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음식을 대~강 뚝딱 해낸다.
뽀야가 음식을 할 때 핸드폰 타이머와 계량기구를 동원하는 거에 비해서
감으로 음식을 하는 편이지.
오늘의 요리는 파김치였다.
풀국을 끓이고 까나리 액젓을 넣고 고춧가루도 넣어준다.
휘휘 저어서 생파에 뿌려준다.
양념이 좀 적지 않은가?! 싶었는데 기가막히게 딱 맞더라.
엄마의 감은 신비에 가깝다.
그리고 양념이 골고루 묻게 슥슥 뒤섞어주면 완성.
파김치 익어 갈 때 나는 방귀냄새 비슷한 그 파 냄새가 좋다.
잘 익어간다는 뜻이니까.
초기에 막 완성된 파는 기세가 세서
잘 구부러지지도 않고 예쁘게 담기려 하지를 않아서
엄마가 곤혹스러워 했다.
마치 젊은 시절의 뽀야(지금도 젊고 싶단 말이야!)처럼
빳빳해가지고 도무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지.
그 때 뽀야는 하드보드지였다.
절대 구부러지지 않지.
겉도 까칠까칠 해서 되게 무서웠다.
아무 말 안해서 더 무서웠다.
뽀야도 알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딱딱한지.
지금은 미농지쯤 되었을까.
와 되게 얇아졌네.
몸매가 그렇게 확 얇아졌다면 좋았을텐데......(부질없음)
파김치는 아빠 PICK이었다.
너무나 잘 드셨었지.
지금 아빠가 계셨으면 엄마는 나박김치를 담갔을 거라고 했다.
나도 나박김치 먹고 싶은데... 라는 말은 집어 넣었다.
사실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물김치가 더 좋다.
동치미로 레벨업 하면 더 좋고.
나이가 들어가면 음식 간이 짜진다는데
다행히 엄마는 아직 브레이크가 먹나 보다.
간을 볼 때면 의례적으로 하는 행동이 있지.
[뽀야 와서 간좀 봐봐라~]
[좀 짠데?]
[아냐 이게 딱이야.]
아니 그러면 왜 물어보냐고요~
뽀야의 의견이 반영된 적 45%.
심적으로 매우 편안한 간보기.
어떤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간보기가 짜증난다고 하는데
뽀야 집안의 간보기는 이미 정해진 각본에 따르므로
전혀 부담도 없고 놀리려는 것도 아니다.
세상 살아가는데 짭짤하게들 굴지 말고
밥 한끼정도는 같이 먹고 좀 그래라.(뭐라고?!)
근데. 뽀야도 선약이 있는데
아직 지키지를 못하고 있네.
언제한번 옛 직장 동료 일터에 가서
관련 상담도 받아보고 밥도 얻어먹고(오호라)
재밌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빌어먹을 코로나 19라는 놈과
불편한 교통이 합세하여
뽀야의 앞길을 막아선다.
그래, 언젠가는 갈 수 있겠지 뭐.
지금은 더 뒹굴고 싶다.
엉덩이가 침대에서 떨어지질 않아.(바보)