었다.

너무나 잘 드셨었지.

지금 아빠가 계셨으면 엄마는 나박김치를 담갔을 거라고 했다.

나도 나박김치 먹고 싶은데... 라는 말은 집어 넣었다.

사실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물김치가 더 좋다.

동치미로 레벨업 하면 더 좋고.

 

나이가 들어가면 음식 간이 짜진다는데

다행히 엄마는 아직 브레이크가 먹나 보다.

간을 볼 때면 의례적으로 하는 행동이 있지.

[뽀야 와서 간좀 봐봐라~]

[좀 짠데?]

[아냐 이게 딱이야.]

아니 그러면 왜 물어보냐고요~

뽀야의 의견이 반영된 적 45%.

심적으로 매우 편안한 간보기.

 

어떤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간보기가 짜증난다고 하는데

뽀야 집안의 간보기는 이미 정해진 각본에 따르므로

전혀 부담도 없고 놀리려는 것도 아니다.

세상 살아가는데 짭짤하게들 굴지 말고

밥 한끼정도는 같이 먹고 좀 그래라.(뭐라고?!)

근데. 뽀야도 선약이 있는데

아직 지키지를 못하고 있네.

언제한번 옛 직장 동료 일터에 가서 

관련 상담도 받아보고 밥도 얻어먹고(오호라)

재밌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빌어먹을 코로나 19라는 놈과

불편한 교통이 합세하여 

뽀야의 앞길을 막아선다.

그래, 언젠가는 갈 수 있겠지 뭐.

지금은 더 뒹굴고 싶다.

엉덩이가 침대에서 떨어지질 않아.(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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